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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City life of JINNSSAM

꽃비 ~ 열여덟살꽃비

by 영숙이 2022.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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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 열여덟살 꽃비>

무거천에 벚꽃 터널
이었던 꽃들이 바람
결에 흩날리면서 꽃 비를 내리고 있다.

꽃비 속에서 벤치에 앉아 영숙이의 꽃비
같던 시절을 떠올린
다.

사람은 백년이나 살
까 말까 하면서 마치 천년을 살 것 처럼 산다.

천년을 살것처럼 살면서도 꽃비처럼 아름답던 젊은날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영숙이가 고등학교 때 보았던 소년하고 아는 교장 샘하고 무
척이나 닮았다.

아는 소년이 아니고 보았던 소년이다.

영숙이는 그애랑 한
번도 말을 해본 적이 없다.

1.

여고 2학년 때 보영
이와 경민이랑 어울
렸었다.

먼저 경민이가 같은 반이어서 반1등 한덕
분에 2등을 했던 경민
이와 친해졌다.

경민이 아버지가 초
등학교 교감 샘으로 장학사를 하던 보경
이 아버지와 같은 학
교에 근무했던 인연
으로 둘이 친했기 때
문에 자연스럽게 셋
이 친구가 되었다.

학교에서 보충수업
을 하던 여름방학이
었다.

학교가 끝나서 셋이 만나서 집으로 가다
가 경민이랑은 헤어
지고 보경이네 집은 영숙이네 집을 지나
가기 때문에 둘이 집
으로 가는 길이었다.

"오늘 나랑 어디 좀 같이 가자."
"어디 가는데?"
"가보면 알아."

보경이는 시청 앞에 있는 깨끗해 보이는 3층짜리 건물 앞에서 건물을 올려 다 보더
니 안으로 쓰윽 들어
갔다.

영숙이는 영문도 모
른체 건물 안으로 따
라 들어갔다.

건물 2층에 올라가서
보경이가 빼꼼히 문
을 열고들여다 보더
니 안으로 들어갔다.

남학생들과 여학생
들이 반반씩 섞여서 50명쯤 있었다.

"여기 YMCA 학생 모임 장소 맞나요?"

"예, 맞아요. 여기에 등록하세요.".

영숙이도 어리둥절 한채 뒤따라 들어가 학생 책상위에 있는 종이에 학교와 이름
을 적었다.

"다들 책가방을 모아 놓고 중앙으로 모이
세요."

"남학생은 바깥 쪽에 여학생은 안쪽에 둥
근 원을 만드세요."

어리둥절한 채 원 가
운데 서 있는 대학생
같은 활발해 보이는 아가씨가 말하는 대
로 모여 섰다.

"모두들 옆 사람 손
을 잡고 옆으로 두번 이렇게 가보셔요."

포크 댄스였다.

무용시간에 조금 배
운적은 있지만 이렇
게 실제 상황에서 남
학생 손을 잡고 포크
댄스를 하다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
다.

남학생들이 더 부끄
러워하면서 얼굴이 벌개져 있었고, 여학
생들은 오히려 더 당
당했다

"발뒷꿈치를 이렇게 오른쪽, 왼쪽으로 콕
콕 찍고 옆사람 팔짱 끼고 한바퀴."


"여학생은 오른쪽
으로 남학생은 왼쪽
으로"

한칸씩 옮기면서 그
렇게 한바퀴를 돌고 나니 조금은 익숙해
져서 활발하게 포크
댄스를 추게 되었다.

"모두들 잘 하시네
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주 토요일에도 이 시간
에 여기 YMCA 강당
으로 오시면 됩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
갔는지도 모르게 지
나가고, 영숙이는 집
으로 가면서 보경이
한테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여
기서 모이는 거?"

"남동생이 말해주
어서 알았어. 한번 와보고 싶었거든?".
"다음 주에도 올래?"
"아니, 안올래."

그 다음 주 토요일
에는 YMCA는 가지 않았지만 보경이가 살 참고서가 있다고 하여서 둘이 시내 서
점에 가서 책을 사가
지고 시청 앞을 지나
가고 있었다.

시청 앞 그 YMCA 건물 앞쪽에 사복을 입은 학생 2명이 서 있다가 보경이와 영
숙이를 보자 다가 왔
다.

한명은 키가 크고 한명은 보통 키였다.

키가 큰 아이가 영
숙이 쪽으로 다가섰
고 작은아이는 보경
이쪽으로 다가왔다.

앞길을 막아서는 바
람에 보경이와 영숙
이는 자연스럽게 떨
어져서 그애들 하고 길가 플라타나스 나
무 아래에 서서 한참 이나 이야기를 했다.

"사귀고 싶은데요. 만날 수 없을까요?"
"싫은데요. 만나고 싶지 않아요."

꽤 한참이나 남학생
들이 이말 저말 걸었
었다.

보경이랑 다시 집으
로 걸어가면서 물어
보니까 사귀자고 했
단다.

남학생하고 사귀다
니 큰일날 소리다.

2.

한번은 영숙이네 이
층에서 하숙하는 언
니가 쪽지를 하나 건
네 주었다.

"저 뒤에 사는 아는 남자 애가 너한테 이거 전해 주라더라"

"토요일날 2시에 대
흥 빵집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

토요일 날 2시쯤.

영숙이는 이층에서
골목길을 내려다 보
았다.

골목 뒷쪽에 산다는 그 아이가 누구일까?

어떤 애가 내려 올
까?

기다리고 있었다.

2시쯤 키가 큰 아이
가 갈색 세무 가죽 자
켓을 걸치면서 뛰어 내려오고 있었다.

우리 집 앞을 지나면
서 올려다 보다가 영
숙이하고 눈이 마주
치니까 멈칫하더니 옷소매에 팔을 끼면
서 천천히 걸어 내려
갔다.

영숙이는 잘 모르는 아이였다.

그냥 키가 크고 가무
잡잡한 피부에 어디 사는 지도 모르는 눈이 커다란 남학생
이었다.

3.

영숙이가 1학년 겨울 동안 시내에 있는 영
어 학원에 다녔을 때
였다.

앞에 키가 큰 남학
생이 무늬있는 나팔
바지를 입고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고 영
숙이는 그 뒤를 바라
보면서 따라가고 있
었다.

앞을 보고 걸어가던 남학생이 사람 시선
을 느꼈는지 뒤돌아 보았다.

피부가 가무잡잡하
고 눈이 커다란 아이
였다.

그렇게 지나쳤는데 어느날 영어 학원 시
간에 뒤에 앉은 남학
생이 신경 쓰여서 뒤
를 돌아보니까 그 남
학생이 영숙이가 앉
아 있는 의자에 볼펜
으로 낙서를 하고 있
었다

뒤를 돌아보는 영숙
이하고 눈이 마주치
니까 당황해서 얼굴
이 빨개진다.

바로 그 남학생이 뛰어 내려오고 있다
가 눈이 마추치니까 천천히 내려가는 것
이었다.

영숙이는 나름 문학
소녀였다.

보이는 것, 생각하는 것, 무엇이나 다 쓰고 싶어하던 문학소녀.

디테일한 건 기억이 안나지만 문득 문득 떠오르는 단상들이 있다.

선명하게 머리 속에 자리 잡는 이미지.

사실과는 전혀 상관 없을지 모른다.

벚꽃도 꽃잎 하나 하
나가 중요하지는 않
다.

지금 이계절에 한꺼
번에 떨어지는 벚꽃 잎들.

벚꽃잎 하나 하나들
이 가득 피어 있다가 한꺼번에 떨어지면서 꽃비를 이루는 것이
다.

냇물에 꽃잎이 모여
서 흐르면 꽃잎 물결
이 되는 것이고, 바람
결에 흩날리면 꽃비
가 되는 것.

영숙이의 18살.

무엇을 어떻게 보았
고, 어떻게 느꼈는지
는 기억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18살이
었고, 18살의 눈에 비
친 선명한 이미지들
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
을 기록하고 싶어하
는 문학소녀 였다.

4.

소년은 충남여고 학
교 테니스 장에서 아
래 위 하얀 테니스 복
을 입고 힘차게 테니
스 공을 날렸다.

때로는 하얀 반바지
와 하얀 테니스 셔츠
를 입고 공을 쫓아 다
니는 모습이 보였다.

영숙이가 그런 이미
지에 붙인 이름이 있
었다.

"설(雪)"

영숙이 자신은 설영
(雪永)이라고 이름
지었다

매일 매일 소설 쓰는 것처럼 이야기를 만
들어서 기록 했었다.

그때 썼었던 것이 지
금도 남아 있다면 좋
으련만.

문학적 상상과 망상
에서 벗어나 결혼하
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아가씨때 자취했었
던 아파트 앞 화단에
서, 가지고 있었던 모든 노트들과 함께 불태워 버렸다

상상 속의 소년 雪.

상상 속 소년은 얼
굴이 까무잡잡하고 키가 크고 부잣집 아
이였다.

담임 선생님이셨던 이강일 선생님을 좋
아했지만 그건 그냥 좋아하는 감정을 좋
아하는 것이었고 선
생님을 대상으로 글
을 쓰지는 않았다.

"미지의 소년雪에
게."

"나는 오늘 너를 보
았어. 하얀 테니스 복을 입고 있었지.

파아란 잔듸밭이 깔
린 옛날 사범대 예술
건물 옆 테니스 장에
서 테니스를 치고 있
었어.

경쾌하게 울리는 테
니스 볼 치는 소리가 정말 듣기 좋았어."

날마다 이런 식으로 글을 썼었다.

나름 문학 소녀의 글 쓰는 훈련이었다.

영숙이네 이층에 세
들어 사는 집에 고등
학교 1학년 남학생이 살고 있었다.


어느날 이층에 올라 갔더니 그 집에 아무
도 없었다.


옥상에서 창문으로 방안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그 아이 책상 위에 일기장이 있었
다.

호기심에 읽어 보았
는데 그애도 영숙이
처럼 여주인공을 정
해놓고 쓰고 있었는
데 너무나 유치해서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 내가 쓰는 일
기도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글이었구
나."

그렇게 스스로에 대
한 객관적인 평가를 했었다.

그렇지만 그때 그렇
게 써내려 갔었던 기
억들이 이제는 18살
의 꽃비가 되어 영숙
이의 마음에 흩날린
다.

"꽃잎처럼 흩날리는 여고시절이 있었지."

"생각해보면 아름답
기만 했던 이야기들
이 있었지."

"누구의 이야기인들 소중하지 않은 이야
기가 있을까?"

우리 모두는 누군가
의 그리움일 수 있고, 우리의 지나간 아름
다운 시절은 지금의 우리 존재 위에 꽃비
로 뿌려지는 거다.

"지금의 영숙이 모
습도 먼 훗날이 되면 또 다른 영숙이의 꽃
비로 기억될까?"


지나간 일들 중에서 좋은것만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나간 일들을 바꿀
수 없다면 영숙이의 청소년 시절을 꽃비
로 만들어서 아름답
게 기억하고 싶은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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