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스물세살의 수채화

by 영숙이 2022. 9. 4.
728x90
반응형

 

<스물세살의 수채화>      

 

27.눈이 주는 행복      

 

   창 밖으로 하얀 눈이 소담스럽게 쌓였다.

   

   면사무소로 사람들이 등을 바짝 조여 안은 체  종종걸음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가끔 시야를 잠식할 뿐.

   모든 것은 하얗게 반짝이는 색으로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눈이 그친 뒤의 그 고요함.

   햇볕이 내리쬐는듯한 그 맑음.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곧 사그라져 버릴지라도

   눈을

   그 참모습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눈의 예찬"

   갑자기 눈을 예찬하다니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밟으면 뽀드득 소리 나는 저 눈처럼  내 마음은 반짝이지도 맑게 개어 있지도 아니하고 텅 비어 있을 뿐이다.

   

   눈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눈 내리는 모습을 보고 내린 눈을 본다는 것은 쓸쓸하다고나 할까?

   소슬하다고나 할까?

   

   면사무소 벽 한 귀퉁이에 작은 햇볕이 얼룩이는 듯 싶었다.

   

   영숙이의 마음 한 귀퉁이로 슬쩍 파고드는 떨림

   영숙이는 완전히 그것을 무시하고 거부하며 스스로의 안정 만을 유지하려 한다.

   억지로 유지되는 안정감.

   

   애써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의미 없음을 알지만 영숙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모습이란 여전히 창 안에 서성이며 자신을 일으켜 세우려 애쓰는 일이다.,

   홀로 서 있으려 노력한다는 일뿐.

   

   곽양언니가 장부 정리하는 것을 들여다보는데 온통 몸에 달린 시선이란 시선이 잠깐씩 밖으로 향한다.

   모든 인간사 세상만사 인간의 애증과는 관계없이 눈이 오니까 마음이 한결 밝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텅 빈 마음이건 무엇이건 제쳐 놓고 우선 눈만 보아도 눈 그 자체 때문에 강아지처럼 들뜨고 괜히 좋아할 기분이다.

   

   밖으로 뛰어 나가 눈싸움이라도 한바탕 휙.~

   함성을 지르며 눈 속에 뒹굴면서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서 눈 사람이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

   

   영숙이는 이제 그럴 나이가 아니다.

   곽양이나  안양언니 같이  저정도로 무표정한 얼굴이나 무감각한 행동을 해서도 안되겠지만

   강아지처럼  나뒹굴어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조그만 눈 뭉치라고 할 것 까지는 없는 조그만 돌 만한 눈송이가 날아와 영숙이의 초록 원피스에 맞아 떨어지고

   책상위에,

   장부위에 떨어져 미끄러졌다.

   

   날아온 곳을 쳐다보니 아무도 없었다.

   다시 장부를 들여다보려니 또 날아온다.

   난로의 연통 내놓으려 열어 놓은 케비넷 옆 창문 사이로.

   

   그때 씩 웃으시면서 윤선생님이 그쪽에서 나타나셨다.

   창을 돌아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신 선생님은 시침을 뚝 떼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체 난로 앞에 서성이며 창 밖을 내다본다.

   

   오늘은 눈이 너무 와서 사람들도 안올것이다.

   

   아무리 어른이라지만 선생님도 서울서 보던 도시의 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전달되어 오는 이 눈 쌓인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무척 좋으신 모양이다.

   얼굴이 다른 때처럼 가라앉아 있지 않고 반짝이고 있다.

   맑은 기운이 넘쳐흐르는 시선.

 

       ~  그래.

           눈은

           자연은

           사람을

           사람이게 만드는가 보군 ~

   

   그 어떤 운명이거나

   예감하는 미래와 상관없이

   현재의 윤선생님은 이 작은 사무실 안에서 아무런 잡념 부스러기도 없이 텅빈 가슴과 시선으로 창밖을 내다보며 어슬렁 거리고 서성이는 것이다.

   

   윤선생님 때문에 가득 차 버리는 사무실 때문일까?

   

   영숙이는 마음 귀퉁이로부터 포근하게 퍼져 나가는 온기를 무의식 중에 느낀다.

   윤선생님 때문에 가득 차 버리는 사무실 안에서, 난로의 따스함 때문도 있겠지만 포근하게 감싸이는 느낌을, 마음에 퍼져 나가는 온기를 느낀다.

 

   참새가 보건지소 맞은편에 있는 창고 지붕위로부터 시끄럽게 짹짹거리며 날아오른다.

   창고지붕이 오래된 짚으로 엮여있는데 그 속이 따뜻하니까 들어가있다가 한 번씩 날아오르는 것이다. 

 

         "옛날에 참새 잡으려고 짚으로 만든 지붕에 참새가 들어갈 만한 곳에다 그물을 걸어 놓으면 참새 눈에는 그물이 안 보이나 봐."

         "참새가 걸려서 못 빠져나가."

         "그물을 걷어 내어 참새 잡아서 참새구이 해 먹었어."

         "시골 외갓집에 가면 시골 마당에 참새가 엄청 모여."

         "삼태기에 나뭇가지 걸어  놓고 그 아래 겨나 좁쌀 같은 거 뿌려 놓으면 참새가 들어가서 먹거든."

         "삼태기를 세워 놓은 나뭇가지에 줄을 매어 놓았다가 참새들이 정신없이 먹을 때에 확 잡아 다니는 거야."

        "참새가 얼마나 재빠른지 잘 안 잡혀."

        "몇 번 해봤는데도 안 잡히더라고."

        "참새 조그마하잖아요? 먹을게 뭐 있다고 참새를 잡아요? "

        "왜 참새구이 맛있어."

 

   눈이 내린 후에 따뜻한 날씨와 햇볕 때문인지 여전히 창고 지붕 위와 홀로 선 버드나무 위로 참새 여러 마리가 짹짹 거리며 날아오르는 날이다. 

 

출처: https://sjjtc1.tistory.com/191 [베이비 붐 세대 - 또순이:티스토리].

 

◐ 오늘이 9월 3일.

     지난주부터 계속 비가 내린다.

     가을비보다는 가을 장마에 가깝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대단한 장마가 지나간다고 계속 안전안내문자가 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강풍대비 비닐하우스 간판 창문은 미리 고정하시고, 화분 등은 실내로 이동조치. 침수 대비 재래시장, 집 주변 배수로 사전점검 바랍니다.

     이런 내용이다.

 

      이번 태풍은 8월 28일 21시 발생하여 라오스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국립 보호구역의 이름인 힌남노이다.

   

      위력이 상당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남해안을 관통해 가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번 11호 태풍 힌남노가 예측과 같이 올라온다면 역대 최강의 태풍이 되지 않을까?고 말한다.

 

      별일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래 저래 웃을일이 별로 없는데 계속 비가 오락가락하는데다 태풍까지 몰려 온다고 하니 심란하다.

 

     올해는 샌달비슷한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데 밑창이 고무 밑창에다가 스펀지류가 좀 들어가 있다.

     발에 힘을 주고 걸어도 폭신해서 머리가 울리지 않고 좋다.

     

     비가 오니까 신에 물기가 머물러서 애기 신발처럼 짹짹 찌익짹 치익짹하고 양쪽 신발에서 소리가 난다.

     다른 신을 신고 페인트를 칠했는데도 어느 사이 이 신발에도 페인트가 여기저기 묻어있다.

 

    추석이 다가오니 오늘은 현충원에 아버님을 뵈러 갔다왔다.

    차를 타고 가는데 어디서 꼬리한 발냄새가 난다.

    알고보니 영숙이 슬리퍼 샌달에서 나는 냄새.

 

    밑창이 생고무인데 닳지는 않는데 자꾸만 밑창이 떨어진다.

    잘 붙여서 잘 신고 다니는데 이번에 발냄새가 나는 슬리퍼라니.

 

    다녀와서 신발을 빡빡 페인트까지 밑바닥까지 다 씻었다.

    지금 말리고 있는데 마르면 괜찬아 질런지 모르겠다.

 

     일주일 내내 온 것도 아닌데 이렇게 비가 오니 기분도 쳐지고 신발도 이상 상태다.

     그러니 한달 내내 오는 지역은 어떨까?

     6개월씩 우기와 건기가 번갈아 있는 지역은 또 어떨까.

 

     비는 필요하지만 골고루 자알 내렸으면 좋겠다.

     

     힌남노 태풍이 위력이 큰데다 과일이나 벼나 다 가을 수확기라서 농가에 비해가 큰 것이다.

     부디 별 피해없이 잘 비껴갔으면 좋겠다. ◑

 

 

728x90
반응형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물세살의 수채화  (0) 2022.09.06
스물세살의 수채화  (1) 2022.09.05
스물세살의 수채화  (0) 2022.09.03
스물세살의 수채화  (0) 2022.09.02
스물세살의 수채화  (0) 202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