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City life of JINNSSAM

스물세살의 수채화 2 - 2

by 영숙이 2023. 2. 26.
728x90
반응형

<스물세살의 수채화 2 - 2>      

선우 아파트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꽉차 있었다.

홀로 선 버드나무라는 제목으로 청성 보건소
에서 6개월 동안 같이 근무하던 최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어했다.

선생님은 근무하시던 병원으로 돌아 가셨고 학교로 온 JINNSSAM
은 선생님에 대한 글을 썼지만 외로움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때 제일 많이 생각
했던 사람은 학교 다닐 때 만났던 PASSION.
하얀 로맨스의 주인공
~

울산 여상은 작은 산을 깎아 교실로 만들어서
교실 뒷쪽에 산책로가 있었고 여기 저기 벤치가 있었다.
수업이 없을 때면 벤치에 앉아서 PASSION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만하면 괜찮은 아이였는데 ~
그래도 한번 도전
했고 실패했고 더이상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냥 생각일 뿐.
  
교무실에서 우연히 지방신문에 실린 닥터 최 선생님 이야기를 읽었다.

'선생님이 포항 성모병원에 근무하시는 구나.'

전화를 하고 찾아 갔다.
  주차장에 있는 차에서 대기해서 차를 탔다.
차를 타고 병원을 내려 오는데 맞은 편에서 시장을 봐가지고 오는 중년의 아주머니가 JINNSSAM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옆에 앉은 최샘을 바라보았다.

기미가 가득 내려 앉은 얼굴.
증오 어린 눈빛 ~

JINNSSAM도 옆에 앉아있는 최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무슨 뜬끔포?

"여기서 내리면 울산 가는 버스가 있어요."

경주 무슨 주차장에 덩그러니 내려져서 지나가는 버스를 바라 보았다.  
  귀에서 소리가 윙 ~

"결혼 해야지.
피부가 점점 시들어 가는데."

무슨 소리람
무슨 헛소리람
  
차에서 옆에 앉아 있던 JINNSSAM 팔을 아래 위로 훝어 보면서 깔보는 것처럼 느껴지던 눈길 ~
으 ~
최샘은 그런 분이 아니셨다.

하얗고 작은 시골
보건지소 사무실에 겨울 내내 갇혀 날마다 6개월 동안 얼굴을 보면서도 한번도 그런 이상한 시선을 보낸 적이 없었다.
아주 차갑거나 쓸쓸하거나 무언가를 동경하는 듯한 소년의 눈빛이었다.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더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JINNSSAM을 싫어 했다고는 생각 안한다.
JINNSSAM이 좋아했던 만큼 최샘도 JINNSSAM을 좋아했다고 생각한다.

가족에 대한 책임.

최샘은 장남으로써   JINNSSAM은 장녀
로써 인간으로써 가족과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인들에게는 로맨스이지만 현실은 불륜이라고 했나?
불륜 관계란 있을 수 없다.
보건지소에 무의촌 의사로 근무하는 동안
좋아하는 마음으로 지냈을 뿐이다.

상상은?
상상은 자유.
여러가지 상상을 했었지만 그냥 상상
으로 끝났던 것이다.

포항병원에서 경주 주차장까지 데려다 준 사람이 최샘이던지 아니던지 상관없었다.
최샘과는 거기까지였다.

선우 아파트 뜰에서 그동안 썼었던 모든 글들.
중학교 때부터 써왔던 일기장들을 전부 찢어서 태워 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가리라.'

  그리고 아파트를 구입했고 이사한 것이다.

청성보건지소를 떠난 후 쓴 모든 글들을 다 찢어서 태웠지만 청성보건지소에 근무하면서 썼었던 글들과 일기들은 남겨 두었었다.

40년 동안 끌고 다니다가 코로나가 시작되던 2020년 봄에 티스토리에 정리하다가 인터넷을 뒤지니 선생님 이야기가 떳다.
글을 정리한 후 선생님한테 전화를 했다.
전화 할 생각은 안했는데 글을 다 쓴후 청성보건지소를 찾아 갔더니 그곳에 계시던 간호사님이

"한번 찾아가 보시지 그러세요."

그말을 듣고 전화를 했던 것이다.
40년 저편에 계시던 샘을 전화기로 불러 냈었다.

"샘 안녕하셔요?"
"저 청성보건지소에 근무하던 서양인데요. 기억나셔요?"
"아 ~ 청산 ~ 기억이 날듯도 해요."
  "선생님을 모델로 소설을 썼어요. 그때 선생님을 참 좋아했었
는데~."
"서점에 가서 한권 사볼께요."
"저는 그렇게 유명한 작가가 아니에요.
그럼 책으로 만들어서 보내 드릴께요."
"그럼 수고해야 하잖아요.
인터넷은 못하지만 책은 돋보기로 하루에  한장씩 읽을 수 있어요"
"아.네 만들어 볼께요."
"전화줘서 고마워요."
"앞으로 전화해도 될까요?."
"아 ~ 예 ~ 이 나이에 전화한다고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살아계셔 줘서 감사해요."

여전히 빠른 말투.
약간의 비음섞인 음성.
상대편의 말을 알아 듣고 핵심을 말하는 대화 스타일.
선생님은 죽다 살아났고 눈도 안보이신다고 했지만 건강하신 것처럼 느껴졌었다.

책으로 만든다고 힘들었지만 만들어서 한권 보내드리고 전화는 하지 않았다.

코로나가 지나갈 즈음에 인터넷에 샘이 원장 선생님으로 계시는 요양원을 찾아보니 다른 분이 원장님이셨다.
샘이 나오신 대학동문회에 들어 갔더니 샘의 부고가 떴다.

결국은 샘 얼굴을 한번도 못본 것이다.
한번쯤은 얼굴을 뵙고 지나간 날들에 대한 추억담을 나누었어도 좋았을텐데.

얼마나 샘이 열심히 사셨는지에 대한 이야기.
얼마나 JINNSSAM이 열심히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

인생 이야기.

최근에 꽃을 파는 서민부자 프로를 보았는데  그분 말씀이
제조업에 이야기가 없다면 제조의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
동감이다.

  인생 이야기

  성경에 어떤 인생은 한줄로 표현되고 어떤 인생은 이름만 나온다.
우리 조상들은 족보로 이름을 남겼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는?  

청성보건지소를 떠난 이후 최샘을 제대로 만나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소설을 쓴 것으로 만족한다.

최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728x90
반응형

'소설 > City life of JINNSSAM' 카테고리의 다른 글

City life of Jinnssam  (0) 2022.10.23
진달래 ~ 사쁜이 즈려 밟고 ~  (0) 2022.04.13
꽃비 ~ 열여덟살꽃비  (0) 2022.04.12
벚꽃 터널, 밀면 그리고 ...... 1  (0) 2022.04.09
1. 정선생 이야기 A  (0) 2022.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