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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칼럼/국내여행

잘살아야돼 ~ 맛조개 잡는 일광 바닷가 카페에서

by 영숙이 2023.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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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살아야돼 ~ 맛조개 잡는 일광 바닷가 카페에서 >     

잘 산다는게 뭘까?
보통 돈이 많아야 잘 산다고 한다.

정말일까?

물론 돈이 없어서 돈 때문에 허덕거리면 잘 산다고 할 수 없다.
요즘 대행사란 드라마를 보는데 3000억을 준다고 픽업하는데 거절한다.
인간의 가성비를 돈주고 살수 있느냐고.
돈주고 하는 인간관계 믿을 수 있느냐고, 당연히 믿지 못하고 의심하지 않겠냐고.

요즘은 3000억이 아니라 몇푼의 돈 때문에 인성을 팔고 인간이 하면 안되는 일을 하는 것을 본다.

잘산다는 것은 그저 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늘 교회에서 목요전도하러 가는 날이다.
교회에서 하는 전도 지역이 3군데 있는데 오늘은 지난 주에 갔던 곳 말고 다른 곳으로 갈까 하다가 지난 주에 이번 주에도 온다고 말했는데 약속을 지켜야지 하면서 천천히 늦은 발걸음을 했다.

예쁘게 자리잡은  다육이들을 들고

"혹시 다육이 키우는 것에 관심이 있나요?"

마침 얌전하게 보이는 아주머니가 집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이길레 물었더니 얼굴을 한번 올려다보고 묻는다.

"이렇게 열심히 예쁘게 키우셨는데 주셔도 되요?"
"그럼요. 산더미처럼 많이 키워서 가지고 있으면 뭐하겠어요. 이렇게 드리면 좋아하시는 걸요.
마음에 드는 걸로 가져가세요."
"그런 이걸 가져갈
께요. 물은 얼마나 주나요."
"일주일에 한번 물에 반나절 정도 담갔놓았다 꺼내면 되요."

미니 토분에 심겨진 다육이 하나를 소중히 꺼내서 들고 가신다.

"예쁘다, 예쁘다 하면서 물주셔요. 가족 건강위해 기도하시구요. 나라 위해서도 기도해주세요."

아주머니는 수줍은 얼굴 표정처럼이나 얼릉 길을 건너가신다.

다음에는 몇번 거절 당하고 맞은 편에 지나가시는 중년 여성분이 눈에 뜨인다.
얼릉 건너가 다육이 통을 드리밀고 물었다.

"혹시 다육이에 관심이 있으세요?"
"아 ~ 저 전에 같이 근무한 것 같은데요?"

그 말을 듣고 마주친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지만 잘 모르겠다.

"저 어디서 근무하셨어요?"
"중앙여고하고 학성 여고요."
"아 ~ 저도 근무하기는 했어요."  

"저 박별이라고 해요."
"아네. 생각나요. 미술 선생님이셨지요?"
"기술인가? 담당하지 않았나요?"
"아 네 ~ 고등학교에서 교련을 했어요."
"아 ~ 교련 ~ 맞아요."
"어떻게 지내세요?"
"도자기 공방을 해요."
"태권도 2층에서요."
"그래요?"
"샘 차 있어요?"
"차를 폐차 했어요. 차를 사야하는데 돌아다니면서 구경해야하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네요."
"오늘 같이 다니면 되는데 ~ "
"오늘은 약속이 있고 내일 찾아갈께요."

폰에 전화번호를 찍고 내일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몰라봤는데 먼저 알아 보네요."
  "그러니까 잘살아야 돼요."

벌써 15년 넘은 세월을 훌쩍 뛰어 넘은 것은 별이 샘하고 잘지냈기 때문이다.
그 때쯤 기억나는 일들 중에는 카풀 하던 샘이 기억나고 또하나는 마음이 아픈 이야기다.

같은 체육과에 근무한 샘이었는데 보건실 업무를 하고 있으니  자신이 해야할 건강기록부를 관리
하라는 것이었다.

진샘은 교련을 담당한 교과 샘이고 보건실을 전담하는 보건교사가 아니니 체육과에서 관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젊은 체육부장한테 그 샘이 말해서 엄청나게 부장이 화를 내었다.
부장이 미친듯이 화를 내고 그 샘은 체육과 다른 샘하고 친하게 지내면서 진샘을 왕따 시켰다.
결국 다음해 업무 분장에서 진샘은 다른 부서로 가게 됐고 보건 업무는 그샘이 가져갔다.

그 일로 그 다음해에는 진샘은 사회과 부전공
으로 중학교에 내려가게 되었다.
그때 당시 보건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보건 업무를 하는 샘만 보건 교사로 발령을 냈기 때문이다.  

중학교로 내려와서 사회교사로 근무하던 중에 그 선생님 소문이 들려왔다.
그 샘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와 함께
슬픈 소식이 ~
정말 말하고 싶지 않다.
너무 슬퍼서  ~

만약 그 샘을 지금 만난다면 박별 선생님처럼 반갑게 기뻐할 수 있을까?

오늘은 카페할 때 3년 내내 진샘 카페의 단골이었던 연이와 일광 바닷가를 찾았다.

전도가 끝나고 다육이가 3개가 남아서 전도지를 3개 들고 가다가 문열린 가게에 들렸다.
올려다보니 피부관리실이다.
가게에 들어서니 반갑게 맞이한다.

"교회에서 전도하러 왔는데요."
"저는 불교인데요."
"아, 그러세요? 그래도 한번 읽어보세요."

전도지를 드리고 주인 맞은편 자리에 앉아서 손에 들린 다육이를 보여드리면서

"관심있으면 하나 키워보실래요?"
"아 ~ 저도 키웠었는데 죽더라구요. "
"아 ~ 물 많이 주면 죽어요. 물을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번씩 줘야해요. "
"쫄쫄 굶겨서 잎이 마르기 시작하면 그때 물을 주시면 되요. 자주 물을 주면 얘들이 썩어서 죽어요."
"아 그렇구나."
"차한잔 주셔요."
"아 ~ 네 메밀차 있네요."

차를 한잔 마시면서 가게를 둘러 보았다.

"여기 작은 화분이 있어요."
"여기다 넣으면 되겠네요"

사이즈가 딱 맞는다.
접시로 만들어진 화병을 하나 내놓은다.
화병에 맞게 넣으니까 다육이 3개가 딱 들어간다.

"딱 맞네요.그냥 다 드릴께요."
"다 저를 주어도 되나요? 전도하려면 있어야하잖아요."
"괜찮아요."
"가게 하신지는 얼마나 됐나요?"
"한 5 ~6년 됐나요?"
"쉽지 않았겠어요."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세상에 거저라는게 정말 없는것 같아요."
"이 가게가 제 가게 거든요. 세주고 했다면 못했을 거예요."
"네 ~ 맞아요."
"길게 오래하려구요."
"네 ~ 그럼 이만 약속이 있어서요."

시연이를 만났다.
3년 전에 그만 둔 카페에서 건진게 있다면 유일하게 시연이랑 친구가 된거다.

초딩과 중딩을 위한 카페라서 이런 저런 아이들을 많이 만났지만 시연이랑만 친구가 된 것이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카페를 다녔고
이후 대학 졸업하고 이즈음도 1~2개월에 한번씩 만난다.
  
카페할 때 매일 와서 미니블럭 구매하는 아이가 있었다.
연말 쯤 아이가 큰 가방을 메고 와서 믿고 맡긴 열쇄로 블럭이 들어 있는 장을 열고 사겠다는 블럭 말고 이러 저러한 블럭을 가방에 담아갔다.
아이가 간 다음에 cctv를 들여다보니 환하게 보인다.

매일 사러 오던 아이인데 어쩌면 좋을까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니 그냥 내버려 두라고 했다.
진샘은 일주일 동안 고민하다가 아이한테 메세지를 보냈다.
cctv에서 봤다고 ~
아이는 이후부터 발길을 끊었다.
교회 다닌다고 했었다.

그 아이가 정직하게 진실하게 대했다면 지금도 가끔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되었을텐데 아니면 카페를 그만 두면서 아이가 좋아하던 미니블럭을 원하는 만큼 줄 수도 있었을 텐데 ~~~

한아이는 천원짜리 생크림 와플을 먹으면서 생크림을 더 달라고 하길레 생크림통을 주었더니 한통을 다 뿌렸다.
서울로 일주일에 한번씩 교수님에게
수학과외를 하러 다니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들과 친구가 될 수가 있을까?
잘 산다는 건 ~
잘 지낸다는 건 ~
참 쉬우면서도 한편 마냥 쉽기만한 것은 아닌 것이다.  
거짓말로는 잘살수 없다.

속인다면 어느정도
까지는 친해질 수 있겠지만 언제인가는 거짓말이 들통이 날 것이고 ~

잘 살아야 한다 .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누구나 자신있게 만만하게 잘 산다고 말할 수 있는게 아니다.

오늘의 내용은 시연이랑 일광 바닷가를 바라보면서 쓰고 있다.
쓰다보면 바닷가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여기 카페에 오기 전에 바닷가에서 맛조개를 잡는 것을 보았다.

삽으로 바닷가 모래사장을 떠내면 모래에 구멍이 뚫린 것이 보인다.
소금을 구멍에 뿌리고 기다리면 구멍에서 공기가 뽈록뽈록 올라오면서 맛조개의 머리가 쏙 올라오는 순간.
딱 잡아서 뽑아 올리면 된다.

잡는 것도 신기했지만 옆에서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있어서 마구 마구 소리 지르게 된다.
저기 저기 올라온다.
잡았다
뻘에서만 잡히는 줄 알았더니 도시에 있는 일광 바닷가에서도 잡힌다.

맛조개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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