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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홀로선 버드나무48

< 홀로 선 버드나무 > 32. 향기 세숫대야에다가 물을 담아 난로 위에 올려놓고 윤선생님은 연통 옆에 서서 어두워 오고 있는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겨울의 어둠은 날씨가 아무리 따뜻하다고 하여도 어김없이 일찍 찾아와서 이 조그마한 사무실을 부드러운 검은 휘장으로 둘러싸 버리고는 한다. " 뭐하시려고요? " " 발 씻으려고. 집에 가서 씻으려니까 귀찮아서. " 물이 적당히 데워진 세숫대야를 내려놓고 의자에 앉아 선생님은 매 맞기 위해 조심스럽게 손을 내미는 아이처럼 바지 끝을 올리고 천천히 양말을 벗기 시작한다. 네 개의 시선이 선생님의 손 끝을 따라 움직였다. 발은 어제 목욕한 것처럼 깨끗해서 오랜만에 100점 맞아 의기양양해하는 어린아이처럼 영숙을 올려다보곤 크게 웃음 짓고 만족스러운 몸짓으로 손을 넣어 발을 씻기 시작하였다. 영숙.. 2020. 1. 18.
< 홀로 선 버드나무 > 31. 탈출 수경이와 보영이와 영숙이가 헤어지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 )이 발생하였다. 보영이가 노는 공휴일에 수경이가 전화를 하여서 평소처럼 그러려니 하고 만나 수경이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하니까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다고 한다. 이번에는 좀 달랐다고 했다. 무심코 따라 들어 간 집이 비싼 요릿집이어서 처음부터 보영이는 긴장했다고 한다. 요리집에는 **비료 이사장이라는 기생 오빠처럼 생긴 40대 초반 남자 한 명과 **비료 회장이라는 머리가 다 빠져서 뒷머리만 가려진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보영이는 얼떨결에 앉기는 했지만 무슨 일인가 싶어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도 없고 또 수경이랑 사장이란 남자하고 친하게 말을 주고받으니 어떤 사이인지도 잘 모르겠고 사장이 친근하게 " 민양 친구입니까? 부담 가.. 2020. 1. 17.
< 홀로 선 버드나무 > 30.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캐럴 송이 다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영숙은 친구 보영이와 함께 음악 소리에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오늘 올 나이트를 할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한참 보영이와 수경이와 함께 입방아를 찧던 영숙이는 문득 시선을 느끼고 다방 저쪽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목 전체에 상의 깃을 높이 세우고 의자 깊숙이 몸을 파묻은 사람이 이쪽을 건너다보고 있었다. 털목도리와 모자를 쓴 그는 바로 황정두 씨였다. 우울함 자체 인듯한 그의 시선을 망연히 쳐다보았다. 사실 그는 딱히 이쪽을 향한 것 같지도 않고 이쪽을 바라보는지 어떤지도 잘 모르겠지만, 다만 어두운 실루엣처럼 검은색 복장으로 코와 눈 부분만 내놓은 채 혼자 팔짱을 끼고 시간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 같았다. 영숙은 가슴이 아팠다. 그의 고독과 .. 2020. 1. 16.
< 홀로 선 버드나무 > 29. 고향의 봄 영숙이는 아침부터 싱글싱글 진료실에 건너가서 윤선생님에게 말 붙일 시간을 기다렸다. 친구들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서 윤선생님에게 꼭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을 하니까 저절로 웃음이 입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드디어 아침 일찍 방문하는 환자들이 다녀가고 진료실이 한가해진 11시쯤에 건너갔다. 선생님은 보고서를 작성하고 계셨다. 글씨를 못쓴다면서 여러 번 다시 쓰고 다시 쓰고 매번 얼마나 정성을 다해서 작성하는지 모른다. 글씨를 못 쓰기는 못 쓴다. 아무렴 어떠려고. 그런데도 이런 사소한 것으로 성의가 있네 없네. 일을 잘하네 못하네 평가받는다면서 정말 정성을 다한다. 난로 옆에 서서 영숙이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윤선생님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 선생님 절 좋아하세요? " 윤선생.. 2020.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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