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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순이 어렸을 적에 12 - 대보름 농악대 34. 암소 외 할아버지가 송아지를 샀는데 암소였다. 정말 지극정성으로 돌보아서 커다란 암소가 되었다. 당시 시골에서 유일하게 쉽게 현금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소였고 그만큼 큰 재산이어서 애지중지. 사실 암소는 송아지를 낳는다는 거 외에는 고랑을 판다든지 논에 써래질을 한다든지 하는 것이 황소보다 못하기 때문에 큰 모험이었다. 드뎌 송아지를 낳기 위하여 동네 마을 회관 마당에서 황소와 만나기로 하였다. 날짜와 시간을 잡아 사람들이 모여들고 똑순이 눈에는 태산같이 커다란 부리부리 황소와 크기만 하지 여리여리 꿈벅꿈벅한 외 할아버지네 암소가 회관 마당에 서 있었다. 지금은 다 가축병원에서 해결하겠지만 그 당시는 정말 소들의 구식 결혼식이었다. 모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커다란 부리부리 황소가 도망만 다니던 여.. 2019. 8. 25.
또순이 어렸을 적에 11 - 자치기 31. 정월 대보름 달빛이 눈부시게 마당으로, 지붕으로, 길로, 들판으로, 산등성이로 쏟아져내렸다쏟아져내렸다. 정월 대보름의 눈부신 달빛이 온 세상을 점령하였다. 모든 동네 사람들이 좀 떨어진 동네 어귀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 서낭당에 모여 있었다. 돌탑 아래에는 낮에 외갓집 정지에서 찌던 시루떡이 놓여 있었고 그 앞에 외 할아버지가 무릎을 꿇고 소지 종이에 불을 붙여서 동네의 평안을 빌면서 농사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마지막 남는 작은 불꽃을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계속해서 소지 종이에 불을 붙이고 기도를 중얼거리면서 작은 불꽃을 띄워 올리는 외 할아버지의 모습이 낯설었다. 내가 알던 외할아버지 모습이 아니었다. 또순이도 다른 동네 아이들과 같이 길게 줄을 서서 외할아버지 소지 올리는 일이 끝나기를 .. 2019. 8. 25.
또순이 어렸을 적에 10 - 환갑잔치 28. 외 할아버지 환갑잔치 사랑방에 동네 어른들이 모여 앉아서 외 할아버지와 밤도 깎고 사과도 깎고 배도 깎고 있었다. 깎아 놓은 밤톨을 입안에 넣고 먹으면서 동그랗게 깎아서 접시에 높이 ~ 높이, 산처럼 높게 쌓는 모습을 신기한 듯 구경하였다. 마당에 천막이 쳐지고 방에 커다란 상이 놓이고 엊저녁에 깎아놓은 밤, 사과, 배, 대추들과 시루떡과 고기와 여러 가지 음식들이 접시에 높이 ~ 높이 차곡 차곡 예쁜 모양으로 산 같이 쌓여서 상위에 놓이고 그 상 앞에 곱게 입은 외 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앉으셔서 고운 옷을 입은 이모들과 외삼촌이 절하는 것을 받으셨다. 내가 잘 모르는 친척 분들도 그 앞에 나아가 절을 하였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흡족한 얼굴로 환하게 웃고 계셨다. "화자야(또순이 아명) 너도.. 2019. 8. 25.
또순이 어렸을 적에 9 - 뚱땡이 이모 결혼 25. 사돈 동네 느티나무 사돈 할머니 동네에는 도로 쪽으로 어른 두사람이 두팔 가득 안아도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었다. 커다랗지만 옆으로 뻗어 있어서 올라타기 쉽게 되어 있었다. 그렇다해도 아무나 올라갈 수 있는 높이는 아니었다. 사돈 집에 있던 남자애가 그 나무에 훌쩍 올라 타더니 옆으로 뻗어 있는 튼실한 의자 같은 가지에 올라 앉아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하였다. 또순이는 아득하게 보이는 그 나뭇가지를 올려다보면서 남자애가 부르는 하모니카 소리를 듣고 있었다. “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동네 ~ 복숭아꽃 살구 꽃 아기 진달래 ~ ” ‘ 우와 높은데 저기를 어떻게 올라갔지? 하모니카도 진짜 잘 부네? ’ 동네 느티나무에 올라가 하모니카를 부는 소년의 모습은 마치 동화책에 나오는 .. 201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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