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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스물세살의 수채화

by 영숙이 2022.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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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살의 수채화>   

 

21. 난로와 침묵        

 

   새벽에 버스를 타고 청산에 도착하였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거울을 보니 안색이 참 나빴다.

   기분이 좋지 않아 소음 밖으로 나와서 길가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관광버스를 잡아 탔다.

   

   청성으로 들어가는데 저만큼 앞에서 누군가가 뒤돌아 보고 있었다.

   한참을 쳐다보니까 지소장님 같았다.

   고개를 돌리길래 잘못 봤나 보다 생각하며 바라보고 있으려니 다시 돌아다본다.

   그때서야 지소장님 임을 확인하고 인사를 하였다.

 

   가족계획실에 용인 아저씨가 전에 쓰던 난로를 손질하여 설치하였다.

 

      "진료실에도 난로를 놓아야겠어요."

      "전에는 안 놓고 가족계획실 난로를 같이 썼어요."

      "추워서 진료를 어떻게 합니까?"

      "난로도 없는데요? 사 와야 해요."

      "우선 내 돈으로 사고 나중에 보건소에 이야기하죠 뭐.

       누가 청산 나갈 사람이  없을까요?"

 

   마침 농협의 김 군이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김 군한테 부탁하면 되겠네요."

       " 아, 저도 청산 좀 나가야겠어요.

         청산 김양한테 책 빌릴 게 있거든요."

 

   곽양이 옆에서 말했다.

 

        "김양. 가는 길에 청산에서 도토리 묵 사 가지고 와."

 

   오토바이를 타고 시골 조용한 도로를 달리니 기분이 좋았다.

   

   청산 면사무소에 김양을 만나러 가니 다른 사람들은 출장을 가고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반갑게 맞이 한다.

   옆에 앉아서 약품 대장 등 서류들을 들여다보니 깔끔하고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커피 한잔 마시고,

   책도 빌리고,

   탁구도 치고,

   도토리 묵을 사러 갔더니 다 팔리고 없었다.

   좀 늦어져서 버스를 타고 보건 지소로 향했다.

   

   진료실에서 윤선생님은 새로 사 온 난로를 설치하느라 철사로 연통을 묶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청산 김양하고 업무 이야기도 하고 학교 관계 이야기도 하느라 늦었어요."

      도토리 묵 기다리다가 선생님이 호빵 사줘서 호빵 먹었지."

      "정말 예요? 선생님?"

      "정말이야. 그런데 오토바이 신나게 탔어?"

      " 네. 재미 있었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뒤를 잡던데? 사람을 잡아야지."

      "사람 잡기가 뭐해서요. 왜요? 사람을 잡을 걸 그랬나 봐요."

     

   난로를 다 놓은 후 우리 모두는 가족계획실에 앉아서 각자 자기의 일을 하고 있었고 윤선생님은 난로가에 앉아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대전 우리 동네에 미장원이 있는데요.

      그 아줌마 세컨드인가 봐요.

      늘 혼자 있다가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만 아저씨가 있어요.

      아저씨 나이도 굉장히 많아 보이더라고요."

    "아줌마는 여느 여염집 부인 같지 않고 굉장히 야하게 보여요."

    "아마, 아저씨가 미장원 차려 주고 어쩌다 일요일에만 오는가 봐요."

    "김양은 맨날 세컨드 얘기만 하드라."

    "내가 언제 그랬어요?"

    "전번에도 무슨 여고 교장이 누구 세컨드인데, 얼마나 똑똑한지, 학교도 세우고, 교장도 하다가 죽어서, 그 학교에 묻히고, 학교에서 비석도 세워 줬다고 했잖아."

 

   할 말이 없었다.

   대꾸할 말이 없어서 잠잠히 있는데,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눈물이 나오려 했다.

       

        ~ 바보처럼 눈물이 나오려 하다니. ~

 

   눈을 깜박거리다가 얼른 일어나 화장실 가려는 사람처럼 사무실 문을 나섰다. 

   면사무소 뒷문으로 해서 집으로 갔다.

   집에 가서 방문을 꼭 걸어 잠그고는 엉엉 큰소리로 속 시원하게 울었다.

   낮에는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마음 놓고 울어도 된다.

   

       ~ 내가 언제 첩 얘기만 했어? ~

       ~ 쳇 내가 뭔 말만 하면 괜히 나만 가지고 셋이서 야단이야. ~

       ~ 아이. 정말, 전부 미워 죽겠어. ~

       ~ 아이 속상해. ~

       ~ 엉! ~

       ~ 엉! ~

       ~ 엉! ~

 

   괜히 혼자 서러워서.

   알지도 못할 눈물이 자꾸만 ~ 자꾸만 ~ 펑펑 쏟아져 나왔다.

   

   실컷 울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어디에 감춰져 있었던지 눈물이 봇물 터지듯이 나오고는 밑바닥을 드러 낸 것처럼 시원해졌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

   가슴에 차였던 설움 덩어리가 빠져나간 것 같았다.

 

   사실은 울 이유가 없었다.

   괜히 혼자서 서러워하고 혼자서 운 것이다.

   

   아마도 그동안 울고 싶었는데 울 이유를 못 찾아서 못 울었나 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웃음이 나왔다.

   

   빨갛게 된 눈알을 식히기 위해 세수를 하고 물수건으로 눈가를 두드리고는 사무실로 갔다.

   아무런 일도 없었던 양.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 가니까 곽양은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안양은 서류 정리를 하고 선생님은 진료실에 계셨다.

   책상 앞에 앉아 정리하다만 출산 기록을 꺼내었다.

   한참 하고 있는데 곽 양이 물었다.

   웃는 얼굴이다.

   

       "김양! 울었어?"

       " 예?

         울어요?

         누가요? "   

       "아까 주인 할머니가 왔다 갔어.

        갑자기 김양 방에서 엉엉 우는 소리가 나길래 무슨 일이났나 싶어 놀란 얼굴로 왔더라고."

     

         ~ 아이쿠야! ~

 

   갑자기 얼굴이 화끈 거려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진료실에서 선생님이 건너오셨다.

   

       "김양 왜 울었어?"

       "몰라요.

        괜히 심심해서 울었나 보죠."

       "아까 내가 그 말했다고 울었어?

        뭐 그런 거 가지고 울어?" 

       "아녜요."

       "할머니가 놀래 가지고 무슨 일이냐고 ~

        열려니까 방문도 잠그고 하두 서럽게 울길래 왔다면서 눈이 둥그렇더라." 

 

   화가 났다.

   셋이 빙글빙글 웃는 게 더 화가 났다.

   

   무안하기도 하고 ~

   이제 앞으로는 선생님하고 이야기도 안 하련다.

   맨날 놀리기만 하고 ~

 

   그때부터  선생님이 무슨 말을 물어도 대꾸도 안 했고 먼저 말을  걸일도 없었다. 

 

        "김양 환자 없었어?"

        "...... "

        "김양! 주사기 있어?"

        "...... "

        "김양! 앞으로 영영 나하고 말 안 할 거야?"

        "...... "

 

    인사도 않고 쳐다보는 일도, 말도 하는 일이 없는 영숙이 대신에 곽 양과 안양에게 이야기를 한다. 

   

   선생님도 화가 났는지 꼭 필요한 일 이외에는 가족계획실에 건너오지도 않고 며칠이 지나갔다. 

  

   저녁 무렵 윤선생님에게 서울에서 시외 전화가 왔다. 

 

       "네? 병원에 갔다고요?"

       "낳았어요? 아직 안 낳았다고요?"

       "집 사람이 아기 낳으려고 병원에 갔데요.

        지금 가봐야 되겠어요.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일찍 와야 월요일 날에 올렀는지 모르겠어요."

 

 

출처: https://sjjtc1.tistory.com/185 [베이비 붐 세대 - 또순이:티스토리].   

 

◐ 살면서 이러걸 ~ 저럴걸 ~ 할때가 많다.

 

     그때 이랬었으면 어땠을까 ~ 저랬다면 어땠을까나 ~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이나 주식 즉 투자때문에 울고 웃는 경우가 많다.

   

     그때 그 집을 사는 건데. 그땅을 샀어야 하는데     

 

     그때 그 주식을 샀어야 하는데, 팔았어야 하는데 ...

 

     그런걸 미련이라고 하나?

     

     투자에서는 욕심을 내려 놓아야 하는데 욕심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그때문에 미련이 더 생긴다.

 

     그래서 영숙이는 모든 것을 현재 위주로 생각하기로 하였다.

     미련을 버리기로 하였다.

     미련을 가지고 과거에 못한 일, 못가본 일에 미련을 가져봐야 스스로에게 상처를 줄 뿐인 것이다.

 

     잃은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버는 일에 집중하려고 하는 것이다.

 

     오늘 철희와 같이 정자항으로 놀러가는데 지나가던 재개발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빌라에 대해서 말한다.

 

      "저 빌라는 왜 재개발에서 빠졌지? 빌라 주인들이 반대를 했나?"

 

   최근에 그 많은 재개발에 손가락 한개 발가락 한개 끼우지 못해봤다는 자괴감이 들고 있었다.

   

     ~ 신정동에 분양할 때 가서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전세금으로 해결이 됐을텐데. ~   

     ~ 야음동에 빌라 사러 돌아 다닐때 아무 물건이나 샀으면 됐는데 얼마나 싼지 알면서 못샀지. ~

 

  결국 한개의 물건도 건지지 못하고 모두 재개발에 들어갔다.

 

  옆에서 철희가 사라고 박수를 치는게 아니라 계속해서 사면 안되는 이유만 주지시켰었다.

  아무리 옆에서 말려도 돈을 대주는 것도 아닌데 그냥 사면 전세로 다 해결되는데 못산 스스로를 탓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사게 말린 철희를 탓하는 스스로를 깨닫고는 한다.

  하기는 옆에서 사라고 멍석을 깔아놓고 박수를 쳐도 못사는 그릇이 반대를 하면 더욱더 움츠러드는건 기정 사실.

 

  결론은 지나간 건 잊어버리자.

  앞으로 올일에 대해서 집중하자.

  그렇게 털어냈었다.

 

  요즈음은 어떻게 종잣돈을 모으고 어떻게 투자를 해야할까에 집중하고 있다.

  잃은 것에 집중하지 않으려고 잃은 것은 잊어버리려고 애를 쓰고 벌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요즈음 재개발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철희다.

  관심을 가져봐야 우리 것이 안될 건데 십년전에 투자 할 수 있었을 때 해야 했는데 이제와서 말을 꺼낸다.

 

  화가 났다.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화를 냈다.

  화를 내지 말아야 하는데 ~

  그러려니 해야 하는데 ~

  그동안 지나가다가 저땅을 얼마일까?

  무시로 그런 소리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에도 그러려니 해야하는데

  나도 모르게 화를 내니 화낸 사람한테 돌아오는건 역시 화가 나서 화를 내는 것을 받는 것 뿐이다.

 

  그래도 말했다.

  말하고 싸움을 끝냈다.

 

  "절대로 투자도 안할 것이고 나한테 투자를 하라고 줄 것도 아니면서 말하지 말라고 그냥 그대로 살아.

    지금까지 했던대로 그렇게 살면 되지. 

    사람은 잘 안변해."

 

 말하고 후회했다. 

 조금 옆으로 가는 것에도 1번에서 10번까지의 설득이 필요한데 한달내내 애써서 벌고 안쓰고 종잣돈을 모으고 그걸 투자하려면 1번에서 100번까지 설득해야 하는 걸 ~   

 시도조차 안하고 설득되길 바라다니 ~

 이것도 욕심이다.

 

  모든 투자 중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는 건강하게 잘지내는 것이다.

  건강해야 투자를 하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

 

 

  ♣

  생각해보면 윤선생님도 의대 다닐 때 장인에게 픽업된 것이다.

  그렇다 해도 부인이 미술 선생님으로 재직하면서 집안 살림도 맡고 아이들도 키우고 많은 희생을 하신 것이다.

 

  윤선생님은 인턴, 군생활인 군의관, 레지던트 1년차, 2년차를 보내는 동안 생활비를 충분히 벌지를 못했을 것이다.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 되려면 누군가의 충분한 써포트가 필요한 것이다.

  집안이 넉넉하거나 의사 집안이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힘든 것이다.

 

  의사들도, 전문직도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투자는 투자 공부를 따로 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

  학교 공부를 아무리 잘하고 똑똑하다고 해도 투자는 또다른 문제다.

 

  선생님들이 월급을 타고 착실히 저축을 하면 아파트 한채에 아이들 가르치고 하듯이 의사 선생님이나 전문직도 월급으로 집 사고 아이들 가르치고 ~

 

 예전에는 그래도 됐었다.

 저축만 해도 이자가 좋으니까 그게 가능했다.

 지금은 누가 투자를 잘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노후가 달라진다.

 

  노후를 어떻게 보낼 수 있느냐가 노후가 되기 전에 어떻게 투자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투자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반듯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에 대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의외로 투자 공부를 안하고 옆에서 하는 말에 따라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이가 아파트를 전세 놓고 타지역에서 원룸을 얻어 살면서 전세 놓은 2억으로 신라젠을 샀는데 코로나 19의 그 활황기에 신라젠이 상장폐지가 되는 바람에 3000만원만 남고 다 잃었다고 하였다.

  나이가 벌써 50대인데 그렇게 치명적으로 실패하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잃은 것에 집중하지 말고 버는 일에 집중하라고 했지만 ~ .

 

  투자가 조심스럽기는 하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도 투자에 실패할 수 있다.

 

  투자의 좁은 길,

  두드리고

  두드리고 두드려서

  모두들 성공하길 바라고 바라고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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