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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홀로선 버드나무48

< 홀로 선 버드나무 > 40. 연애세포 극장을 가기 위해 대전 역 앞을 지나가는데 토요일 오후라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서로 부딪힐 것처럼 많았다. 윤선생님과 영숙이는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이리 저리 비껴 걸으면서 너무 멀리도, 너무 가까이도 아닌 적당한 간격을 띄우고 걷고 있었다. 선생님이 혼자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 보고 있는 것 같아도 그렇지 않아.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 없어서,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아도 실은 보고 있는 게 아냐. 우리를 쳐다본다고 느끼는 건 그냥 우리 생각일 뿐이지. " 윤선생님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 스러웠었나 부다. 우리를 바라 본다고 생각해서. 하긴 윤선생님이 처음 오시던 날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선생님한테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었고 또 그렇게 사람들이 집중해서 바라보는 것을 회피하던.. 2020. 1. 26.
< 홀로 선 버드나무 > 39. 배려 사무실 바닥에 물을 뿌린 후 빗자루로 쓸고 밖의 청소도 마치고 면사무소에서 가져온 허브차는 난로 위에서 기분 좋게 끓고 있었다. 창 밖에는 부드럽게 버드나무 가지가 춤을 추고 있었다. 영숙이는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을 보았다. 부드럽게 춤추는 버드나무 가지들. 윤선생님과 영숙이는 헤어져야 한다. 날씨가 풀리면서 환절기 때문인지 아침부터 환자가 계속 이어졌다. 영숙이는 건너가서 선생님을 도와주기도 하고 또 환자 진료하는 것도 지켜보았다. 오전에 올 환자들이 다 다녀 갔는지 진료실이 조금 한가 해졌다. 영숙이는 진료실 난로 연통을 슬쩍슬쩍 만지면서 난로 옆에 서 있었다. 선생님은 다녀간 환자들의 진료 카드를 정리하면서 영숙이한테 말을 걸었다. " 김양 내 비서 할래? 나중에 내 비서 하면 어떨까? " " 비서.. 2020. 1. 25.
< 홀로 선 버드나무 >38. 나목이야기 잠을 청하려 하였지만 벽 하나로 잇 닿아 옆으로 2칸짜리로 된 신혼부부 방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잠이 오지 않았다. 읽다가 접어 둔 박완서 씨의 " 나목 "을 펼쳐 들었다. 전쟁으로 인한 주인공들의 삶의 변화, 주인공의 사랑, 안방 유다 락으로 피하게 한 두 오빠의 폭격으로 인한 죽음 등이 영숙이의 가슴을, 젊은 가슴을, 잠못 이루고 서성이는 가슴을 환상으로 적셨다. " 나도 언젠가는 박완서 씨처럼 이런 소설을 쓸 수 있게 될 거야! "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면에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 영숙이는 일어나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가게에 가서 맥주 3병과 안주로 땅콩을 사 가지고 왔다. 삼단요에 엎드려 맥주와 땅콩과 나목을 펴 놓고 책과 맥주와 신혼부부의 신음 소리에 취했다. .. 2020. 1. 24.
< 홀로 선 버드나무 > 37.로맨스 영숙이와 윤선생님은 보건지소 사무실 뒷문 쪽 창문 앞에 서서 퇴근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여름에 이 선생님이 상추를 심어 놓았었던 곳은 이제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영숙이가 가을이 되면서 긴 머리를 잘랐던 것처럼, 저 화단의 풀과 시든 상추를 전부 뽑고 정리했던 것이다. 저녁 안개가 조용히 나래를 펴고 사무실 주위에 내려앉는다. 영숙이는 초록 원피스 주머니에 호두를 만지작 거린다. 선생님은 무슨 생각을 하실까? 옆얼굴을 올려다보니 묵묵히 창 밖을 보고 있다. 회색 양복에 같은 빛깔의 얼굴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을 수가 없다. 영숙이도 말없이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나무 울타리에 마지막 남아 있던 따스한 햇살이 부서지고 회색 빛 저녁이 천천히 걸어오고 사방은 침묵 속에 잦아든다. 영숙이는 점점.. 2020.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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