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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칼럼/국내여행

물은 다 어디로 갔을까?(영동)

by 영숙이 2022.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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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다 어디로 갔을까?(영동)>


드넓은 강이었다.

푸르른 물이 넘쳤났고 강가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돌들이 가득 깔려 있었다.

영숙이 동생 또돌이는 강에서 헤엄치다가 빠져 죽을 뻔하였다.

강가에 또돌이를 가운데 두고 모여 있던 아이들이 떠들어 댔었다.

영숙이는 집에 와서 엄마한테 또돌이가 물에 빠져 죽을 뻔했었다고 일렀다.

늘 강에서 놀던 또돌이는 까맣고 배가 뽈록하게 나온 어린애였다.

강을 찾아서 영동역을 떠나 헤맸다.

길 끝에 강둑처럼 생긴 모양이 보이길레 얼른 올라가 보았더니 하천이었다.

7살 영숙이가 기억하던 푸르른 강물에 뽀얀 얼굴처럼 생긴 강돌이 깔려있는 곳이 아니었다 .

하천에는 풀이 가득 깔려있다.

어딜가나 있는 하천가에 산책로가 있다.

물은?

물속에 가득한 이끼 속에 물이 얹혀져 있었다.

물이 주식이 아니라 마치 이끼가 주식이고 물은 부식처럼 느껴졌다.

요즘 가뭄이 심해서 더 그렇다고 한다.

아이 하나가 아빠랑 그 하천에 있는 피래미를 잡는다고 플라스틱 통을 줄에 메달아서 던진다.

"강이 여기 뿐인가요?"
"저도 여기 사람 아닙니다. 놀러 왔어요."
"얘야, 어디서 왔니? 너 사는데가 어디야?"
"세종시여요."
"그렇구나. 아빠는 어디 다니셔?"
"우리 아빠요? 서천 중앙발전소 다녀요."
"그렇구나."

실망한 영숙이 다시 물었다.

"영동에서 이 하천이 물이 있는 곳 전부인가요?"
"여기는 하천이고 강이 따로 있어요."
"그래요?"

반가운 마음에 강을 찾으러 가기로 하였다.

강을 찾으러 가기전에 먼저 영동초등학교와 영동 군청을 찾아갔다.

영동 군청에 가서 현관문을 여니까 열린다.

일직하는 직원이 있었다.

친절하게 이것 저것 설명해 주신다.

"여기 하천말고 강이 있나요?"
"강은 없습니다. 강을 가려면 심천이나 양산에 가야 있어요."
"그래요? "
"제가 어렸을 적에는 제법 깊은 물에 넓은 강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영동에는 하천 뿐입니다."
"그렇군요."
"영동여자고등학교는 어디인가요?"
"여기 영동군청이 영동여자고등학교 있던 자리예요. 없어지고 영동 고등학교와 합쳤어요."
"아, 그럼 중학교는 남녀공학 영동 중학교 고등학교는 남녀공학 영동 고등학교가 된거네요."
"네. 다른 곳에 있던 영동군청이 이곳으로 옮긴거예요."
"그럼 사택은 전부 없어졌겠네요."
"네. 사택은 없습니다."
"아버지가 영동군청에 다니셨고 우리는 군청 사택에 살았거든요."

군청을 나서면서 폰에서 다시 물줄기를 찾아서 뚜벅뚜벅.

길가에 호두나무 한그루가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호두나무 사진을 찍고 미안해하면서 호두를 하나 땄다.

혹시 아닐까 싶어 네이버에 물어보니 호두나무가 맞다.

덜익은 호두열매 한개를 호주머니에 넣었다.

큰집에 있었던 호두나무처럼 커다란 나무였다.

호두열매를 따서 냇가에 가서 돌에 갈면 딱딱한 겉껍질이 나오고 그걸 깨면 뽀얗고 부드러운 속살이 나온다.

요즘 아이들이 그런걸 알까?

요즘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보고 자란 물은 이끼가 파랗게 끼었고 산책로가 있는 하천 뿐인걸.

길을 걷다가 중학생을 붙들고 물었다.

모를 땐 묻는게 최고.

아무리 네이버 길찾기를 봐도 아리송송.

"여기 강이 있나요? 물이 있는 곳이 어디인가요?"
"저쪽 굴다리 지나서 가야하는데요."
"저기 영동 중학교 영동 고등학교 있는 곳인가요?"
"네."
"거기밖에 없어요? 이쪽으로 쭉 가면 없나요?"
"네. 이쪽에는 물있는 곳이 없어요."
"아, 네 고마워요."

돌아서서 다시 영동역 앞으로 걸었다.

영동시내를 한바퀴 돌아서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것.

영동역 앞에 WAYA 카페가 보인다.

영동 커피 공장.
로스터리카페.

영동군청 앞 WAYA 무인카페에서 자몽쥬스를 마시고 티스토리를 오늘 것을 썼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서 물었다.

"여기 강이 없나요?"
"근처에 강은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럼 저쪽에 있는 하천이 전부인가요?"
"네. 물안개에서 모인 물이 이곳 하천을 지나서 금강으로 흘러 들어가거든요."
"아, 네. 그럼 물을 찾으려면 하천 줄기를 따라가는 방법밖에 없네요."

그 많던 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이들은 점점 줄고 있는데 그 많던 물들은 다 어디로 흘러 간 것일까?

이제 배가 조금 고프다.

어디가서 맛있는 걸 먹고 하천을 따라 가보고 기차를 타던지 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가야하겠다.

끝까지 가봐야 안다고 하였다.

물줄기를 따라 가다보면 물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아까 경부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휴지를 물속에 넣으라고 써있는걸 보았다.

그 휴지는 물을 얼마나 먹을까?

요즘 또 깍지 벌레가 나온다고 한다.

제대로 물에 섞인 휴지를 분리하지 않은채 통과 시키면 깍지 벌레의 온상이 된다.

다음 세대를 위하여 휴지를 물속에 넣으면 안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볼일을 보면서 휴지를 전부 물속에 넣는다고 생각하면 우리 후손에게 깨끗한 물을 물려 줄 수 있을까?

60년 만에 찾아온 영동에는 물이 없었다.

7살까지 넘쳐나던 깊고 푸르른 물들은 다 어디로 가고 풀이 무성한 하천 뿐이다.

냇가로 빨래 빨러 간 엄마를 찾아 갔을 때 젊은 엄마는 냇가에 있는 빨래터에서 김이 펄펄 나는 빨래를 빨고 있었다.

빨래터 옆에는 맑고 깨끗한 물이 냇가 가득 흐르고 있었다.

60년 만에 찾은 강은 강이 아니라 손도 담그기 싫은 흐르지 않는 웅덩이들이었다.

60년 후에 우리가 물려줄 물들은 과연 어떨까?

'그때는 그때 살아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살겠지.'
'그것까지 걱정해야해?'

스위스 가면 100년 앞을 보고 밭을 가꾸고 농장을 일구어 간다.

돌담 하나 하나가 100년된 돌담이라고 생각하면 존경스러운 마음이 절로 든다.

우리는?

 

영동군용두공원 음악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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