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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홀로선 버드나무48

< 홀로 선 버드나무 > 44. 에필로그 1. 가슴에 처음으로 남자의 가슴팍을 느끼게 했던 그 사람은 단 한 번의 눈짓도 보여 주지 않고 단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은 체 가버렸다. 가버리는 그 뒷모습을 단지 그냥 보고 있었다. 그 너무 잘 생긴 얼굴이 그리고 그 엉성한 걸음걸이가 차츰 따스해져 가던 눈빛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그 가슴에 매달릴 수 있기를. 처음으로 남자를 느끼게 했던 그 사람은 단 한 번의 눈짓도 보여 주지 않고 단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은 체 가버렸다. 가버리는 그 뒷 모습을 단지 그냥 보고 있었다. 아니 가버리고 나면 그 공허함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먼저 떠나 왔다. 악수도 해 본적 없고 손도 한번 잡아 보지 못한 사이지만 혼자 남아 있게 된다면 폭발할 것 같아서 먼저 떠났다. 혼자서는 견딜 수 없.. 2020. 1. 30.
< 홀로 선 버드나무 > 43. 홀로 선 버드나무 이후 비가 흩날리는 날씨. 너무 작은 그릇에는 조금의 물 밖에 담을 수가 없다. 큰 그릇에는 자연히 많은 물이 담기는 법 언제나 큰 그릇이 될까? 결국은 10년 후에도 지금과 진배 없는 이기적인 생각 속에 이기적인 행복도 다 추구하지 못한 체 허덕이는 것은 아닌지. 매미가 울고 제 둥지에서 나온 새가 지저귀더니 다시 흩뿌리는 비에 쫓기어 둥지로 돌아갔는지 비 떨어지는 소리만이 들린다. 시몬느 드 보봐르처럼 그녀의 말마따나 결국은 인간은 10년 후에도 유한의 생명을 허덕이며 같은 모양새로 지낼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내 생명을 주체스러워 하며, 모잘라하며, 안타까워하며 발버둥 칠 것이다. 정신 없는 속에서 텐트 속 버너와 코펠이니 하며 지낸 지 벌써 4박 5일째. 현재의 영숙이의 모습을 투영시킨다. 지금은 혼.. 2020. 1. 29.
< 홀로 선 버드나무 > 42. 대단원 마지막 음악. 선생님은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침울한 얼굴로 진료실에서 마지막 사무 정리를 하고 계시는가 부다. ㅡ 선생님 마지막 음악 소리가 들리죠? 우리는 어차피 이별을 전제로 한 만남이 아니었나요? ㅡ ㅡ 언젠인가는 헤어져야 할 사람들이기에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지금 이대로 헤어져 가야 해요. ㅡ 마음의 한구석에 손가락에 찔린 아주 작은 가시랭이처럼 남아 있어서 문득 느끼면 아프고 없애려 하면 잘 없어지지 않고 애먹이는 가시. 영숙이는 달뜬 모습으로 제자리를 맴도는 연못 위에 작은 물방개처럼 서류를 들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환상 속에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다. 서류 더미를 있는 대로 끌어 내놓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없애 버릴 것은 없애 버리고 그러다가 갑작스러운 충동에 못 이겨 서류를 든 체 .. 2020. 1. 28.
< 홀로 선 버드나무 > 41< 세빌리야의 이발사> 분홍 모직 새 옷. 3월 훈풍이 불어오면서 영숙이네 집에 세 들어 사는 양장점 주인에게 엄마는 비싼 100% 모직 천으로 봄옷을 맞춰 주셨다. 분홍 모직 투피스는 봄 옷이었고 그 옷을 입고 처음 출근하던 날. 청성에서 버스를 내려 마을로 걸어 들어가는데 버스에서 방금 전에 내렸던지 보건지소를 향해 가던 선생님과 안양이 마을 입구에 서 있었다. 멀리 걸어 오는 모습을 봄 볕에 눈이 부신 듯 바라보시던 선생님은 " 세빌리야의 이발사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같네. " 포근한 봄바람이 23살의 영숙이 마음에 가득하였고 처음으로 제대로 맞춘 투피스는 23살의 영숙이에게 날개처럼 느껴졌다. 이제 선생님은 3월 말이면 청성 보건 지소를 떠난다. 선생님이 청성 보건 지소를 떠난 후에는 선생님의 마음에 이곳의 어떤 모습이.. 2020.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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