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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낙서장

엄마의 종그렝이

by 영숙이 2022.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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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종그렝이>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금요일이 다같이 만날 수 있는 날이어서 신경을 썼다.
무신경하면 날자와 시간을 놓칠까봐 노심해서 기억하고 지각쟁이 습관대로 지각할까봐 시간도 알람으로 해서 잘 맞추었다.

쫑숙이가 애기를 보러 다니기 때문에 애기 보지 않는 쉬는 날을 찾아야 하고 엄마는 동사무소에서 하는 취로 사업을 다니기 때문에 일정을 잘 조절해야 한다.

집에서 9시 8분을 끊으면 넉넉히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끊었는데 준비를 하면서 보니까 벌써 8시 15분이다.

기차를 놓칠 것 같아서 기차표를 취소하고 일단 리무진 버스를 타러 갔다.
마침 8시 45분에 버스가 도착했다.
울산역에 도착하니 9시라서 9시 8분차를 취소하지 않았더라면 넉넉히 타고 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9시 25분 기차를 끊었으니 시간이 넉넉하다.

울산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화장실로 직행 ~ 아침에 못본 큰일을 보았다.

은퇴 이후 제일 좋은게 변비가 없어진 것.
매일 치열하게 시간 싸움을 하는 바람에 신호가 와도 제때제때 볼일을 못보니 항상 변비를 달고 살았다.
언제나 바빴고 할일이 산적해 있고 무엇보다 제일 고픈게 잠이었다.
커피로 깨워서 아침부터 달렸고 저녁에는 집안 일을 하고 밤이 되면 자야하지만 잠자기 아까워서 하고 싶은 일이나 영화나 이러저러한 정보웹을 서핑하다보면 항상 12시 넘어서 잤었다.

거기에 토끼잠이라서 초저녁에 자면 새벽 2시에 깬다.

안오는 잠 자려 애쓰다가 결국 일어나 집안일이나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새벽기도를 간다.

12시 넘어서 자서 5시에 일어나는 것보다 더 피곤하다.

5시 30분에서 6시 30분까지 새벽기도 드리고 집에와서 1시간 동안 쪽잠을 자고 출근한다.

이렇게 길들여졌기 때문에 늘 고픈건 잠이고 놓치는 건 큰거 보는 일.

이제는 아침 시간이 넉넉하니까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나고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고 일어나서 창문 열어 환기하면서 집안을 왔다 갔다 하다보면 신호가 온다.

변비 탈출 ~ 넘 좋다.
행복하다.

큰거 신호는 하루에 3번 온다고 한다.
이 신호를 놓치게 되면 볼일을 못보게 되고 하루 연장되면 딱딱하게 되어 더 힘이 든다.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니까 15분이다.
무조건 20분에 나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29분차를 타기로 생각을 정리했다.
완전하게 다 본것 같지가 않아서 조금 찝찝했지만 시간에 맞추어 일어났다.

기차 타고 폰으로 쫀쫀바리 주식을 하다 보니까 벌써 대전역
이다.
대전역에서 내리다가 보니까 기차에서 다 못한 쫀쫀바리를 체우
려고 지하철 자리에 앉
자마자 오늘의 쫀쫀바
리를 체웠다.

오늘의 수익은 3만원.
만족.

이즈음은 만원만 남아
도 판다.
판 것으로 또 다른 최저
가에 도전한다.
최저가가 계속 속출하
기 때문에 최저가를 찾
아서 돌리는 것.
많이 오르기를 기대하
지 않는다.
그저 수익율이 5% 정
도면 만족하고 판다.

그리고 또다른 5%를 찾아 돌린다.
만약 팔았는데 계속 오
르면 추격 매수를 하지 않고 카드를 버린다.
그 카드 아니어도 정말 좋은 회사의 최저가가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따라갈 필요가 없다.
한 회사에 충성하라고 하는데 고객을 생각해
주지 않는데 굳이 충성
할 이유가 있을까?

한참 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내려야 할 오룡
역이 지나간다.
오룡역 다음인 용문역
에서 내려서 다시 오룡
역으로 오려고 하는데 쫑숙이한테 전화가 왔
다.

"오룡역 다음이 탄방역
인데 그냥 거기에 서 있
어."
"금방 돌아갈 수 있는
데. ~ 알았어."

나와서 보니까 탄방역
이 아니고 용문역이다.
전화를 했는데 안 받는다.
두어번 하다가 톡으로 위치를 알리고 기다리
면서 서 있는데 바람이 차다.
울산은 남쪽이고 대전
은 윗지방이어서도 그
렇고 이제는 날씨가 추
워질 때가 되었는지 바
람 속에 냉기가 흐른다.

종숙이가 여전히 전화
를 안받는다.
엄마한테 전화를 하니
까 마침 남동생이 받는
다.

"날이 추워서 따스한 잠바같은 옷 하나 가져
와."
"차 왔어. 지금 타러 갈거야."
"아니 날이 춥다고 잠
바같은 겉옷 아무거나 하나 나 입을거 가져오
라고."
"응? 알았어."

그제서야 알아듣고 가
져 오겠다고 대답한다.
용문 자하철 역 4번출
구 약국 앞에 서 있다.
톡에 전달이 안된다는 표시가 뜬다.
전화를 했더니 하나 은
행 앞으로 가서 서 있으
라고 한다.
폰을 가방에 잘 챙겨 넣
고 하나은행 앞으로 가
서 서 있었다.
유성 방향을 향하여 서 있었다.
종숙이가 건너편 쪽으
로 지나 가다가 하나은
행 앞에 서 있는 것을 본 모양이다.
차를 건너편에 세워
놓고 쫑숙이가 횡단
보도를 건너온다.

"왜 전화를 안받는
거여."
"지나가다 보니까 언니 같아서 차 세워놓고 왔어."
"빨리와. 찍히면 범칙
금 낼지 몰라. 벌금 나오
면 언니가 내."
"전화는 왜 안받는겨?"
"전화? 가방에 넣어 놓았지."
"하나은행 앞에 서 있
으라고 해서 서 있으면 되는줄 알고."
"왜 가방에 넣어. 들고 있어야지. 전화하면 받
아야지." .
"아, 그러네. 그생각은 못했네. 하나 은행 앞에 서있으라고 해서 서 있
으면 되겠다는 생각만 했네."

차에 가니까 엄마하고 남동생하고 쫑숙이네 강아지 미소가 타고 있다.
같이 타고 김밥 산 것을 종숙이 애들한테 전달
하고 예약한 공주에 있
는 오리백숙을 먹으러 갔다.

능이버섯 오리 백숙 ~
국물이 시원하고 죽이 맛있다.
마침 배가 고팠던 차라
서 술술 잘만 들어갔다.

능이 오리 백숙을 뎁
히고 있는데 남동생이 젓가락을 대고 한점 뜯
었다.

"개인 젓가락으로 먹지 말고 집게로 먹어"
"아니 살짝 맛만 본다
고"
"요즘은 개인 젓가락
으로 먹으면 안돼." "집게로 뜯어서 앞접시
에 놓고 먹어야지."
"아, 그것좀 뜯어 먹었
다고 디게 머라하네."
"코로나 이후로는 그게 대세더라고."
"옛날에는 된장찌게에 숟가락 넣고 모두들 푹
푹 떠 먹었는데 요즘은 그라면 안되더라고."

엄마는 아들 편을 든다.

"그거 조금 먹었는데 놔둬. 좀 먹게."
"엄마. 편들면 안된다
니까."
"다같이 먹는데 그렇게 먹으면 안된다고 말해
줘야 한다니까."

옥신각신 그렇게 먹기 시작했다.
오리 다리 2개를 쫑숙
이 한개 남동생 한개 그리고 JINNSSAM도 중간에 살점 큰거 하나 엄마는 목뼈에 붙은 살
점을 달라고 한다.
먹고 나서 커다란 살점
을 드렸더니 고기가 모
자라지 않는가를 신경
쓴다.
평생 그리 사셨으니 이제쯤은 맘껏 드셔도 되는데 신경을 쓰신다.

"아니야 엄마 고기가 남네."
"여기 고기가 많이 남아 있어요."
"먹을 만큼 먹어서 배가 불러요."

오리고기가 큰거라서 다 못먹는다.
죽과 고기와 국물을 양껏 먹었더니 심히 배가 부르다.
남은 건 포장용기를 달라고 하여 담았다.

점심 먹고 커피 마시지 말고 카페 데려 갈테니 카페에서 마시자고 말
했다.
근처에 이안 농장이 있는데 풍경이 좋다고 해서 찾았다.
갔더니 코로나 타격때
문에 사람이 없었는지 버려 두었다가 이제야 정비하고 있었다.

"갑사 가는 길"

을 찾아 갑사로 ~ ~ ~.

"우리 고등학교 때 국
어책에 "갑사가는 길"
이란 수필이 실려 있었
는데?"
"그래? 기억이 안나는
데?"
"제목이 좋다"

"갑사가는 길"

단풍이 좋다.

눈이 따끔거려서 선그
라스 낀 눈에 단풍이 더 붉게 타오르고 있다.

"저기 호떡 판다. 건너
편에."
"이따 오다가 사먹어야
지."

갑사에는 생각보다 사
람들이 많지 않았다.
차도 붐비지 않고 단
풍은 무척이나 화려했
다.
유료주차장 대신 바로 옆에 있는 찻집에 차를 대고 들어갔다.

"대추차 3잔, 배도라지 차 1잔"

사발처럼 커다란 잔에 대추차와 배도라지 차
가 가득가득 넘치게 나
온다.
따끈한 대추차와 배도
라지 차를 마시니 속까
지 뜨끈 ~ 뜨끈 ~

점심도 몸보신 능이버
섯오리백숙에 죽에다 대추차까지 마시고 갑
사 매표소 쪽으로 슬슬 올라갔다.

강아지는 출입금지.
덕분에 갑사 안으로 못
들어가고 돌아서 오는
데 길가에 밤을 구워 팔
고 은행열매를 구워 판
다.
죽 훝어보면서 쫑숙이
한테

"오다보니까 표고버
섯이 좋은게 있는데?" "밤도 팔고 은행도 구워 파네."
"현금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응 언니 내가줄께."
"좋아라. 나중에 부쳐
줄께."
"아냐. 내가 살께."
"언니가 밥값도 내고 차도 사줬잖아."
"응? 그래? 더 맛있
겠네."

표고버섯 만원어치를 샀다.
표고버섯이 아직 덜피
어서 맛있게 보인다.
구운 밤 한접시 5천원.
많이 준다면서 붙잡았
는데 손이 저울인지 딱 한접시를 챙겨준다.

"많이 준다고 하셨잖
아요."
"알았어요."

그러면서 딱 3알을 집어서 넣어준다.

포목장사는 천을 자를 때 가져가는 쪽이 적게 가져가도록 사선으로 자른다.

오랜 세월 장사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많이 남는 쪽으로 팔기 마련이다.

손해보고 판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쩔 수 없는 경우를 빼놓고는 말이다.

주식도 마찬가지.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주식가격이나 배당이
되도록한다.
군밤을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을 앞에 두고 저울질 하듯 회사는 주식을 사는 사람들을 상대로 저울질을 하는 것이다.

은행 알이 빠지지 않
도록 엮여진 철망채를 들고 불위에서 은행알
을 굽는다.

처음에는 지금 사고 있는 분 옆에 분한테 사려고 마음 먹고 왔
는데 그냥 사고 만다.

생각한 것과는 다른 결과다.
그럴 때가 있는 것 같다.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가.

뜨거운 은행 알을 손에 쥐고 호호 거리면서 먹
고 군밤을 까서 먹느라 바쁘다.

표고 버섯을 3봉지로 나누었다.

다시 타를 타고 대전
으로 ~

"쫑숙이랑 어디가면 좋더라."
"간식거리 있을 때 먹
고 싶어도 같이 가는 사
람들이 안먹으면 참는
데 쫑숙이는 항상 먹더
라고."
"간식 먹는게 좋더라
고."
"응 나 군것질 좋아해."

차를 호떡 파는 곳 옆에다 댄다.

"배부른데 무슨 호떡을 먹어?"
"배불러도 우리는 먹고 싶어."

남동생이 쫑숙이한테 돈을 받아 호떡을 사러 간다.

호떡도 사고 건너편에 가서 밤꽤배기도 산다.

정말 배가 불러서 목밑
까지 부른데도 흑미호
떡이 너무 맛있다.

밤 꽈배기는 더 맛있다.

"돈 얼마 남았어? 안 모자랐어?"
"삼천원 남았어."
"남은거 차비해."
"싫다. 겨우 삼천원 차
비하라면서 생색 내는
거 싫다."
"중령이 꽈배기 심부름
이나 하고 삼천원 차비 받는거 싫다고."
"꽁짜로 호떡과 꽈배기
도 먹고 거기에 돈도 남
았는데 그게 왜 싫어?"

동생은 아직도 자신이 중령이라고 착각한다.
벌써 은퇴한지가 10년
이 다되가는데.

그럴 때면 아가씨 때 대전역 앞 2층에 있는 스넥가게에서 서빙을 하던 아저씨가 갑자기 해군사관학교 제복을 입은 남동생에게 말했
던게 생각난다.

"저도 해군사관학교 출신입니다."
"중령으로 퇴직했죠."
"그때가 참 좋았었는
데."

과거를 그리워하듯 말하는게 이상했었다.
남동생은 그리워하는 것 이상이다.
아직도 과거 속에 살고 있다.
부대에서 몇시간이고 떠들면 다 들어주던 시절처럼 우리에게 떠든다.

참 안타깝다.
교장 선생님들 중에서 황혼 이혼을 당하신 분들이 꽤 많다.
퇴직 후에도 여전히 교장선생님으로 행동
하시기 때문이다.

쫑숙이와 남동생이 투닥 투닥 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코스트코에 갔다.

엄마 한달치 양식을 사기 위해서.

이번에는 현미찹쌀, 구운달걀, 참치, 구운
김, 안구운김, 호두, 잣, 파스타치오, 땅콩,바나
나 불고기, 스테이크 고
기, 만두, 꼬막 살 삶은 거를 샀다.

짐을 차에 싣고 분식
가게에 가서 JINNS
SAM과 엄마는 잔치
국수 쫑숙이는 쫄면 남동생은 떡만둣국을 먹었다.

엄마 집에 가서 짐을 내려놓고 코스트코에서 산 올리브로 구운 파래
김 한통 기미에 좋은 도미나스 크림 한통을 에코가방에 담아서 기차를 타러 갔다.

엄마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가 쫑숙이에게 말
했다.

"오늘 수고했어. 고마워."
"엄마 쫑숙이한테 날마다 고맙다고 해."
"그럼 날마다 고맙다고 하지."
"종숙이가 병원 갈 때
마다 차 태워주고 외식
시켜주고 좋은 구경 다 시켜 주는데."
"맛있는거도 늘 갖다 주고."
"아침부터 전화하는건 쫑숙이밖에 없어."
"쫑숙이는 엄마의 종그렝이야."
"종그렝이가 뭐야?"
"종그렝이는 가깝고 친근하고 말 잘 들어
주는 어린아이 같다는 뜻이야."

인터넷에 찾아보니 그런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잘모르지만 좋다는 뜻인것 같다.

그렇다.
쫑숙이는 엄마 옆에서 살면서 엄마에게 필요
한 모든 것을 돌봐 드린
다.
정말 감사하다.
요즘은 한번씩 짜증을 내기는 하지만 전체적
으로는 상냥하고 친절
한 아이다.
  짜증내는 건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
인듯 그러려니 한다.

쫑숙이는 엄마의 종그렝이.

쫑숙이가 지하철 역까
지 태워주어서 쉽게 기차를 탔다.

앞에 지나갈 고속 철도 기차가 3분 늦어졌지만 내가 타는 기차는 정시
에 도착.

기차에서 오늘 행로를 열심히 적었지만 1시간
안에 다 못적고 기차를 내려서 리무진을 타고 집에 도착한 다음에는 던져 뒀다가 지금 마져 정리하고 있다.

군밤 사는 데까지는 어
제 쓴 것이고 그 이후는 지금 쓴 것이라서 흐름
이 틀리다.
어쩔 수 없다.
시간의 마법이다.
그렇다고 기차를 내리
지 않고 마저 쓸수는 없
었다.
집에 오자마자 피곤 무
시하고 쓴다고 해도 내
용은 처음과 같지 않고 달라졌을 것이다.

멍때리기 영화 몇편 떼고 잘 수 있는데까지 자는게 기분좋게 탈탈 털린 에너지를 가장 빨
리 회복하는 길이다.

JINNSSAM의 오늘 이야기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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