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한양상경

by 영숙이 2023. 9. 28.
728x90
반응형

< 한양상경 >

 

뿌듯 뿌듯 ~
경쟁을 뚫고 기차에 올라탔다.

 인도의 기차는 전쟁 난리통이 아니어도 기차 지붕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올라탄 채 운행한다.
 TV로 보는 것도 무섭다.
그런데도 기차는 간다.
사람들은 기차 지붕에 올라탄채 평온한 얼굴로 어디론가를 간다.
나도 인도를 가게 된다면 그래서 그런 기차를 타야한다면 아마도 그런 기차를 탈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지붕위에 타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경쟁률은 지붕위까지 타야하는 인도의 기차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상당한 경쟁률을 뚫고 한양 상경 기차에 몸을 싫었다.
 ㅎㅎㅎ
 

 빨간날은 경로할인이 안된다.

 내려오는 날은 평일이라 할인을 받았다.

 그래서 할인도 받았겠다, 올라가는 날은 특실로 끊었다.

 특실 ~
 꿈만  꾸던 특실 좌석에 앉아서 간다.
 그런데 이 특실이라는게 좋아서 한번 특실을 타기 시작하면 못벗어날 것 같다.
 좋다.

 앞뒤 좌석이 넓어서 좋다. 좌석이 4개가 아니고 3개라서 좌석도 널찍 널찍
 ㅋㅋㅋ
 타면서 말했다.

 "색씨가 빨간날이라 경로할인 안되길레 특실 끊었지여 ~ 잘했지여 ~  감사하져? "
 "생큐"
 "옆구리 찔러 절받아두 감솨해주니까 좋네유 ♡".

 기차에 타자마다 옆에서 회심의 카드를 내놓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 다운 받아 왔는데 볼텨? 어쩌면 자기는 본 영화인지두 모르겠네."
 "로맨틱 코메디? 정말?  고맙네 ~ 근데 영화 안볼래. 집순이가 되어서 맨날 집에서 영화만 보잖여~  영화 넘 많이 봐. 고만볼래. 뭔데? "
"첫사랑에 빠질 통계적 확률"
"그 영화 봤어. 재밌어. 끝까지 봐봐."
"근데 아까 볼일 봤어?"
"응"
"근데 조금 봤어."
"톡에 뭐라고 써서 보냈나 봐 ~ 봐."
"빨리짜르세요?"

"빨리 끊구 나오라구."
"안그래두 미어켓처럼 고개 빼고 빨라 안나오나 하고 지켜보고 있을줄 알았어. 목도 짧은데 고개 쭉빼고 보고 있었지?  왜 빨리 안나오는겨하고 속으로 불평하는 소리가 다 들리더라"
 "ㅋㅋㅋ"

 성향이 이렇게나 다르다. 
 신혼 때부터 그랬었는데 어디 갈 때면 항상 미리 미리 한시간 전에 나가서 기다리고는 했었다.

 나는 한시간이나 남도록 미리 미리 도착해 본 적이 없다.
 항상 간당 간당. 

나는 늘어져 있다가 시간이 임박하게 닥쳐야 움직인다.
물론 이번 기차표는 내가 끊었지만 표끊기 몇일전부터 옆에서 계속 채근했었다.
기차타러 올 때는 벌써 이틀전부터 채근했었다.
기차차러 올 시나리오를 미리 짜놓는다.
짐은 언제부터 싸고 아침은 몇시에 먹어야하고 대문은 몇시에 나서서 몇시 버스를 타야한다고 미리 미리 시간 계산을 해 놓는다.

 오늘 아침은 6시부터 일어나서 채근했었다.
 그러니 기차 출발 1시간 전에 도착하는건 보통이다.

 그런데 볼일 보러간 내가 20분 전인데도 나오지 않고 있으니 얼마나 신경 쓰였으면 톡에다 그런 말을 써서 보냈을까나 ~ ㅎ ㅎ ㅎ.

 사람은 이렇게 계획형이 있고 나처럼 그때 그때 영감이 떠오르는데로 움직이는 직관형이 있다.
 다 장단점이 있지만 계획형이 더 통제적이고 직관형이 조금은 자유로운 편이다.

 계획을 안짠다고 할일을 안하거나 못한적도 없다.

 닥쳐서 일을 하니까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을때 일을 시작하거나 짐을 싸면 정말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계획형이라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도 아니다.
 그 중간 언저리 어디쯤이면 좋을텐데 ~ .

 기차 타기전 SRT와 같은 시간대에  KTX 기차가 있다고 말한다..
 말할 때마다
 "아닌데요"
 연발.

 같은 시간에 KTX가 있네.
 그런가요?
 아마도 저 건너편에서 타는가부다.
 그런가요?
 그런데 저 건너편은 부산가는 하행선 타는덴데요?
 다음 기차는 23분 이네요.
 이렇게 말해도 될텐디  ~

 아니요.
 23분에 기차 있는데요.
아니요.
저 건너편은 부산가는 하행선 타는던데요?

 꼭 정답이 아니면 어떠리 ~
 꼭 정답을 말해야 하나?
 넘 오랫동안 정답만을 말하면서 살았나부다.

 시험에는 꼭 정답만을 말해야 한다.

 만약 내가 중세 전제 군주 시대에 태어났다면 아부하는 말을 못해서 일찌감치 중앙에 있었더라도 팽 당했을 것 같다.

 오늘 신은 신발은 스니키즈.
 지난번 지인의 여식 결혼식에서 양말 신은 슬리퍼 샌달로 촌할매 컨셉때문에 망신 당한후 신발에 조금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침 톡 쇼핑에 남은 스니커즈 세일을 하길레 재빨리 뒤졌는데 마음에 드는건 전부 사이즈가 없고 지금 신은 이신발만 남아 있었다.
 세일해서 4만원대에 샀는데 인디언 세일 매장에 가니까 소가죽으로 만든 케쥬얼스타일의 신발이 6만원대.
 이미 샀는데 ~ 아쉽지만 포기했다. 케쥬얼 가죽신이 굉장히 가볍고 편하기는 했는데 너무 꼭 맞아서 조이고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했었다.

 "신발 이쁘네. 얼마줬어?"
  
 신발 이력서가 술술 ~ 자기도 하나 사줄까?
 요즘 운동화도 아니고 정식구두도 아닌 케쥬얼하게 편히 신을 수 있는 신발이 나왔던데?
 지난번 인디언에서 봤던 신발이 그거여
 인디언 한번 가봐야겠네.

 지금 기차를 타자마자 운동화와 양말을 벗고 크록스를 꺼내서 신고 있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한양 상경을 하고 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