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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스물세살의 수채화

by 영숙이 2023.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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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살의 수채화>     

금요철야를 다녀오면
서 스물세살 때 다니던 그 골목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쓰기를 멈추었던 스물세살의 수채화를 다시 시작할 마음이 들었다.

차를 폐차했기 때문에 걸어다니던지 버스를 타고 다니던지 해야 하는데 걷는 것이 이런 때 도움이 된다.

생각해보면 이사를 정말 많이 다녔었다.
그렇다고 이사 다니는 것을 불편하다거나 집이 없어서 서럽다거나 그런 걸 생각해 본적이 없는거 같다.

살다가 이사하라면 이사하고 이사 가야할 상황이 되면 이사를 가고 주로 아파트에서 살았으니까 주인 아주머니들이 일년 계약기간이 끝나면 이사 나가기를 원하셨던 것 같다.

그 이유들이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아파트에 방을 한칸 내주면서 아가씨가 들어오면 아주머니들이 총각이 들어오면 아저씨들이 이사나가기를 원하고 했었던 것 같다.

그에 비하면 요즘은 원룸형이니까 독립성이 보장 되어서 주인 아주머니나  아저
씨의 눈치를 안봐도 되는게 좋은 거 같다.

그렇게 해서 이사가게 된 곳이 신정아이파트 앞쪽에 있는 선우아파트 102호.

빌라보다는 조금 넓었지만 역시 24평 아파트.
2칸의 방이 있었는뎅 작은 방에 살았다.
이제 자취생활 5년차.
이골이 나서인지 주인 집하고도 잘지냈고 밥도 제때 해먹고 눈치도 제법 볼 줄 알아서 서로 불편하지 않게 잘 지냈다.

선우 아파트 앞에 있는 금탑 아파트에 양호실 담당학생으로 뽑은 진이가 살았다.

진이는 얼굴도 이쁘지만 심성도 이쁘고 공부도 잘하는 그야말로 세째 딸이었다.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양호실에서는 매일 쉬는 시간마다 만나는 가까운 사이였으니 저녁 먹은 후에  JINNSSAM집에 놀러 오고는 하였다.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잘 기억이 안나지만 선생님은 어떻게 살까 궁금했을 테고 진샘은 심심하니까 밤 늦게
까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나누었었던 것 같다.

깔려 있는 이불에 누워서 읽던 책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누고 옷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

"선생님. 선생님들은 옷을 입고 걸어 놓고 다음 날에는 다른 거 입고 걸어 놨던거 빨지도 않고 다시 입는다는데요?"
"그거야 매일 같은 옷을 입을 수는 없고 입을 때마다 빨기도 그러니까 깨끗이 입은 옷 걸어놨다가 다시 입기도하지."
"선생님도 그래요?"
"그거야.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 그렇게 자주 세탁하지는 않는 거 같애."

진이는 시험도 있고 또 부모님이 밤늦게 다닌
다고 걱정하여서 몇번 온 이후로는 오지 않았다.
  사실 학교에서 매일 쉬는 시간마다 점심 시간과 청소시간에도 만났었는데 집에서
까지 만나는 것은 좀 그랬다.
어쨌거나 진이는 JINNSSAM 자취 생활 중에서 찾아왔었던 몇안되는 손님 중 하나였었다.
  
우수아파트 살 때 부터 였던 것 같다.
JINNSSAM의 여성 호르몬이 왕성하기 시작한 것이 ~

이상하게 밤 늦게까지 쉽게 잠이 들지 않아서
뒤척이기 일수였고 이상한 흥분감에 도취되고  ~
그리고 ~

누구나 다 그런 과정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남자아이들은 사춘기때부터 이미 왕성한 성호르몬에 지배 당하고 여자 아이들은 좀 늦게 찾아오는 것 뿐일 것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다 성호르몬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성을 잃거나 엉뚱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자 다들 건전한 방법으로 잘 해결해 나간다고 생각한다.

JINNSSAM은 글쓰기로 건전하게 에너지를 발산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결혼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구나.
짝을 이루어 살아가는거지'

새학기가 시작되는 봄이었다.
학교에 요구르트와 우유를 배달하는 아주머니가 학교 뒤에 아파트를 한채 가지고 있는데 산 가격에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면서 여선생님들 휴게실에 앉아서 투덜거렸다.

아주머니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말했다.

"그 아파트 저한테 파시겠어요?"
"정말 사실래요?"
"네.마침 재형저축 넣은 것이 만기가 되었거든요."

그렇게 학교 바로 뒤에 있는 아파트를 사서 이사를 하였다.
이사라고 옮길 짐도 별로 없어서 옷 몇개와 이불 그리고 그릇 몇개와 수저 거기에 전기밥솥만 옮기면 끝.

혼자서 학교가 끝나고 몇번 왔다갔다하니까 이사 끝.

그때 JINNSSAM
에게는 23평 아파트는
운동장이었다.
방이 3칸이나 되고 거실도 널찍하고 주방도 크기만 했다.
옷몇벌에 책 몇권 이불과 밥상 그릇 몇개에 수저와 젓가락
표시가 안나고 그냥 휑하니 넓은 아파트.

그시절에는 모두 그랬던 것처럼 전봇대에다

"월세방 세놓습니다. 몇동 몇호"

이렇게 적은 쪽지를 붙여 놓았었다.

이사하고 얼마 안됐을 때 아파트에 이사 했다고 선생님들이 집들이차 온다고
하셨다.
글쓴다고  용인 아저씨
한테 달라고 해서 학생들 쓰는 책상과 의자를 한개 가져다 놓았었다.
선배 샘이 먼저 와서 그 책상을 보더니 다른 샘들이 보면 안된다고 버리라고 해서 그때 당시에는 각각의 아파트에서 직접 버릴 수 있는 쓰레기 통로로 책상을 부셔서 버렸던 기억이 난다.
선배 샘과 친하셨던 샘들 몇분이 오셔서 휘휘 둘러 보면서 아파트 좋은데 ~  

하루는 쉬는 날 오후에 누군가 띵똥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열었더니
씩씩한 총각이 한명 서있었다.

"방 세 놓습니까?"
"네."
"그래요? 제가 얻을려고 하는데요."
"안되겠네요. 제가 혼자 살거든요. 아가씨가 혼자 사는데 총각이 들어오면 안되겠지요?"
"어때요. 괜찮잖아요."
"안되겠어요. 곤란해요."

씩씩하고 상냥한 총각이었지만 안된다고 거절을 했다.
다음에는 부부가 세를 얻는다고 해서 작은 방에 세를 들어왔다.
큰 방은 비어 있었다,
작은 방 한칸은 진샘이 쓰고 ~.

조용한 부부는 남자 분은 미술학원 선생님
이고 여자 분도 역시 조용하고 귀여운 분이셨다.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부딪힐 일은 전혀 없었다.
두 사람이 주방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JINNSSAM이야 정말 살림도 별로 없었고 부부도 살림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주방에서 요리하는 것을 본 기억이 없고 가끔 밤늦게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전부였다.  

월세 주는 날 외에는 얼굴을 마주 본 기억도 없다.
그런데 그 월세라는게 참 쏠쏠하게 수입이 되었다.
그렇게 2달 월세를 받고 방학이 되어 대전에 다녀 왔더니 부부가 나가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학교에 기간제로 오시는 샘이 가족들이 이사를 와야 하는데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였다.

JINNSSAM이 가족이라고 하니까 괜찮겠다 싶어서 우리집으로 이사를 오라고 하였다.

지금같으면?
절대로 이사오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입자랑 한집에 살면 절대 안된다.
서로 불편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시어머니 아이들 2명 아내와 기간제 선생님 5명이 전세로 이사를 들어왔다.
인생 호사다마?
월세 받기가 쉽지 않고 세주기도 쉽지 않고 가족이 이사 왔으니 JINNSSAM이 방한칸 쓰는건 그동안 죽 살아왔던 방식이고 ~

결론은 세주는 건 절대 쉽지 않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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