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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순이 어렸을 적에 26 -추석

74. 추석 여름이 지나면서 하늘에 달이 점점 더 크고 쟁반처럼 동그래졌다. 추석이 가끼워지자 집집마다 동네 처녀 총각이 밤늦게 연애한다는 방앗간에서 쌀가루 찧어서 송편 만들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우리 집도 쌀가루 찧어서 송편 만들 준비하느라 바쁘고 추석 때 입을 옷을 산다고 옥천 장날에 엄마를 따라 옥천까지 버스를 타고 나갔다. 엄마는 시장에서 장사하는 아줌마하고 무언가 기분 나빴는지 싸움이 붙었다. 또순이는 엄마가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며 싸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어찌나 목소리가 크고 시장이 떠나갈 듯 고함을 쳐대는지 정말 우리 엄마가 맞을 까 싶을 정도였다. ' 항상 조용하시기만 해서 엄마는 큰 소리 낼 줄도 모르고, 싸울 줄도 모르는 줄 알았더니 우리 엄마도 씨울줄 아시는구나. ' 그렇게 입게..

또순이 어렸을 적에 25 - 또돌이와 달걀

72.또돌이와 달걀 외양간의 소를 내다 팔아서 빈 와양간에서 닭들이 달걀을 낳았다. 또돌이가 달걀을 꺼내 오더니 먹자고 한다. " 엄마 몰래 먹다 갈리면 엄청 혼난다 너? " " 엄마가 먹으라 했어. 하루에 한알씩 " " 뭐? " 또순이네 집은 남존여비 사상이 없는 평등한 집인줄 알았는데 또순이 몰래 또돌이에게만 사랑 담긴 달걀을 매일 한알씩 주고 계셨다니 ...... 또하나 또돌이가 입는 옷은 또순이가 걸치거나 입으면 크게 화를 내셨다. 아빠한테 여자 이기 때문에 엄마가 늘 코너에 몰려서 다른 집은 몰라도 또순이네는 남녀평등인줄 알았다. 평소에는 그런 기미가 전혀없었는데 .... 하루는 학교떠돌이 상인이 파는 털실을 코바늘 같이 생긴 것에 끼어서 천에 박아 털을 만드는 것을 또순이가 사왔다. 한참하다가..

또순이 어렸을 적에 24 - 아버지

71. 아버지 군청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는 생각도 많고 부지런도 하신 분이셨다. 사람은 보통 생각이 많으면 생각하느라 몸을 빨리빨리 움직이지 않는다. 몸이 부지런한 사람은 몸을 움직이느라 생각할 틈이 없다. 생각도 많이 하고 몸도 부지런하셨던 아버지는 평생 바쁘게 사셨으므로 살찔 여력이 없었다. 한번도 살찐 모습을 뵌적이 없다. 항상 마른 편이셨다. 군서에다 산을 사고 집을 짓고 가족을 이사 시킨 다음 옥천까지 작은 오토바이를 사서 출퇴근을 하셨다. 오토바이가 귀한 시절이었지만 우리는 아버지 오토바이를 만질 생각도 못했다. 오토바이는 그냥 오토바이가 아니라 아버지 오토바이였으니까 오토바이는 오래 타시지 않고 파셨다. 술을 좋아하시니 술마시고 왔다 갔다 하시기엔 오토바이가 불편 하셨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

또순이 어렸을 적에 23 - 수학여행

68. 수학여행 수학여행에 대해서도 기록한 것을 속히 찾아서 올리겠습니다 69. 운동회 추석이 끝나고 운동회가 열렸다. 운동장에는 만국기가 걸리고 파아란 하늘 아래 달리기를 위해서 선명한 하얀선이 그어진 운동장에는 노래소리가 스피커를 통하여 가득 넘쳐 난다. '날아라 푸른 하늘을 ~ 달려라 푸른 벌판을 `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동생들 등등......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 집은 온 가족이 운동장에 모인다. 초등학..

또순이 어렸을 적에 21 - 5학년

62. 5학년 5학년이 되어서 남녀 합반이 되었는데 또순이는 부반장에 뽑혔다. 담임 선생님이 다른 곳으로 전근을 하시고 대신 전근 오신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을 하시게 되었다. 선생님은 첫 시간에 반장, 부반장을 앞으로 나오라 하였는데 또순이는 여러번 말하는데도 나가지 않았다. 선생님은 안 나오면 다시 뽑는다고 하였는데 정말로 부반장 선거를 다시 해서 다른 여자애가 뽑혔다. 반장은 김기남 남자 부반장은 얼굴이 하얀 서울에서 온 아이였고 여자 부반장은 사양리에 사는 복희가 되었다. 잘 생각이 안나지만 어떻든 또순이가 부반장일때는 또순이 옆에 여러명의 여자 애들이 늘 모였었는데 다른 여자애가 부반장이 되니까 여자 아이들이 모두들 그 애 책상 주위에 모여서 놀았다. 나중에 선생님이 또순이를 불러내서 부반장 나오..

또순이 어렸을 적에 20 - 참외

59. 희준이2 어린 시절 강렬하게 새겨졌던 희준이의 모습이다. 집에 가서 엄마한테 " 엄마 희준이라고 알아? 매일 아침마다 필순이네 집 앞을 지나가는데! " " 음 그래? 희준이? 잘 산다고 하던데 읍내 여관집 아들이라 하더라 집도 잘 사는데 그러고 다닌다고! " 엄마는 더 이상 말을 안 하고 생각에 잠긴 눈으로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희준이 또순이하고 상관있는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런 희준이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50년이 지난 뒤 친정엄마를 만나서 옛날이야기를 하다가 희준이 이야기가 나왔다. 엄마는 희준이 이야기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 주셨다. ----- 희준이는 나한테 외할아버지 그러니까 엄마의 아버지 친척이였다. 외 할아버지는 위로 형..

또순이 어렸을 적에 19 - 성적

56 필순이 자동차가 다니는 큰 도로 건너편에는 제법 고풍스러운 한옥이 있었고 잘 꾸며진 큰 대문에 동그랗게 만들어진 정원에는 작은 분수까지 나오는 부잣집아이 이름이 필순이다. 귀염성 있는 하얀 얼굴에 어울리는 빨간색 옷을 자주 입었는데 귀티가 흐르고 부잣집에 어울리는 부잣집 아이처럼 보였다. 필순이네 대문 앞에는 도로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긴 나무 벤치가 양쪽으로 2개 놓여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가끔 앉아서 담소를 주고받는 곳이다. 얼마나 오래되고 사람들이 많이 앉는지 나무의자가 빤질빤질 윤이 나고 촉감도 매우 좋아서 또순이도 자주 그곳으로 필순이를 만나러 갔다. 대문간에서 기웃거리고 있으면 마당에서 놀고 있던 필순이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대문 앞 의자로 나왔다. 만나기만 하면 필순이가 하는 동네 사람..

또순이 어렸을 적에 17 - 주인 집

50. 행려병사자 또순이 어렸을 적에는 길에 가끔가끔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시장이나 골목이나 이런 곳에 저녁에는 술 취한 아저씨들이 쓰러져 있었고 새벽에는 길에서 자던 사람들이 의식이 없이 누워 있기도 하였다. 보릿고개에는 먹을 게 없어서 사람들이 부황 떠서 굶어 죽던 시절이었다. 지금 아이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 왜? 라면 먹으면 되지? ' 그 시절에는 아직 라면이 나오던 시절이 아니다. 혹여 나왔더라도 삼양라면은 서민의 음식이 아니라 여유 있는 집의 먹기 어려운 식품이었다. 콩나물을 사려고 추운 새벽에 집을 나섰는데 가게가 있는 도로 옆에 나이 지긋한 뚱뚱한 할머니 한 분이 누워 계셨다. ' 아줌마 저기 할머니가 누워 계셔요! ' 가게 주인에게 이야기했지만 아주머니는 내다보는 ..

또순이 어렸을 적에 18 - 교회

53 . 크리스마스와 교회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는 어느 날 누구인가? 주인 집 딸 들이었나? 하여튼 크리스마스에 교회에 가면 노트와 공책을 선물로 준다고 하였다. 또순이도 연필과 공책을 타기 위하여 산꼭대기에 있는 교회로 갔다. 꽤 먼 거리로 산꼭대기에 외따로 서 있는 교회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늦어서 헉헉거리며 언덕을 올라 교회에 갔다. 오래된 갈색 체크 양복을 입은 영화나 소설 속에 주인공으로나 나올 법한 마르고 초췌한 인텔리틱한 아저씨가 앞에 있는 나무 탁자 앞에 서서 아이들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불린 아이들이 마룻바닥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또순이와 아이들 사이에서 나가 노트와 연필을 받아 가지고 돌아와 앉았다. 또순이 빼고는 전부 이름이 불리어 나가서 공책과 연..

또순이 어렸을 적에 16 - 담양 엄마 집

47. 담양 엄마 집 여름 방학이 되어 막내 이모랑 담양 엄마네 집에 갔다. 집은 나무로 만든 집이었고 높다란 누마루에 마당에는 맨드라미와 봉선화가 피어 있었고 양철 대문에 담벼락은 호박이 열리는 호박 넝쿨이 무성한 잎사귀를 달고 덮여 있었다. 저녁 해 질 무렵 막내 이모랑 석양이, 분홍빛이 가득 채워진 너르디너른 들판 한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석양 속으로 들어 갔었다. 한참을 가다가 뒤돌아보면 동네가 옹기종기 모여 저녁 짓는 연기를 내고 있었고 또순이는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두 번은 볼 것 같지 않아 열심히 눈에 담았다. 호박 잎을 따오라 해서 담에 붙어 있는 호박 잎을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것으로 골라 껍질을 벗겨 갖다 주면 엄마는 밥 위에 얹어 쪄서 밥상 위에 반찬으로 올려놓았다. 호박잎에 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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