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칼럼/국내여행

한양 다녀 오는 길

by 영숙이 2023. 3. 12.
728x90
반응형

< 한양 다녀 오는 길 >

먼저 내려갈 짐을 챙겨야 한다.

여기 저기 흩어져있는 물건들을 찾아 모아서 짐가방에 대충 대충 나누어서 챙겨 담는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떠날 때보다 돌아갈 때가 짐이 더 많다.

무엇때문에 짐이 이렇게 늘어났지?  생각하는게 귀찮아서 차근차근 담지않고 대강 대강 ~

짐을 꾸려서 나왔는데 폰을 두고 나와서 대략난감  ㅎㅎㅎ ~
웃긴다.

폰 챙기고 헐레벌떡 택시 타는 곳에 가니 곱게 생긴 택시 운전사분이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타도 되겠넹 ~

운전석 옆자리에 타는데 물건이 걸리적 거린다.

"ㅎㅎㅎ 죄송합니다.
빨리 타고 싶은데 빨리 타지지가 않네요."
"괜찮습니다."
"천천히 타셔요."

말이라도 감사하다.

"마음은 100미터 전방을 달리고 있는데 실제로는 10미터로 달리고 있네요.
슬로우 슬로우 템포로 가고 있는 거예요."
  "어쩌면 10미터가 아니라 시속 1미터로 달리고 있는지도 모르죠."

운전기사가 짧게 웃는다.
운전 기사 얼굴을 슬쩍 보았다.
마스크를 써서 얼굴은 잘안보이지만 눈이 선량해 보인다.
안심표이넹

"마스크 쓰시겠어요?
여러사람이 타고 내리니까요"
"아, 맞네요 ~ 저는 코로나 때도 잘안쓰고 다녔었지만, 규칙은 지켜야겠지요.".

  말을 걸었다.
제일 무난한 질문으로  

'전도를 하려면 말을 걸어야 전도를 하지.'

속으로 생각하며

"운전하신지 오래 되셨어요?".
"32년 되었네요"
"아하 ~  오래 되셨네요."
"그럼 이 지역을 잘아시겠네요. 어디가 제일 집값이 싼가요?"
"중원구가 아무래도 싸겠지요? "

부동산 가격에 대한 질문을 하면 의외로 택시 하시는 분들은 당황을 하면서 보통 분노를 표출하거나 집값의 무한상승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기사 분은 잠시 생각하더니

"네. 그렇지요. 구시가지가 싸지요.
상대원동 2동이나 3동 태평동은 서울하고 가까워서 많이 올랐고요."
"재개발 한다고 집값이 많이 올랐어요.
아파트는 많이 세웠고 인구수는 줄어들고 앞으로는 집값 안오를 거예요."
"네에 ~"  

소신이 분명하고 목소리 톤이 일정하다.
많이 배우신 분이시구나.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물었다.

"32년이요?
  그럼 주로 이지역에서 하셨나요?"
"택시는 지역제라서 주로 한지역에서만 해요."
"혹시 다른 지역에서도 택시 하셨나 싶어서요"
"이지역에서만 했어요."
  "아 ~ 네."

그러는데 벌써 도착.
오늘은 예수님의 예자도 꺼내보지 못했다.

"현금드려도 될까요?"
"아 ~ 네. 현금이 좋지
요."
"잔돈 빼고 나머지 주셔요."
"감사합니다."

  기분좋은 기사분이시다.
내려서 주머니 속의 현금을 꺼내서 그림을 맞추어 정리하면서

'저런 택시 기사 분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 세상일지. '

아까 오면서 말했었다.

"멀리 못가고 가까운데 가서 미안해요."
"아뇨 괜찮습니다."

편안하게 대화할줄 아는 것도 대단한 재능이다.
요즘 문자만 써서 전화응대 레슨도 받는다고 한다.

아파트 일층에서 티비 배달하시는 분을 만났다.

"오늘이 금요일이니 내일은 쉬시겠네요."
"우리는 내일도 일해요."
"아.네. 그럼 언제 쉬어요?"
"일요일에는 쉽니다."
"아하 한달에 네번 쉬네요."
  "내일 모래는 와이프랑 놀러가요."

기사분 얼굴에 웃음기가 묻어난다.

"피곤하네요."
"72% 카카오 좀 드셔 볼래요"
"아.네."
"이거 드시면 피곤이 사사삭 사악 사라질거예요."

기사 분은 기쁜 얼굴로 쵸코렛을 가져가신다.

오늘 만나는 사람들은 다 기분이 좋은 사람들이다.

이런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