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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순이 어렸을 적에 7 - 외갓집

19. 외 갓 집 옥천군 마암리 대문 집이 외갓집 주소이다. 마을 입구를 조금만 들어 가면 동네 유일한 우물이 있고 우물 바로 옆에 마을에서 유일하게 커다란 나무 대문이 있는 집이다. 우물물을 퍼서 버리면 흘러 가는 수로가 점점 더 넓어지면서 부채꼴로 퍼지고 거기에 외할아버지는 미나리를 심어서 키웠다. 그 수로 라인에는 소 외양간이 있고 푸세식 변소가 있었고 ㄴ자로 꺾여서 대문 옆으로 짚을 쌓아 두는 헛간이 있었다. 옆에는 텃밭이 있었고 각종 채소, 토마토, 고추, 오이가 자라고 있었다. 새벽마다 할아버지가 대나무 빗자루로 비질을 해서 항상 정갈하게 쓸려져 있는 제법 큰 앞마당이 있었고 일자형 기와집이 대문에서 왼쪽 편부터 부엌, 큰방, 작은 방 순서로 놓여 있었다. 동네에서 유일한 대문 집이라서 지나가..

또순이 어렸을 적에 6 - 전학

16. 나 홀로 집에(강가) 학교 가면 담임 선생님에게 혼자 있다고 엄마가 말하라 했었다. 용기를 내어 교탁에서 숙제장 검사를 하고 계시던 화려한 치장과 화장을 하신 40대의 담임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그 앞에서 숙제장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통통하고 이쁘고 좋은 옷을 입은 활발한 여자 아이 한 명과 남자아이 한 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뭇 ~ 머뭇거리다가 애들을 향하여 상냥하게 웃고 계시는 선생님에게 말을 했다. . "선생님. 아버지가 교통 사고로 다쳐서 엄마가 병간호하러 가셨는데 집에는 저 혼자 있어요." 용기를 쥐어짜서 선생님을 향해 말했지만 선생님은 ‘ 그래? ’ 하는 얼굴로 바라보시고는 그만이었다. 선생님은 숙제장 걷는 일을 도와주는 옆에 있는 2명의 아이와 계속 이야기를 하였다. 교실에는 또래..

또순이 어렸을 적에 5 - 나 홀로 집에

13. 이사 입학식 이후 사택에서 이사를 했다. 트럭에 짐을 잔뜩 싣고 영동역 앞에 있는 오래된 한옥에 부려 놓았다. 또순이는 이삿짐과 함께 타고 와서 살림살이가 한옥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버지가 청주 시청으로 발령이 나서 사택을 나와야 했고 주말에 기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하기에 편리한 영동역 앞에 집을 구하신 것같다. 방 하나에 농을 놓고 여러 살림살이에 식구들이 함께 생활하는 단칸방. 단칸방 작은 봉창 문으로는 담 대신 사용하는 초록 풀 가득한 작은 비탈에 이름 모를 하얀 꽃들이 매화였을까? 피어 있는 것이 보였다. 14. 나 홀로 집에 한밤중 자고 있는데 누군가 깨워서 일어나 졸린 눈을 뜨고 엄마를 바라보니 엄마가 외출할 때 입으시는 한복 저고리 옷고름을 매시면서 서 계셨다. 키가 큰 엄..

또순이 어렸을 적에 4 - 큰집 호두나무

10. 큰집 호두나무 큰 집에는 헛간 쪽으로 무서운 동물이 나온다는 커다란 오동나무 한 그루가 있었고 앞마당 담 바로 바깥쪽으로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호두나무가 한 그루가 있었다. 가을이면 길고 긴 대나무 장대로 그 호두나무를 두드려서 호두 열매를 땄다. 호두나무는 얼마나 큰지 가마니 3개를 가득 채웠다. 방금 딴 호두 열매를 우리가 먹는 호두로 만들려면 연두색 딱딱한 겉껍질을 벗겨야 했다. 또순이는 방금 나무에서 딴 부드럽고 하얀 호두 속살을 먹고 싶어서 연두색 딱딱한 겉껍질을 벗기기 위해서 돌로 찧고 발로 뭉개고 나무로 애써 문지른 다음에 겨우 호두 한 알을 얻어서 딱딱한 속 껍질을 깨고 뽀얗고 하얀 호두 속살을 그야말로 얻어먹었다. 때로는 큰 집 앞에 흐르는 조그만 시냇물에 가지고 가서 돌로 깨고 문..

또순이 어렸을 적에 3 - 입학식

또순이가 처음으로 학교 가는 날. 왼쪽 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옷핀으로 고정하고 빨간 란도 시루 가방을 등에 매고 학교를 갔다. 운동장에 선생님들이 서 계셨고 또순이는 담임 선생님을 찾아서 그 앞에 한 줄로 서 있었다. " 앞으로 나란히! " " 바로! " 고만 고만한 아이들 틈에서 팔을 앞으로 올렸다 내렸다 하다가 집으로 가라 한다. 집으로 오는 길에 엄마가 사진을 찍자고 하였다. 또순이의 입학식이었지만 웬일인지 엄마가 더 흥분하고 긴장한 것 같아 보였다. ' 입학기념사진. ' 사진관에 가서 앞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옷핀으로 고정하고 등에는 빨간 란도 시루 책가방을 맨 채로 찍은 흑백사진. 지금은 색이 바랬지만 어렸을 적 찍은 몇 안 되는 사진 중에 하나다. " 지금 보니까 진짜..

또순이 어렸을 적에 2 - 놋그릇 닦기

날씨가 따뜻해져서 바람이 부드럽게 불고 또순이네 집 대문 밖에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들었다. 집집마다 놋그릇들을 들고 나와서 대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뭉친 짚으로 짚 태운 재를 묻혀 놋그릇들을 닦기 시작하였다. 한참이나 힘을 주어 그릇을 문지르니 문지른 곳이 반짝반짝 노랗게 빛이 났다. " 이렇게 윤이 나게 반짝반짝 닦아 놔야 일 년 동안 잘 쓸 수 있거든 안 닦으면 푸른 녹이 나는데 푸른 녹은 몸에 엄청 해롭거든! " 모두들 즐거운 듯이 재잘거리며 재빠르게 손을 놀리며 닦고 있었다. 아주머니들도 많았고 그릇도 많았고 아주머니들 주위로 아저씨들이 허리춤에 손을 얹고 기웃기웃하며 구경하고 있었고 동네 아이들도 모여 뛰놀고 떠들고 있었다. 봄 바림은 놋그릇을 닦게 하는 바람이었고 사람들은 봄바람을 기분 ..

또순이 어렸을 적에 1 - 또순이 최초의 기억

3살인가? 4살인가? 엄마가 앉아 있는 마루에 빨간 스웨터를 입고 서 있는 또순이는 마루 끝에 키가 겨우 닿아 있었다. 엄마는 빨간 고추를 다듬고 있었고 또순이도 앙증맞은 손을 뻗어서 빨갛게 익은 고추를 만지작거렸다. "고추 만지면 맵다." 빨간색은 너무 예뻤고, 엄마도 만지고 있었고, 또 맵지 않았는지 아니면 맵다는 뜻을 몰랐던지 계속 만졌다. 어느 순간 눈이 따가웠고 손으로 문질렀더니 너무나 따가워서 울었다. "봐라, 고추 만지면 맵다고 했지?" ' 이것이 맵다는 것이구나! 엄마 말을 들었어야 하는구나! ' 어른이 되어서 엄마한테 그 이야기를 하였더니 그걸 기억하느냐고 놀라워하셨다. 날씨가 매우 추웠다. 또순이는 개울가 언덕에 빨간 스웨터를 입고 서 있었고 엄마는 빨래터에서 다른 엄마들 틈에 끼어 빨..

베이비 붐 세대 -또순이

베이비 붐 세대로 태어나 행복한 대한민국에서 살았습니다. 여름 지나가는 소리 끝을 따라 휴가를 다녀오지 못한 복순이 엄마를 모시고 여름휴가에 나섰습니다. 길 모퉁이를 돌아 섰는데 평범한 지금까지와는 달리 아주 아름다운 경치를 보게 된다던지 아님 평범한 출입문을 열었는데 거기에 크게 놀랄만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괜찮다고 생각되는 가게를 가면 꼭 붙어 있는 글귀들과 액자들을 보고 있었는데 평소 생각하고 있었던 문장이 무심한 얼굴로 쳐다보며 깜짝 놀라게 해 주었습니다. 나는 항시 기뻐하며 행복하게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1) 행복의 이유 "대한민국"에 태어 나서 행복 합니다.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던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다른 나라를 도와 주는 "대한 민국"에서 살아가고 있음이 행복합니다.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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