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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홀로선 버드나무48

< 홀로 선 버드나무 > 16. 초록색 원피스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가슴속으로 찬바람이 소리를 내며 불어 가고 영숙이가 안고 뒹구는 나뭇잎을 외로움이라는 낙엽. 영숙이의 마음에서 떨어져 나온 그리하여 온몸을 싸고도는 흐름. 그러면서도 이 순결한 매 순간순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영숙이에게 주어지는 외로움을 언제나 그랬듯 사랑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항상 내 마음속의 목표와 함께 앞을 바로 보며 똑바로 걸어간다는 생각, 아니 걸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무엇인가가 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정말 좋다. ㅡ 그래, 난 주위를 사랑하며 열심히 살고 또한 반듯하게 걸어갈 거야! 이것이 나에게 가장 큰 재산이지! ㅡ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다. 조용히 나 자신을 쌓아 가노라면 나도 무엇인가를 .. 2020. 1. 2.
< 홀로 선 버드나무 > 15. 만명리 치과 진료 월요일 아침. 바람이 몹시 부는 아침이다. 출근하는 몸이 바람에 불려 어디로 인가 날아갈 것만 같은 그런 아침이다. 영숙은 전날 밤 마신 술 때문에 아직도 띵한 머리로 부지런히 사무실을 향하여 걸었다. 술이 자신을 위로해 줄까! 기대했던 어리석음을 후회하지 말자. 생활의 쳇바퀴를 돌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쓸데없는 고통 따위는 사라지리라! 영숙은 문득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의 냄새를 맡는다. 아침 햇살만큼이나 투명하고 아린 바람의 냄새. 고독과 우울한 어두움이 스쳐 지나간 자욱은, 바람이 영숙이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을 때처럼 아무 표시 없이, 아리고 아프고 그리고 텅 빈 공백 만이 남을 것이다. 치과 진료차가 와서 모두들 만명리로 출장을 갔다. 지금 지난밤과는 상관없이 까닭 없이 기분이 좋은 까닭은 아직 .. 2020. 1. 1.
< 홀로 선 버드나무 > 14. 장수리 무의촌 진료 보건소에서 차량 지원을 받아 장수리로 무의촌 진료를 나갔다. 장수리는 면사무소에서 50여 리나 떨어져 있는 곳이다. 다행히 고속도로가 지나가게 되어서 금강 유원지에서 2개의 산을 넘어 들어가면 도보로 2시간밖에 안 걸리는 곳이 되었다. 경운기가 겨우 다닐 수 있도록 강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닦여진 좁은 농로를 보건소의 김기사는 잘도 달린다. 강변에는 물레방아도 돌고 강변을 따라 펼쳐진 모래밭이 초겨울 햇볕에 눈부시도록 하얗게 빛난다. 모래 밭은 마치 성처녀처럼 파란 강물을 배경으로 순수하게 하얀빛으로 빛나고, 사람의 손이 전혀 안간 순수한 자연의 상태는 이상한 감동으로 영숙이의 가슴을 적신다. 이 세상에 더 이상의 깨끗함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장수리 이장 집에서 진료와 기생충 보유 현황을 파.. 2019. 12. 31.
< 홀로 선 버드나무 > 13. 홀로 서서 비를 든 면사무소의 용인 아저씨가 그 잎들이 숨 쉬며 대지 위에 향기를 맡을 사이도 없이 쓸어 모으고 있었다. 참 부지런 한 아저씨. 벌써 16년 동안이나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에 면사무소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일을 시작으로 해서 한시도 쉴틈이 없이 밤늦게 까지 일하시고 문단속하시는 아저씨를 뵐 때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이렇게 앉아서 노닥거리다가 월급날 되면 보건소에서 월급이나 타는 영숙이는 부끄러워지고 꼭 죄짓는 느낌이 든다. 나라에서 상을 주실 분은 16년 동안 한결같다는 바로 저런 분이지. 면장님 말씀대로 우리는 미안해서 어떻게 월급을 타는지. 특히 영숙이가 감명을 받은 것은 항상 노래하듯이 즐겁게 지내는 모습 때문이다. 언제 보아도 기쁘게 일을 하고, 언제 만나도 웃음기 가득한 그 얼굴은 발그레 .. 2019.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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