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관계자들이 개발자 수요의 가파른 증가세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함에 따라, 코딩 부트캠프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코딩 부트캠프는 3~6개월 과정의 코딩 집중 교육프로그램을 말한다.
IT개발자 공급을 충당하기 위해서, 취업준비생 혹은 IT업계와 무관한 직장인 등의 비숙련자를 실전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빠르게 교육한다.

IT 직군 교육 스타트업 코드스테이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코드스테이츠의 부트캠프 지원자는 2만 4571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6273명) 약 4배 증가한 것이다.
비전공자의 IT커리어 전환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2021년 기준 코드스테이츠의 SW 엔지니어링,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개발 관련 부트캠프 수강생 중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참여자의 비율은 75%에 달했다.
다만, IT업계에선 개발자 품귀현상의 원인은 양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질적인 미스매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 미스매치란 구직자와 기업 간의 불일치를 뜻하는데, 기업이 필요한 건 충분한 역량을 갖춘 우수한 개발자라는 뜻이다.
아무리 개발자가 많아도 현장의 요구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이가 적다면 큰 의미가 없다.
부트캠프를 졸업한 신규개발자들은 IT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에 해왔던 업무와 무관한 개발을 단기간 배우고서 능력 있는 개발자가 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원격 근무’의 시대.. 물 흐르듯 자연스레 움직이는 인적 자본
개발자 채용전문 플랫폼 ‘슈퍼코더’의 윤창민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문제의 본질은 중고급 개발 역량을 갖춘 개발자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개발 역량 훈련에) 투자하는 절대적인 시간의 양이 늘어야 해결할 수 있다”.
슈퍼코더가 국내 기업을 해외 개발자와 연결하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테크 기반 기업에선 실제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고, 이 수요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질적으로 충분한 역량을 갖춘 개발자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려면 아직 국내에선 5~6년의 남짓 시간이 필요하다고 예측하는데, 지금 당장의 필요를 해결하려면 어디선가 개발자를 수급해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제는 휴먼 캐피털(인적자본)은 다른 자본처럼 국경을 쉽게 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내 투자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증권거래소에서 미국 주식에 쉽게 투자를 할 수 있지만, 국내 개발자가 해외 기업에서 일을 하려면 우선 해당 국가로의 물리적인 이동부터 필요하다.
외국인 근로자는 취업 비자도 발급받아야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는 원격 근무로 인해 휴먼 캐피털의 물리적인 이동이 불필요해지게 되면서, 이제 베트남 개발자가 한국 기업에서 원격 근무 형태로 일하는 것도 가능하게 됐다.
슈퍼코더는 베트남 등의 해외 개발자를 국내 기업과 연결한다.
개발자는 연결된 기업과 원격근무로 풀타임 근무를 하는 구조다.
윤 대표는
“인재를 뽑을 때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회사라고 해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인재만을 채용할 필요는 없다.
이제 전 세계에서 인재를 뽑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고 말했다.
슈퍼코더가 연결하는 개발자는 흔히 말하는
‘중고급 개발 역량’
을 갖춘 인재다.
하지만, 그는
“역량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것과 개별적인 현장에서 바라는 중고급 역량이 다를 수 있다”
고 말했다.
중소규모의 스타트업이 개발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아키텍처 설계보단 실제 코딩 실력이다.
IT업계 대기업에서 중고급 역량으로 여기는
’아키텍처’
설계 능력은 스타트업이 당장 필요로 하는 부분이라고 보긴 어렵다.
스타트업 인재는 솔루션의 큰 그림과 전략을 짜는 것보다 실제로 고객과 만나서 솔루션을 설명하고, 관계를 쌓는 게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개발자란?.. ”문제를 구조화해서 스스로 답을 만드는 인재”

슈퍼코더는 역량을 객관화하기 위해 개발자의 능력을 지표로 측정하고 이를 고객사에게 제시한다.
우선, 슈퍼코더는 기업과 연결하기 전 개발자의 역량을 꼼꼼하게 평가한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고객사에게 개발자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있다.
채용 연결 외에도 개발자의 퍼포먼스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면서, 특정 유형의 스타트업과 친화성이 좋은 개발자를 분류하기 위해서다.
IT 기업들의 개별적인 수요를 하나로 뭉뚱그리면서, 실제 기업의 요구와 관련 없는 개발자들을 연결하는 일을 지양하려는 것이다.
고객사는 지원자의 이력서와 함께 테크니컬 스킬, 커뮤니케이션 등에 대한 평가표를 참고할 수 있다.
슈퍼코더는 개발자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서 세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째, 이력서 스크리닝과 코딩 테스트다.
슈퍼코더가 직접 개발한 코딩 테스트에서 일정 점수를 획득하고, 이력서상 적절한 경력을 갖췄다면
둘째로, 전화 인터뷰를 본다.
기본적인 영어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전화 인터뷰를 통과하면 슈퍼코더 CTO와 라이브 기술 면접을 진행한다.
최종 합격률이 5%일 정도로 채용의 난도도 높은 편에 속한다.

코딩 테스트를 진행하는데도 CTO와 기술면접을 하는 과정은 왜 필요한 걸까? 윤 대표는
“코딩 테스트로는 지원자의 역량을 100% 확인할 수 없다.
100명 중 80명을 선별하기 위한 용도”
라고 설명했다.
원격으로 진행되는 코딩 테스트는 구글 검색 등을 통해 코딩 내용을 참고하거나 대리시험 등의 커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 시험과 마찬가지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해서 그 분야의 우수한 전문가라고 보증할 수도 없다.
슈퍼코더는 좋은 개발자를
“그 순간에 어떤 문제를 던졌을 때 이를 구조화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
로 정의한다.
때문에, CTO와의 면접에선 지원자에게
“모바일 앱을 운영하고 있는데 트래픽이 폭증해서 서버가 다운됐다. 당신은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팀에 백엔드 엔지니어 2명이 있고, 지금 특정 피처(기능)를 개발해야 하는데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해서 개발을 하는 게 좋을지?”
처럼 질문자가 자유롭게 답하는 개방형 질문이 던져진다.
이를 통해 개발 지식을 정말로 이해했는지, 개발 툴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실제로 있는지를 본다.
현재 슈퍼코더 인력풀의 개발자는 대부분 개발도상국 출신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이 국내 개발자와 유사한 역량을 갖춘 경우에도 노동의 가치가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고 보고 있다.
월 4천 불의 임금으로도 세계적인 IT기업에서 근무를 할 수 있는 최고급 역량을 갖춘 개발자를 고용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