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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부부탐구생활

어버이 날을 맞이하여

by 영혼의 닻을 찾아서 2022.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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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날을 맞이하여>

 

주변에 보면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평생을 잘 지내고 곱게 연세가 드시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또 잘 못지내는 부부도 있다.

 

인생의 그림이 다 비슷한 거 같아도 아주 똑 같은 그림은 없는 법이라서 그런가 보다.

 

 

어버이 날

 

방어진에 소풍을 갔다.

 

일산 해수욕장에서 모래 놀이를 실컷하고 김밥을 사서 울기 등대 쪽으로 올라갔다.

 

모래사장에서 모래 때문에 김밥을 먹기 힘들어서이다.

 

처음에 들어간 주차장에는 차를 세울 공간이 정말 1도 없었다.

 

임시 주차장까지 빙글 빙글 돌고 다시 산 아래로 내려와 일산 바닷가와 울기 등대 올라가는 중간 쯤에 있는 새로 만든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첫번째 어린이 날에 어버이 날이 겹쳐서 그야말로 인산 인해.

 

새로 마련된 주차장 뒷쪽에 울기 등대로 연결된 계단을 올라가서 화장실에 들려 씻고 김밥 먹을 장소를 물색하였다.

 

놀이터 옆에 야외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지만 바다가 보이지 않아서 출렁다리 있는 쪽으로 바다를 보면서 김밥을 먹기 위해 가다보니 너무 멀었다.

 

초입에서 돌아서서 다시 놀이터 쪽의 비어있는 테이블을 찾았더니 한개가 눈에 띄었다.

 

가서 앉을려고 보니 햇볕이 가득해서 그늘진 테이블을 찾아 둘러 보니 좀 떨어진 곳에 한개가 비어 있다.

 

그쪽으로 가다 보니 일단의 여성 분들이 그 자리로 가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자리를 차지하려고 달렸다.

 

힘껏 달리면서

 

'저 테이블을 차지하지 못하면 어쩌면 뒤에 있는 햇볕 가득한 테이블도 다른 사람이 앉아 버리면 차지하지 못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치를 챈 여성분들중 한 사람이 뛰기 시작하였다.

거의 동시에 도착했지만 그 분이 던진 짐이 테이블 위에 먼저 안착

뭐라고 말하랴.

 

"먼저 도착하셨네
요. 잘하셨어요."

 

그리고 쿨하게 돌아서서 이쪽 테이블로 오는데 거기에는 초등학생 남자애가 떡하니 앉아 있다.

 

평평한 풀밭에 가져간 야외용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김밥을 꺼내 놓는 것을 보면서 망설였다.

 

'볼일을 안보았는데, 보고 싶은데, 참아야 하나? 갔다와야 하나?'

 

잠깐동안 수많은 생각이 오락 가락 ~

 

'에이 실수하면 어떡해. 다녀와야겠다.'

 

50대 중반에 아직 방광이 튼튼하다고 믿고 있었을 때 많은 사람들과 간절곶 카페에 갔는데 갑작스럽게 기침이 터지면서 실수?를 한적이 있었다.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수업 들어가기 전에는 무조건 화장실을 다녀오는 습관이 생겼다.

 

이유 불문.

방금 화장실을 다녀왔던 말던 ~

애들 앞에서 실수한다면?

상상만 해도 두려웠기 때문이다.

 

다행히 별일 없이 은퇴했고,

해외여행 다닐 때에는 10분전에 다녀왔어도 화장실만 보이면 무조건 무조건 이유불문 화장실 직행으로 해결.

 

스트레스가 없는 지금은 다행히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닌데, 방광 훈련을 위해서 적당한 간격을 갖는게 좋다고 하니 때때로 적당히 참기도 한다.

 

다녀오니 그 50대 여성 4명이 음식을 먹으면서 히히낙낙 그늘진 테이블을 차지한 자들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아니, 어린이 날에, 어버이 날에 거리두기도 해제됐는데 여자 4명이 뭐한다고 모여 있어?'

 

쓰잘데 없이 속으로 혼자 궁시렁 거리면서 사가지고 온 잔치국수와 모밀국수 그리고 김밥까지 맛있게 먹었다.

 

집에 오면서 톡을 보니 54년전 초등학교 동창 단톡에 방어진 사는 동창의 글과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과 사진.

 

여기에 소개하고 싶어서 톡으로 물어보니 허락이 떨어져서 올려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정겹다.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어서 향기가 이곳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고향가는 길은 항상 즐겁고 포근함이 이팔 청춘도 아닌데 마음 설레게 한다.♡"

 

"복임이 옥천 가나 보네 ~^^ 벌써 아카시아 꽃이 피었나!!!"

 

"나도 오늘 봤네. 아카시아 꽃향기가 좋다.

하늘을 바라보다 꽃을 발견.

세월 빠르다 ~ "

 

"충북 옥천 고향집에서 ~ ~ ~ ♡"

"아버지 뵙고 부럽다. 마당 밭에 상치 같으네. 처마 밑에 옥수수도 주렁주렁."

 

"저 많은 옥수수 다 뭐하나? 뻥튀기 해드리면 심심풀이로 잡수실텐데"

 

"시골 정경이 아늑하고 포근하다."

 

"점심 식사 후 마당 텃밭에서 풀 뽑고 계신 91세 울 아버지"

 

"병원에 가시고 없는 마누라 베게가 놓여 있는걸 보니 마음이 짠 ~ 합니다."

 

"슬프다. 하지만 부모님이 계셔서 좋겠다 ~ "

 

"우린 고아! 복임이 좋겠다. 엄마, 아빠 계시니까. 건강 챙겨 드려야겠다."

"병원에 계신 울 엄마 90세 ♡"

 

중학교 동창 단톡 방

 

"재숙 여사는 울 엄마 기억나는지 궁금하네요. ♡

엄마는 병원에 아버지만 시골에 혼자 계십니다."

 

 

"아버지가 커피 마시는 모습과 사위와 대파 심는 모습 ~~~♡"

"마당이 엄청 넓네."

 

 

지금부터 55년전 초등학교 5학년 때 복임이네 집에 간 적이 있다.

 

그때 영숙이는 부반장이었는데 담임이 바뀌는 바람에 부반장 앞으로 나오라고 했는데 끝까지 안나가서 바뀐 담임 선생님이 부반장 선거를 다시 했다.

 

그때 뽑힌 아이가 복임이였다.

 

그때 특별히 기억나는 일은 학기 초 반장이었던 김기남이 아파서 학교에 못나왔을 때 쌀을 모아서 산 넘어 산속에 있는 기남이네 외딴집을 찾아 간적이 있다.

 

복임이가 자기네 집 놀러 가자고 해서 갔을 때 영숙이가 만난 복임이네 집은 선비풍의 정결하고 깔끔한 손질이 잘된 기와집이었다.

 

지금은 마당에 우물이 있는데 그때에는 지금은 양옥으로 바뀐 한옥집 뒤쪽에 우물이 있었다.

 

우물 옆에 커다란 감나무가 기억이 난다.

 

우물에서 두레박을 올리니 두레박 속에 있던 김치 항아리가 지금도 기억이 난다.

 

정겨운 한옥집.

그 속에 사시는 어른들도 왠지 조용하고 깔끔하고 정겨울 것 같은,

여전히 복임이네 부모님은 90세의 연세이신데도 선비의 기품이 느껴진다.

 

 

처음 복임이를 만나고 초등학교 단톡에 영숙이가 들어가서 복임이를 만난 이야기를 하니까 단톡에 올라온 글

 

"1등짜리하고 2등짜리가 만났네"

 

였었다.

초등학교 때 1등이, 2등이 무슨 소용이랴.

그래도 그것을 기억하는 동창생이 있는 단톡방이 운영되고 있다.

복임이가 이끌고 있는 단톡방이다.

 

 

영숙이는 5월 9일 오후에 친정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중학교 때 먹어 보았던 아카시아 꽃 버무리를 만드는 법을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한달에 한번쯤 정도로 대전에 사시는 엄마한테 가서 식품을 사드리고 또 할 수 있으면 1박 2일의 짧은 여행도 하기 때문에 따로 어버이 날, 생일, 명절을 챙기지는 않는다.

 

어버이날 어떻게 지냈는지 누가 전화를 했는지 물어본다.

 

"막내가 꽃도 보내고 선물도 보내고 쥬스도 사서 보내고, 둘째 딸이 공주 음식점에 가서 맛있는거 사줘서 먹고 ....".

 

이렇게 시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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