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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순이 어렸을 적에 5 - 나 홀로 집에 13. 이사 입학식 이후 사택에서 이사를 했다. 트럭에 짐을 잔뜩 싣고 영동역 앞에 있는 오래된 한옥에 부려 놓았다. 또순이는 이삿짐과 함께 타고 와서 살림살이가 한옥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버지가 청주 시청으로 발령이 나서 사택을 나와야 했고 주말에 기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하기에 편리한 영동역 앞에 집을 구하신 것같다. 방 하나에 농을 놓고 여러 살림살이에 식구들이 함께 생활하는 단칸방. 단칸방 작은 봉창 문으로는 담 대신 사용하는 초록 풀 가득한 작은 비탈에 이름 모를 하얀 꽃들이 매화였을까? 피어 있는 것이 보였다. 14. 나 홀로 집에 한밤중 자고 있는데 누군가 깨워서 일어나 졸린 눈을 뜨고 엄마를 바라보니 엄마가 외출할 때 입으시는 한복 저고리 옷고름을 매시면서 서 계셨다. 키가 큰 엄.. 2019. 8. 25.
또순이 어렸을 적에 4 - 큰집 호두나무 10. 큰집 호두나무 큰 집에는 헛간 쪽으로 무서운 동물이 나온다는 커다란 오동나무 한 그루가 있었고 앞마당 담 바로 바깥쪽으로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호두나무가 한 그루가 있었다. 가을이면 길고 긴 대나무 장대로 그 호두나무를 두드려서 호두 열매를 땄다. 호두나무는 얼마나 큰지 가마니 3개를 가득 채웠다. 방금 딴 호두 열매를 우리가 먹는 호두로 만들려면 연두색 딱딱한 겉껍질을 벗겨야 했다. 또순이는 방금 나무에서 딴 부드럽고 하얀 호두 속살을 먹고 싶어서 연두색 딱딱한 겉껍질을 벗기기 위해서 돌로 찧고 발로 뭉개고 나무로 애써 문지른 다음에 겨우 호두 한 알을 얻어서 딱딱한 속 껍질을 깨고 뽀얗고 하얀 호두 속살을 그야말로 얻어먹었다. 때로는 큰 집 앞에 흐르는 조그만 시냇물에 가지고 가서 돌로 깨고 문.. 2019. 8. 25.
또순이 어렸을 적에 3 - 입학식 또순이가 처음으로 학교 가는 날. 왼쪽 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옷핀으로 고정하고 빨간 란도 시루 가방을 등에 매고 학교를 갔다. 운동장에 선생님들이 서 계셨고 또순이는 담임 선생님을 찾아서 그 앞에 한 줄로 서 있었다. " 앞으로 나란히! " " 바로! " 고만 고만한 아이들 틈에서 팔을 앞으로 올렸다 내렸다 하다가 집으로 가라 한다. 집으로 오는 길에 엄마가 사진을 찍자고 하였다. 또순이의 입학식이었지만 웬일인지 엄마가 더 흥분하고 긴장한 것 같아 보였다. ' 입학기념사진. ' 사진관에 가서 앞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옷핀으로 고정하고 등에는 빨간 란도 시루 책가방을 맨 채로 찍은 흑백사진. 지금은 색이 바랬지만 어렸을 적 찍은 몇 안 되는 사진 중에 하나다. " 지금 보니까 진짜.. 2019. 8. 25.
또순이 어렸을 적에 2 - 놋그릇 닦기 날씨가 따뜻해져서 바람이 부드럽게 불고 또순이네 집 대문 밖에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들었다. 집집마다 놋그릇들을 들고 나와서 대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뭉친 짚으로 짚 태운 재를 묻혀 놋그릇들을 닦기 시작하였다. 한참이나 힘을 주어 그릇을 문지르니 문지른 곳이 반짝반짝 노랗게 빛이 났다. " 이렇게 윤이 나게 반짝반짝 닦아 놔야 일 년 동안 잘 쓸 수 있거든 안 닦으면 푸른 녹이 나는데 푸른 녹은 몸에 엄청 해롭거든! " 모두들 즐거운 듯이 재잘거리며 재빠르게 손을 놀리며 닦고 있었다. 아주머니들도 많았고 그릇도 많았고 아주머니들 주위로 아저씨들이 허리춤에 손을 얹고 기웃기웃하며 구경하고 있었고 동네 아이들도 모여 뛰놀고 떠들고 있었다. 봄 바림은 놋그릇을 닦게 하는 바람이었고 사람들은 봄바람을 기분 .. 2019.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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