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홀로선 버드나무7

스물세살의 수채화 15. 윤선생님 윤선생님이 오셨다고 청산으로 모두들 점심 먹으러 나갔다. 청산면에서 음식점을 찾아 걷는데 뒤에 오는 일행들의 시선 중에서 유독 선생님의 시선이 영숙이의 줄 나간 스타킹을 바라보는 것 같아서 할 수만 있다면 땅 속으로 스며들든지, 아니면 어디에라도 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 나간 스타킹이나 남의 시선 따위에는 무감각하던 영숙이가 갑자기 스타킹에 신경이 쓰이다니 별일이다. 음식점을 알아 놓고 양품점에 가서 스타킹을 사서 갈아 신고 돌아와 보니 음식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커다란 감나무가 있는 음식점 뒤뜰에서 한가한 농담들만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뒤뜰에는 커다란 개 한 마리가 감나무에 매여 있었다. 영숙이가 아무 생각 없이 나무 곁으로 다가섰더니 개가 짖으면서 달려드는 바람에 어찌나.. 2022. 8. 23.
스물세살의 수채화 1. 연애 내일은 공휴일. 영숙이는 서울 가시는 선생님과 함께 퇴근했다. 대전 가려고 나선 길이다. 아직 서편하늘에는 노을의 잔영이 조금은 남아 있었는데 달빛이 어슴푸레하게 빛을 발하는 신비한 베일로 엷게 들판에 빛나고 있었다. " 제 이 고치는데 삼십만 원 달래요! " " 삼십만 원? 너무 많이 드는데? " " 죽으면 이빨만 남겠어요. " " 하. 하. " 웃음소리가 퍼지다가 멈춘 들판에서는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가 놀란 듯이 조용해졌다. 조금 있으니 다시 그들의 언어로 음악처럼 주고받는다. 청산으로 나가는 차가 바로 있으려나 모르겠다. 청산으로 가는 차가 없고 마침 군북으로 돌아가는 시내버스가 있었다. 텅텅 빈 차 안에서 너무 자리가 많아 어떤 자리에 앉을까 망설였지만 영숙이는 선생님이 앉자는 대로 .. 2022. 8. 9.
< 홀로 선 버드나무 > 39. 배려 사무실 바닥에 물을 뿌린 후 빗자루로 쓸고 밖의 청소도 마치고 면사무소에서 가져온 허브차는 난로 위에서 기분 좋게 끓고 있었다. 창 밖에는 부드럽게 버드나무 가지가 춤을 추고 있었다. 영숙이는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을 보았다. 부드럽게 춤추는 버드나무 가지들. 윤선생님과 영숙이는 헤어져야 한다. 날씨가 풀리면서 환절기 때문인지 아침부터 환자가 계속 이어졌다. 영숙이는 건너가서 선생님을 도와주기도 하고 또 환자 진료하는 것도 지켜보았다. 오전에 올 환자들이 다 다녀 갔는지 진료실이 조금 한가 해졌다. 영숙이는 진료실 난로 연통을 슬쩍슬쩍 만지면서 난로 옆에 서 있었다. 선생님은 다녀간 환자들의 진료 카드를 정리하면서 영숙이한테 말을 걸었다. " 김양 내 비서 할래? 나중에 내 비서 하면 어떨까? " " 비서.. 2020. 1. 25.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