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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홀로선 버드나무48

< 홀로 선 버드나무 > 28. 출산 면사무소의 박서기가 우리를 부르러 왔다. 부인이 아기를 낳으려 한다는 것이다. 곽 양과 영숙이는 출산을 도와줄 준비를 해서 박서기가 세 들어 사는 집으로 갔다. 점심때 윤선생님은 보고서 일로 군 보건소에 가셨다가 내일은 휴일이기 때문에 바로 서울로 올라가신다고 하셨다. 곽양은 익숙하게 무쇠 솥에 물을 가득 붓고 불을 때라고 주인집 할머니에게 이르고 방안에 있는 부인이 힘을 주기 쉽도록 이불을 내려서 부인 등 밑에 고여 주었다. 박서기에게 청산 산부인과 선생님을 모셔 오라고 하였더니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신작로를 달려 나갔다. 영숙은 부인 옆에서 부인 손을 잡고 있었고 곽양은 수건으로 부인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들을 닦아 주었다. " 아이구 배야. 아이고 배야. 어머니 나 죽어.. 2020. 1. 14.
< 홀로 선 버드나무 > 27. 친구들 대전에 가서 보영이를 만났다. 보영이와 수경이와 영숙이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단짝이다. 보영이와 수경이가 친한 것은 수경이 부모는 부부 교사였고 보영이 아버지는 장학사였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같은 동네에 살던 보영이와 친해졌는데 보영이와 친한 수경이 와도 친구가 된 것이다. 수경이는 학력고사에 떨어져서 재수를 하였는데 미술학원에 가서 미술을 배워 미술학과에 진학하였다. 수경이는 예술을 하는 거보단 미술학과 아이들과 그 애들의 퇴폐적인 분위기에 더 잘 어울렸다. 영숙이 친구들은 어떻게 수경이와 친구가 됐느냐고 신기해했고 수경이 친구들은 어떻게 영숙이와 어울리느냐고 신기해했다. 우리 둘은 극과 극의 성격이었다. 가운데에서 보영이가 잘 조절해서 잘 어울려 다녔다. 보영이는 영숙이를 만나자마자 하소연을 한다.... 2020. 1. 13.
< 홀로 선 버드나무 > 26. 푸근한 겨울 허브 차가 난로 위에서 끓고 있다. 사무실 안에는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이제 창 밖의 날씨는 푸근히 풀려 있어서 버드나무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가라앉아 있다. 영숙이는 문학사상 책을 읽고 있다가 선생님을 보니 무릎에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 죄와 벌 "은 여전히 아까와 같은 page로 펼쳐져 있었다. 선생님은 책을 읽는 대신 창 밖을 보고 계셨다. 정말 조용하다. 오늘은 환자도 전혀 없고 곽 양과 안양은 출장 명령부를 써 놓고 각기 집으로 들 가서 내일 아침에나 나온다. 조용한 공간 속으로 한줄기 새소리가 침묵 끝으로부터 흘러들어온다. 네댓 살 됨직한 몇몇 동네 꼬마 아이들이 면사무소 문으로 몰려들어오더니 버드나무 밑을 지나서 저희들끼리 재잘재잘 거리면서 우리들이 보고 있든지 말.. 2020. 1. 12.
< 홀로 선 버드나무 > 25. 겨울 사람 이야기 마치 겨울의 한 끝에 서서 도시의 찬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황정두 씨는 신문 뭉치를 옆구리에 끼고 직행버스 터미널 입구에 서 있었다. 자색 잠바에 동일한 색의 바지로 그의 얼굴을 보완하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빛은 자색 잠바 보다도 진한 자색이었고, 특히 뺨에서부터 목까지는 한층 진한 자색 얼룩이 피부를 팽팽히 잡아 다니고 있었다. 청산 면으로 가는 고속도로 변 둔덕에는 아직 덜 녹은 눈들이 보이고 마른풀 위로 따뜻한 햇볕이 소복이 내리고 있었다. 저쯤일까? 단발머리 소녀 때 어쩌다 고속도로를 지나는 차들을 세어보며 한 낮의 햇볕이 기울어가는 양을 지켜보고는 하던 곳이? 이젠 한사람의 사회인으로서 굳어 버렸지만 이 곳을 지날 때면 그때의 꿈과 이상이 떠오르곤 하여 가슴이 따스하여.. 2020.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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