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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살의 수채화21

스물세살의 수채화 27.눈이 주는 행복 창 밖으로 하얀 눈이 소담스럽게 쌓였다. 면사무소로 사람들이 등을 바짝 조여 안은 체 종종걸음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가끔 시야를 잠식할 뿐. 모든 것은 하얗게 반짝이는 색으로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눈이 그친 뒤의 그 고요함. 햇볕이 내리쬐는듯한 그 맑음.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곧 사그라져 버릴지라도 눈을 그 참모습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눈의 예찬" 갑자기 눈을 예찬하다니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밟으면 뽀드득 소리 나는 저 눈처럼 내 마음은 반짝이지도 맑게 개어 있지도 아니하고 텅 비어 있을 뿐이다. 눈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눈 내리는 모습을 보고 내린 눈을 본다는 것은 쓸쓸하다고나 할까? 소슬하다고나 할까? 면사무소 벽.. 2022. 9. 4.
스물세살의 수채화 24. 풍성한 눈 푸짐한 눈 내리는 소리. 눈을 받아들일 준비가 없는 영숙이에게는 정말 쓸쓸하고 차갑기만 한 눈발들. 창 밖에는 여전히 바람 소리가 몰려다니고 홀로 선 아름드리 버드나무에 그 긴 가지들이 바람에 맞추어 눈송이 사이사이에서 춤을 춘다. 창문 앞에서 영숙이는 여전히 가슴을 앓으면서 무엇인가 목마르게 기다리며 서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가슴으로 텅 비어 쓰라린 가슴으로 자신의 작은 숨소리를 듣는다. 저쪽 길로 잔뜩 웅크린 선생님의 모습이 나타났다. 땅을 보며 급히 걷는 걸음으로 면사무소 문을 들어서서도 이쪽은 바라볼 생각도 안 하고 여전히 땅을 내려다보며 걷는다. 그 모습을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며 미소 짓고는 돌아서서 영숙이는 책상 앞에 가 앉았다. 책을 들고 이쪽 사무실로 건너온 선생님.. 2022. 9. 1.
스물세살의 수채화 20. 초록색 원피스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가슴속으로 찬바람이 소리를 내며 불어가고 영숙이가 안고 뒹구는 나뭇잎은 외로움이라는 낙엽. 영숙이의 마음에서 떨어져 나온 그리하여 온몸을 싸고도는 흐름 그러면서도 이 순결한 매 순간순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영숙이에게 주어지는 외로움을 언제나 그랬듯 사랑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항상 마음속의 목표와 함께 앞을 바로보며 똑바로 걸어간다는 생각, 아니 걸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무엇인가가 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정말 좋다. ~ 그래. 난 주위를 사랑하며 열심히 살고 또한 반듯하게 걸어갈 거야. 이것이 나에게 가장 큰 재산이지. ~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다. 조용히 나 자신을 쌓아가노라면 나도 .. 2022. 8. 28.
스물세살의 수채화 19. 만명리 치과 진료 월요일 아침. 바람이 몹시 부는 아침이다. 출근하는 몸이 바람에 불려 어디로 인가 날아갈 것만 같은 그런 아침이다. 영숙은 전날 밤 마신 술 때문에 아직도 띵한 머리로 부지런히 사무실을 향하여 걸었다. 술이 자신을 위로해 줄까! 기대했던 어리석음을 후회하지 말자. 생활의 쳇바퀴를 돌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쓸데없는 고통 따위는 사라지리라! 영숙은 문득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의 냄새를 맡는다. 아침 햇살만큼이나 투명하고 아린 바람의 냄새. 고독과 우울한 어두움이 스쳐 지나간 자욱은 바람이 영숙이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을 때처럼 아무 표시 없이 아리고 아프고 그리고 텅 빈 공백 만이 남을 것이다. 치과 진료차가 와서 모두들 만명리로 출장을 갔다. 지금 지난밤과는 상관없이 까닭 없이 기분.. 2022.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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