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스물세살의 수채화

by 영숙이 2022. 9. 1.
728x90
반응형

 

<스물세살의 수채화>  

 

24. 풍성한 눈 

 

   푸짐한 눈 내리는 소리.

   눈을 받아들일 준비가 없는 영숙이에게는 정말 쓸쓸하고 차갑기만 한 눈발들.

   

   창 밖에는 여전히 바람 소리가 몰려다니고 홀로 선 아름드리 버드나무에 그 긴 가지들이 바람에 맞추어 눈송이 사이사이에서 춤을 춘다.

   

   창문 앞에서 영숙이는 여전히 가슴을 앓으면서 무엇인가 목마르게 기다리며 서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가슴으로 텅 비어 쓰라린 가슴으로 자신의 작은 숨소리를 듣는다.

   

   저쪽 길로 잔뜩 웅크린 선생님의 모습이 나타났다.

   땅을 보며 급히 걷는 걸음으로 면사무소 문을 들어서서도 이쪽은 바라볼 생각도 안 하고 여전히 땅을 내려다보며 걷는다.

   

   그 모습을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며 미소 짓고는 돌아서서 영숙이는 책상 앞에 가 앉았다.

   책을 들고 이쪽 사무실로 건너온 선생님은 난로 앞에 앉아서 책을 펴 들었다.

 

       "김양, 점심 먹었어?"

       "네!"

   

   선생님 얼굴은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싫증이 나지를 않는다.

   하기는 사람들 얼굴은 다 달라서 가만히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많은 것을 알게 한다.

   

   결코 띵하거나 둔해 보이지 않는 적당한 크기의 눈에 쌍꺼풀이 졌다.

   긴 속눈썹이 눈동자를 그림자로 덮는다.

   짙은 눈썹이 남자답고 입은 약간 작지만 꼭 다물려서 의지가 있어 보인다.

   영숙은 저 입을 바라보면 이상하게도 입안에 침이 마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는 한다.

   

   선생님이 만든 선생님의 성이라고 할까?

   아니면 선생님의 가면이나 껍질이라 해도 좋다.

   그 앞에 초라한 모습으로 서 있는 듯한 그리고 그 문을 노크할 것 같은 영숙 자신 때문일 것이다..

 

   치아는 또 얼마나 희고 쭉 고르며 가지런한지 웃을 땐 정말 보기가 좋다.

   얼굴의 전체적인 윤곽은 표준이다.

   그렇다고 무개성 하지도 않다.

   저 얼굴에 185cm의 키.

   75kg의 몸무게

 

        ~ 왜 배우가 되지 않고 답답하고 쫓기기만 하는 의사가 되었을까? ~

        ~ 이상하기만 하다.~

        ~ 학교 다닐 때는 몸이 더 좋았다고 한다.~

        ~ 지금은 안정된 분위기지만 학생 때는 후레쉬 했을테니 아무리 연상해 봐도 수준급 이상이다. ~

       

   영숙은 난로 불빛에 하얗던 얼굴이 조금씩 상기되어 가는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 갑자기 내가 삼류 소설 작가가 되려나? ~

          ~ 하기는 중학교 때 *** 작가의 소설을 엄청 읽어 대면서 그런 소설을 쓰고 싶어 하기는 했지 ~

         ~ 그녀의 커다란 동공에 빠져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어쩌고 저쩌고 ~

        ~ 그땐 그게 왜 그렇게 멋있고 좋아 보였는지 몰라 ㅎ~

        ~ 남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혼자 온갖 생각을 읊고 있네. ~

 

   시선을 거두는데 문득 이쪽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선에 또 목이 마르는 느낌이다.

   일어나서 커피 잔에 설탕을 담고 허브차를 따라 들고서 창가로 갔다.

   

   여전히 창 밖에는 바람 소리가 몰려다니고 있었다.

   바람에도 불구하고 차분히 쌓여 가는 눈 위로 민원서류를 해가기 위해서 시골 사람들이 목에 털 목도리를 두르고 털신을 신고 동그마하게 먼 곳에서 온 느낌을 묻힌체 종종거리며 면사무소 안으로 들어갔다.

   

   아침에 일어나 봉창 문을 열고

   눈부시게 빛나는 눈빛에

   실눈을 뜨고

   

   하얗게 잠든

   숲속 난쟁이네 집을 바라본다.

 

   허리를 구부린 할머니가 부엌에서 나오고

   방문이 빠끔 열리더니

   일하러 가는 아들.

 

   할머니가 데워서 댓돌 위에 놓은

   따뜻해진 운동화를 신는다.

   

   눈이 많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 작아지는 숲속 난쟁이네 집.

   

   봉창 문만큼 작아진 난쟁이네 집에서

   아궁이에 불 때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침에 출근하니 난로에 연탄 불이 꺼져 있었다.

   어제 갈고 갔는데 불구멍을 너무 막아 놓아서인지 불이 붙지않고 그대로 꺼져 버렸다.

   번개탄으로 불을 붙여놓고 추워서 따뜻한 면사무소 사무실에 있는 난로를 찾아갔다.

 

   어제 펑펑 쏟아진 눈이 녹기 시작한다.

   하얀 눈 ~ 

   만약 눈이 하얗지 않고 까맣다면 어떨까?

   사람들이 좋아할까?.

 

   면사무소 난로 앞에 의자를 끌어당겨 놓고 선생님과 앉아서 불을 쬐고 있었다.

   민원서류를 하려고 왔는지 시골사람 한사람이 들어오더니 민원서류를 신청해 놓고 난로 앞으로 왔다.

   영숙이와 선생님은 따뜻한 난로 불에 몸을 녹이면서

   면사무소 안을 둘러보다가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다가

   면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바라보다가 하였다.

   

   난로 앞에 서있던 시골 아저씨가 선생님을 보면서 앞으로 크게 될 사람이라고

   얼굴 상이 굉장히 좋다고 말하였다.

 

         "아 그래요?"

         "얼마나 좋아요?"

         "어떻게 좋은 데요? "

 

   선생님은 빙글빙글 웃으면서 대답했고 영숙이도 웃는 얼굴로 평범한 시골 아저씨를 바라봤다.

   지금도 의사 선생님이신데 앞으로 얼마나 더 잘 된다는 거지?

   우리가 쳐다보니까 아저씨는 어떻게 말할까 생각하는 얼굴로 우물쭈물하다가

 

     "음, 아무튼 크게 출세할 상입니다."

     "제가 관상을 좀 보거든요."

     "관상이 정말 좋아요. "

 

  시골에서는 볼 수 없는 얼굴 상이기는 하다.

  저렇게 잘 생기고

  도시적으로 생겼는데

  시골에서 저런 얼굴을 만나기가 쉽지는 않지.

  거기에다가 공부도 잘하고 많이 했으니까 당연히 좋겠지.

 

  아저씨는 영숙이 이야기는 안 한다.

  아마도 여자라서 그럴 것이다.

  그때만 해도 여자는 시집을 잘 가는 게 여자로서 태어난 지상 최대 최고의 목표였으니까.

  그래도 기분이 좀 그랬다. 

 

   선생님은 모르는 아저씨에 시골 아저씨 말인데도 무척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하기는 앞으로 출세할 상이라는데 기분 나빠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건 지소의 난로에 불이 붙어서 따뜻해졌기 때문에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월말이라 영숙이는 군 보건소에 보고할 서류를 정리하고 윤선생님도 보건소에 보낼 진료 내역서를 정리하였다.

   

   의외로 글씨를 못 썼다.

   보통 말하는 졸필인가?

   악필인가? 

   그런데 보고에 필요한 종이를 여러 장 가져와서 정성스럽게 몇 번이고 제대로 써질 때까지 쓰고 또 썼다.

 

           "뭐하러 그렇게 여러 번 써요? 그냥 보내고 나면 그만인데요."

           "아냐 이런 서류가 얼마나 중요한데."

           "서류를 얼마나 잘 작성하느냐에 따라 그걸 쓴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고."

           "그러니까 깨끗하게 쓸 수 있으면 여러 번 쓰더라도 깨끗이 써서 보내야지."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똑같은 서류를 그토록 열심히 여러 번 다시 쓰기도 어려울 만큼 쓰고 또 쓰는 것을 보고 영숙이는 놀랐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았다.

   또 못쓰는 글씨라도 여러 번 정성들여 쓰니까 보기에 좋아 보인다.

 

      ~ 선생님은 정말 사소한 것이라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구나. ~

 

출처: https://sjjtc1.tistory.com/189 [베이비 붐 세대 - 또순이:티스토리]

 

   < 청성보건지소 >  

   

   한달에 한번 방문 하는 엄마한테 가는 김에

   쫑숙이 차 얻어 타는 김에

   청성보건 지소를 찾았다. 

   

   네비가 가르쳐 주는 대로 찾아 가는데 가는 길이 42년 전과 똑 같았다. 

   

   영동과 용산을 지나서

   청산을 통과하고

   청성으로 들어 갔다.

 

   청성은 그 옛날 깡촌이었던 것 처럼 여전히 깡촌이었다.

   청성 면사무소가 안보여서 마을 끝에서 어리벙벙하고 있는데 청성 초등학교가 보였다.       아직도 청성 초등학교가 있는거 보면 청성면에 아직 아이들이 있기는 있는가부다.

   

   청성초등학교를 보니 반가웠다.

   예전에는 운동장이 제법 넓었던거 같은데 진짜 좁아 보였다.

   실제로 작게 줄였나?

   아이들 숫자에 맞춰서?

 

   차로 지나가느라 속속드리 보지 못하고 바로 면사무소 마당으로 들어섰다.

   

   면사무소 마당에는 승용차가 가득한 주차장이 되어 있다.

   홀로 선 버드나무도 없다.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잘랐을 것이다.

   

   면사무소는 예전의 사이즈 그대로 그 자리에 다시 지은 듯 했다.

   면사무소 옆으로는 보건지소 있던 자리까지 커다란 신식 창고가 하나 들어서 있다.

   

   창고 옆으로 나란히 커다란 보건지소가 있었다.

   정말 반가운 마음으로 뛰어 들어가듯 조금은 설레고 조금은 민망함을 안고 들어섰다.

   

   보건지소에는 간호사 선생님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누구신가 하다가 예전에 여기에서 근무 했었다고 하니 무척이나 환영과 반가움을 표현하시고 따뜻한 커피와 녹차를 권하신다.

   

   막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려 하는데 언양에서 전화가 왔다.

   ㅠㅠㅠ

   나가서 전화 받고 막 들어 왔는데 또 전화가 왔다.

   또 나가고 또 들어 와서 경력을 말하는데 쫑숙이가 벌써 말했다고 하넹.

   

   바로 직진 ~

   

  예전에는 무의촌 의사 선생님이 6개월 근무 했었는데 지금은 공중 보건의가 군대대신 3년 근무한다고 한다.

   

   농협은 그 자리에 있었고 농촌 지도소는 농촌 기술 센타로 통합되었다 한다.

   

   보건지소 건물은 많이 커져 있었다.

   2층에는 공중 보건의가 살림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고 한다.

   진료실을 비롯해서 의료기구나 환경과 시설등이 참 좋아 보인다.

   

   이런거 보면 우리 나라가 진짜 잘 살게 되어서 정말 좋다는 생각을 한다.

   마을은 예전 그대로인데 보건지소는 시내에 있는 웬만한 병원을 방불케한다.

   

      "아 옛날에는 걸어다니고 엄청 고생했다던데요? "

      "그때는 주로 가족계획이었지요?"

   

   보건소 간호사 선생님한테 예전에 같이 근무했었던 무의촌 선생님으로 파견 됐었던 의사 선생님을 엄청 좋아 했었다고 말했다.

   나이가 먹어서 뻔뻔해지긴 했나부다.

   그런 말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걸 보면 ㅋ

   

   영숙이가 근무하던 당시에 계시던 무의촌 의사선생님이 지금은 요양병원 진료원장님으로 계신다고 말하니 어떻게 아냐고 묻는다.

 

    "인터넷 두드리니까 나오더라구요."

   

   옆에서 쫑숙이

       

     "언니를 기억도 못할거다."  

     "세세한거는 기억 안나도 여기서 근무 했었던건 기억할걸?"

 

    보건지소 간호사 선생님 

       

      "찾아가 보셔요."  

      "이 얼굴을 어떻게 보여 줘요."

 

    영숙이는 자기 얼굴에 동그라미를 치면서 말한다. 

     

       "얼굴이 이래서 ㅋ"      

       "전화도 못하겠어요."

   

   보건지소를 나오면서 간호사 선생님에게 말했다.

     

      "한번 안아 볼께요. 토닥토닥"   

      "토닥토닥도 한번 못해 봤네요. 그런 이야기도 블로그에 써 있어요."

   

   핸드폰 번호를 받고 블로그 주소를 넣어 드렸다. 

     

      "심심할 때 들어가 보세요."                                                              

      "보건지소는 조용해서 뭐하려고 마음 먹으면 참 좋아요."

      "그런데 시간을 잘 이용하기가 쉽지 않죠?"

      "맘 먹고 뭐하는게 절대로 쉽지는 않아요."                 

      "정말 친절하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더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전화 때문에 시간을 너무 빼앗아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면서 보건지소를 나섰다. 

   

   보건지소 뒤에 구세군 교회를 지나서 예전에 할머니 집을 찾아갔다. 

   

   제법 마당도 넓었던거 같은데 참 좁다.

   사랑채도 작다.

   방들도 작다.

   안방과 연결된 작은 방도 적다.

   옆에 연결되어 붙어 있는 바깥채도 작다.

   

   부엌과 여닫이 문들은 그대로인데 모든 방의 사이즈가 다 작다.

     

    ~ 이렇게 작은 집이었었나? ~

    ~ 이렇게 작은 방들이었었나? ~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에 대문이 찌그러져 있다.

   보온을 위해 덧붙인 샷시들은 제자리를 이탈해서 기우뚱하니 구부러져 있다.

   방은 시멘트를 다시 바른듯한데 도배조차 되어 있지 않았고 옆에 덧붙여져 있는 바깥채에는 싱크대가 나 뒹굴어 있다.

   

   42년이란 세월에 많은 것이 변했다.

   

   구조나 옆에 붙어 있는 방들은 그대로이다. 

   마당에 풀이 가득하다.

   마당에서 내려다 보이던 아래 집은 보건지소가 차지 하고 있다.

   

   구세군 교회는 그대로였지만 다시 지어져서 사이즈가 좀 커지고 초록색 종탑은 철탑으로 바뀌어 종 대신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교회옆으로 지나가면서 내려다보니 면사무소 정문이 창고와 보건지소  2층짜리 건물 사이로 조금 보인다.

  전에는 1층짜리 낮은 건물이라서 지붕 너머로 면사무소 정문이 보였었다.

   

       ~ 정말 선생님께 블로그 사이트 알려 드려야 하나? ~

   

   도로가 동네 밖으로 잘 닦여 있다. 

   술도가는 옛날 그대로. 

   

   천천히 걸어 다니며 둘러 보면 좋을 듯 싶은데 시간에 쫓긴다. 

   

   버드나무는 없어졌지만 농협 근처에 느티나무 고목은 그대로이다. 

   마을 안쪽 길가로 새로 지은 집이 두어채 보인다. 

   마을은 전체적인 분위기나 모습이 예전 42년전 모습 그대로이다.

 

   추억여행.  

   이렇게 다녀보니 좋은거 같다.◑        

 

   출처: https://sjjtc1.tistory.com/226 [베이비 붐 세대 - 또순이:티스토리]   

728x90
반응형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물세살의 수채화  (0) 2022.09.03
스물세살의 수채화  (0) 2022.09.02
스물세살의 수채화  (0) 2022.08.29
스물세살의 수채화  (0) 2022.08.28
스물세살의 수채화  (1) 2022.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