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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칼럼/국내여행

여행에서 돌아오다.

by 영숙이 2022.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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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돌아오다.>

 몇년 전 여동생이 여행을 가자고 말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후욱 ~

 

 

 그때는 그저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한 것 뿐이라서 지금까지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한테 식료품을 사드리려고 친정인 대전으로 갔다.

 

 갈때부터 띠리링 ~

 

 목욜 12시까지 오룡 지하철 역까지 오라고 하였다.

 누룽지 오리 백숙을 1시에 예약했다고 하였다.

 

 전날 밤 2시까지 미니다육이 화분을 만들고 내일을 생각해서 억지로 잠을 청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다녀오고 잠이 들었는데 자다 보니까 느낌이 쎄했다.

 

 '참 대전 간다고 하였지? 몇시지?'

 

 10시가 넘었다.

 지금이라도 빨랑 예매하고 움직여야지.

 

 바로 SRT로 쉽게 예매하면 끝났을 텐데 원하는 시간대에 없길레 KTX로 예매한다고 이것저것 승인받다보니 어느사이 11시가 되었다.

 12시에 도착하려고 11시 53분을 끊었는데, 울산역에 가는 리무진 버스 시간을 맞춰 나가려고 찾다보니 시간은 자꾸 흘러 손쉽게 15분이 넘었다.

 설겆이는 다했고(원래 설겆이는 그때 그때 해야 하는데 하루치 몰아서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지만 집을 비울 때는 아무리 바빠도 설겆이는 꼭하고 나선다.)

 버스를 타기에는 시간이 늦었고 자동차를 몰고 가야겠다 생각하면서 집을 나서면서 재활용을 하였다.

 차 세워둔 곳으로 가는데 차열쇄를 안가지고 나온게 생각나 다시 집으로 올라가 차열쇄를 가지고 나와 울산역으로 달렸다. 

 

 30분만에 도착했을까?

 주차비 안내는 먼곳에 파킹하고 미친듯이 달리는데 내가 타야할 기차가 출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허 ~ 어 ~ 억 ~ 허 ~ 어 ~ 억

 죽을 듯이 숨소리를 내뱉으면서 역사로 들어섰다.

 

 다음 기차가 10분 후에 있었다. 

 기차표를 끊는데 앞에 있는 분이 

 

 "경로 우대입니다."

 

 하고 끊는다.

 

 "몇살부터 경로 우대인가요?"

 "65세요."

 "그래요? 나도 65세인데?"
 

 직원이 말한다.

 

 "신분증 제시하셔요."

 

 신나서 신분증 꺼내고 9600원을 할인받아서 기차표를 샀다.

 

 "기차 놓쳤는데 환불해주셔요."

 "수수료 뗍니다."

 "네."

 

 보통 수수료를 4000원 뗀다.

 

 "아직 생일이 안 지나셨네요. 생일이 지나야 노인 경로가 됩니다."

 "9600원 추가 비용 내셔야 합니다."

 

 ㅋㅋㅋ

 

 환불 먼저하고 경로우대라고 표 끊을 것을.

 한편으로는 나는 경로우대 안받을 거라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ㅋㅋㅋ.

 

 그렇게 기차를 타고 대전에 도착.

 약속장소로 가는데 매번 가던 장소도 가물가물 ~ ㅋㅋㅋ

 몇번 전화로 물어서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 먹고 나서

 

 "종숙아 ~ 우리 천안아산, 당진, 평택까지 가볼까?"

 "어디서 자지?"

 "실은 제부가 아산에서 근무해."

 "그런 거기서 자면 되겠네."

 

 그렇게 번개여행은 시작되었다.

 코스트코에서 시장을 봐서 엄마 집앞에 내려 놓고 그길로 출  ~ 발 ~ 알 ~

 

 역시 자매의 피를 속일 수는 없었다.

 그렇게 출발하는 여행 ~ 계획없이 충동적으로 떠나는 여행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했다.

 

 "여행은 누구나 다 좋아해요. 다만 갈 형편이 안되어서 못떠날 뿐이죠."

 

 그렇다.

 여행은 누구나 다 좋아한다.

 다만 떠날 형편이 되느냐 안되냐의 차이이고 형편이 되어도 가느냐 안가느냐의 차이이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뚫고 지금 출발해서 신나게 달리고 있는 것이다.

 제부를 만났는데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반가워하면서 맛있는 저녁에 좋은 숙소로 대접한다.

 ㅎㅎㅎ

 

 "제부. 정말 정말 감사해요."

 

 이튿날 늦은 아침을 먹고(여행가서 밥 안하는거, 남이 해주는 밥 먹는거 정말 좋다.)

 당진 바닷가에서 회를 한접시 먹는다고 감을 믿고 달리고 달렸는데 바다가 안보여서 달리고 달리다 보니 태안반도.

 결국은 여러번 다시 네비 찍고 도착한 곳이 연포해수욕장 ~ 

 

 요즘 팬션이나 호텔, 모텔들이 코로나 때문에 망하기 직전이라고 한다.

 정말 손님이 보이지 않는다.

 조용하다.

 

 연포해수욕장에 유일하게 열려있는 횟집에 도착하니 단체 손님 받는다고 난리.

 소자에 둘이 먹을 분량이 9만원. ~ 있을 수 없어 ~ 횟밥이 15000원이길레 시키니까 재료가 읎어서 안된대요.

 옆동네로 넘어 가니까 광어 1키로에 5만원이라고 해서 광어 1키로 시켜놓고 먹는데 두툼한 회가 쫄깃쫄깃.

 광어회로 배가 부른데 우럭으로 끓인 미역국에 새알을 넣은 국이 넘 맛있어서 배가 아픈데도 계속 먹게 된다.

 

 팬션을 섭외하는데 텅텅비어 넘쳐도 외지에서 왔다고 비싸게 부른다.

 

 "호텔도 50%할인 해주는데 깎아 주세요."

 "79000원 주세요."

 "호텔이나 똑같네. 5만원에 안되요?"

 "6만원 주세요."

 

 나와서 다른데를 찾았다.

 회사 팬션이라면서 텅텅빈 어두운 팬션을 15만원 ~ 20만원 부른다.

 카페 위에 있는 어떤 팬션은 호텔급이라면서 30만원.

 아 ~ 하 ~ 다 문닫게 생겼는데 ~

 

 포기할 영숙이가 아니다.

 

 "다니다 안되면 차타고 나가야지."

 

 대충 세어보니 가격 물어볼 바닷가 뷰의 팬션이 3 ~4군데 남았다.

 한군데 들어가니까 5만원.

 사장님께 물어본다고 전화를 한다.

 

 "사장님. 얼마 받아요? "
 "5만원이라고 해."

 "4만원에 안되요?"

 "4만 5천원에 해요. 더이상은 안되요."

 

 그렇게 팬션에 들어갔다.

 

 예전에 7월 초에 남해 해수욕장 바닷가 팬션에 갔었는데 하루에 5만원 달라고 하였다.

 

 "3일에 10만원 하세요."

 "안되요. 15만원 주셔야 해요.".

 

 주머니에서 만원짜리 10장을 꺼내어 할머니 눈앞에서 흔들며 말했다.

 

 "어짜피 비워 놓는 방인데 이거 받으시지 그러셔요."

 

할머니는 재빨리 돈을 채갔다. 

 

 "우와 ~ 협상의 달인이네 ㅋ"

 

 그후 성수기에 갔을 때 하루 저녁에 15만원이었었다.

 

 어쨌든 뷰 맛집에 무사히 안착 ~ 바다를 보면서 잠이 드는게 너무 좋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살짝 비껴나서 바닷가에서 잘 수 있다는게 넘 좋다.

 겨울이라 창문을 열지 못해서 파도소리를 듣지 못하는게 아쉽다.

 

 남해 해수욕장에서는 방문을 열고 있으면 파도소리가 쏴아 ~ 쏴아 ~ 쏴아.

 일상의 피로가 씻겨가는 소리가 들렸는데.

 

 기가 막힌 풍경 앞에서 폰 밧데리가 떨어져 할일이 없는 바람에 잠만 자다가 한밤중에 위층 팬션에서 떼창을 하는 바람에 깨어났다.

 

 청년 남자들 떼창에 여자의 혀꼬부라진 노래 소리 ~ 소리 ~ 파도 소리 대신 들려오는 배경 소리.

 

 아침에 일어나니 바닷에 훈풍이 분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이다.

 

 씻고 바닷가를 한바퀴 돌고 도황식당으로 갔다.

 알탕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기억에 안남을 이야기들을 하였다.

 

 밥을 먹고나서 동네 끝에 있는 아파트 분양 현수막을 보고 전화를 했더니 24평에 1억 1천에서 1억 5천이란다.

 

 "여기 시세가 어떻게 하는데요?"

 "여기 시세는 상관없구요. 알바없어요. 아파트 짓는데 8억 들었습니다. 15채 중에서 8채 분양하고 나도 살구 있고 6채 남았습니다."

 "아, 네 잘알았습니다."

 

 그렇게 연포해수욕장을 벗어났다.

 울산 도착 7시 40분.

 시내로 가는 리무진은 8시에 있었다.

 평소대로 내리자 마자 화장실에 갔다가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역사 내에 앉아서 밖을 내다 보았다.

 폰 밧데리도 없어서 이리 저리 둘러보다가 울산지역 관광안내책자를 몇개 들고 일어서서 도착한 리무진에 올라탔다.

 

 흑흑흑.

 타고 나서 폰이 주머니에 들어있나 확인하느라 주머니를 뒤지다보니 차 열쇄가 나왔다.

 

 "우 ~ 와 ~ 차 타고 왔었지."

 

 막 출발한 버스 앞으로 나아가 기사님께 말했다.

 

 "저 죄송한데요. 제가 차를 몰고 왔었거든요. 좀 내려 주시면 안될까요?"

 

 기사분은 뭐라고 탓하지 않고 한적한 도로 한쪽에 차를 조용히 세우시더니 문을 열어 주신다.

 정말 감사해서 인사를 꾸벅 90도로 했다.

 

 습관이란게 이렇게 무섭다.

 리무진을 타고 다니던 버릇때문에 3일 동안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무심코 리무진을 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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