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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홀로선 버드나무48

< 홀로 선 버드나무 > 8. 동화 좋은 시간들은 금시 지나가 버리고 만다. 나의 좋은 시절은 금시 지나갈 것이라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더라도 지금까지 알아 왔던 진실은 생활의 규칙들을 무료하고 허무한 것으로 생각해서 벗어나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라는 것. 오점의 연속. 젊은 시절을 그렇게 보내야 한다면 그것만이 가치 있는 보람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더욱 큰 잘못일 것이다. 영숙이는 동화를 썼다. 낮에 강에서 밧데리로 물고기를 마구 잡이로 잡는 것을 보고 쓴 것이다. . ㅡ 할머니 어디까지 가세요? ㅡ ㅡ 저기 저 밑에 동네까지 ㅡ ㅡ 아 저 내 건너 저 동네요? ㅡ ㅡ 아니, 거기 말고 저 밑에 동네 ㅡ ㅡ 이상하다. 안보이는데요. ㅡ ㅡ 그렇게 무거운.. 2019. 12. 25.
< 홀로 선 버드나무 >7.출장 여름. 영숙은 여름이 좋다. 땀을 흘리면 마음속에 쌓여 있던 잔티들이 땀 속에 섞여 몸 밖으로 빠져나가 버리는 것 같다. 동글동글한 햇볕이 시멘트 위에 쏟아져 내리는 모양을 보노라면 어찔어찔 현기증을 일으키면서 살아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가장 좋은 것은 가을이 곧 올 것이라는 생각이, 뜨거운 여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결실이 있고 그 시원한 계절과 청량한 하늘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여름이 좋았다. 아직 여름의 아우성이 한창인 8월이다. 보건 지소에서는 한 달에 보름 이상을 출장 가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임 발령자가 만명리까지 혼자 자전거를 타고 출장을 갔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도 날이 너무 더워서 땀이 비 오듯 흐르고 힘이 들었다. 아무리 좋아하는 여름이라도 힘이 드는 .. 2019. 12. 24.
< 홀로 선 버드나무 > 6. 서울의대 무의촌 진료 보건 지소에 출근했을 때 서울 의대 학생들이 무의촌 진료를 위하여 면사무소 옆에 있는 청성 초등학교에서 진료 텐트를 치고 있었다. 학생들이 진료를 하는 기간 동안 4월에 무의촌 의사로 와 계셨던 이 선생님은 뒤뜰에 상추를 심어 가끔 상추를 뜯으러 오던 부인과 함께 여름휴가라는 것을 갔다. 초등학교로 안양 언니와 함께 가족계획을 위하여 갔을 때 영숙은 초라하게 보이는 자신이 돌아보아졌다. 그들의 하얀 얼굴에 서울 대학 의대라는 그 명문에 질려서. 그래도 교실에 들어가서 이를 뽑는 치과도 돌아보았고 접수처에서 사람들에게 가족계획의 권유도 하였다. 학생들은 기생충 검사를 위한 채변을 하고 소화제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 노루모가 주종인 소화제였지만. 무의촌 무료 봉사를 온 학생들에게 밥 해 줄 아주.. 2019. 12. 23.
< 홀로 선 버드나무 > 5. 바그너에의 환상 영숙이는 책상 앞에 붙어 있다가, 창 밖을 바라보다가, 심심해서 이란 글을 썼다. 바그너의 사랑을 읽고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또 이렇게 써서 보낼 곳도 없지만, 소설 연습이라 생각하고 써 보았다. 굳이 바그너라고 이름 붙인 것은 실제 음악가 바그너는 남다른 사랑을 하였고 또 바그너라고 이름 붙이면 왠지 멋있어 보여서다. 바그너의 부드러운 음률 속에 민스터는 파고들었다. 바그너가 민스터를 처음 본 것은 그녀 남편인 백작의 초청을 받아들여 별장에 오던 날이었다. 백작의 별장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아담하고 견고 했다. 장식이 고풍스러운 응접실에 들어섰을 때 바그너를 향해 걸어오는 백작과 그의 부인 민스터를 보는 순간 가슴이 뛰는 소리를 들었다. 아름다운 .. 2019.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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