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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공방과 모루 식당>
도자기 배우러 가는 날이다.
시간에 맞춰서 도착하여 창문을 열다 보니 고양이 보리만 눈에 보이고 호두가 안보인다.
도자기 공방의 열쇠를 챙긴다고 왔다 갔다하면서 문을 열어 놓아서 호두가 나갔나?
깜짝 놀랐다.
"호두, 호두, 호두"
이름을 불렀는데도 대답이 없고 호두 집을 들여다봐도 보이지 않고 뒷뜰을 내다보니 보이지 않고
어쩌나?
별이샘한테 전화를 해야하나?
이리 저리 돌아 다니면서 찾다가 전화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면서 기척도 없는 호두를 찾다가 테이블 아래를 들여다 보니 호동그란 노오란 눈을 치켜 뜨고 고개를 꼿꼿이 세운 호두가 옆으로 누운 자세로 바라보고 있었다.
ㅎ ㅎ ㅎ
여기 있었군.
별이 샘이랑 다육이와 화분에 심긴 식물들과 물에 둥둥 떠 있는 수생식물들을 들여다보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
꽃이야기만 해도 하루 종일 이야기 할 수 있겠다.
화분마다 전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생명이 있는 식물이다보니 식물의 상태가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니 꽃들마다 다 사연이 있는 것.
흙을 가져다가 치대서 자연스러운 화분을 만들기로 했다.
별이 샘은 자연스러운 모양을 좋아한다.
네츄럴 타입을.
샘의 사위는 모던 타입을 좋아하고
동그란 화분 2개에 작은 미니미니한 화분 한개.
별이샘은 동그란 거 한개에 네모난 화분을 한개 만들었다.
공방 안에 전시 되어 있는 도자기 하나하나가 전부 작품이다.
앙징맞은 것도 있고 클래식 한 것도 있고 네츄럴 한 것도 있다.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작은 도자기류와 나무류 거기에 철사로 만들 수 있는 것 등등 다양하다.
11시부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로 시작해서 2시 30분까지 도자기 만들기 끝.
뒷정리 후에 공방을 벗어나서 사우나를 갔다.
사우나에서 씻고 점저를 먹으려고 어슬렁 어슬렁 ~.
주택 사이에 있는 마라탕 가게에 여중생들이 재잘거리길레 끌려 들어가서 마라탕을 먹었다.
맛있는 가게였다.
애들은 맛있는 거를 기가 막히게 잘안다.
마라탕을 먹고 기도를 하려고 교회를 찾아 가는중 ~
주택 골목 골목을 천천히 걸어 가는게 정말 좋다.
결혼하고 3년 짜리 재형저축 만기가 되어서 주택에 있는 2칸짜리 전셋집에서 아파트에 전세로 이사를 갔는데 그 아파트 집주인이 살던 주택이 보인다.
주택은 옆에 새로운 가건물을 지어서 이어놓은 창고같은 건물이 있는데 보기가 좋지 않다.
마당에 유리 온실이 있어서 호기심에 들여다 보았다.
담이 싸리나무 같은 것으로 가려져 있어서 잘보이지 않는다.
담장 틈새로 애써 들여다보니 유리 온실에서 어떤 여자 분이 전지 가위로 분재를 다듬고 있다.
그러고 보니 마당에도 가득이다.
겨울내내 잘 견뎠을까?
마당에는 남자 분이 물호스를 들고 왔다 갔다하고 있다.
아가씨 때 부터 살던 동네 ~.
정말 많이 변했다.
동네에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는 바람에 아파트 근처에 주택들이 전부 담벼락을 허물고 상가로 변신 중이다.
교회 근처까지 왔는데 교회 가까이에 모루 식당이라고 간판이 보일듯 말듯한 가게가 있어서 기웃 기웃 ~
뭐를 파는 가게일까?
잘모르겠다.
유리창 사이로 안을 들여다 보아도 잘 모르겠다.
메뉴가 뭐지?
슬쩍 밀어보니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면서 JINNSSAM이 좋아하는 냄새가 후욱 맡아진다.
익숙한 냄새.
"가게 구경해도 될까요?"
"네. 들어와서 보셔요."
50대의 여리여리한 남자 사장이 상냥하게 말한다.
"무슨 가게인가요?"
"식당인데요."
"메뉴를 봐야 알겠네요."
카레메뉴 ~
아하 그래서 익숙한 냄새가 나는 거였어.
그런데 인테리어가 기가 막히다.
단을 높여서 안쪽에 테이블이 9개 놓여 있다.
안쪽으로 작은 창문이 3개가 있는데 작은 창문 앞쪽으로 테이블을 3개씩 놓은 것이다.
그 작은 창문으로 남쳔이 빨간 열매를 달고 마치 액자처럼 이쁘게 보여지고 있다.
레트로 인테리어인데 정말 이쁘다.
의자도 테이블도 창문도 좋다.
다음에 누군가랑 꼭 오고 싶은 곳이다.
예전에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볼 수 없었던 곳인데 걸어다니니까 보인다.
참 이상도 하지.
차를 다니고 다닐 때는 바쁘게 지나 다니느라 보고 싶은 것만 보였고 이런 것은 전혀 눈에 띄지 않았었다.
걸어다니니까 ~
천천히 걸어다니니까 보이는게 너무 신기하다.
주택을 개조하여 가게를 만드는 것도 신기하고 그 가게가 베이비 붐 세대의 취향을 딱 챙겨 만든게 더 신기하다.
JINNSSAM은 6년 동안 뭐한거지?
뭐하고 살았지?
세월을 물 쓰듯 쓰면서 살았네.
정말 뭔가를 한다면서 한게 뭐있지?
주식?
글쓰기?
여행?
그러고 보니 제대로 한게 하나도 읎넹.
글쓰면서 건강에 대해 알아보고 건강에 대한 글도 써서 건강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글쓰면서 주식에 대해 쓰면서 주식에 대한 것을 조금은 이해 했다.
글쓰면서 여행에 대해 알아보면서 여행에 여전히 목마르다는 것을 알았다.
글쓰면서 글쓰기에 나름 전념했다고는 하지만 정말 전념했는지는 모르겠다.
결론은 치열하게 산다고 하면서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지는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제일 나쁜 벌레 대충 대충 하면서 대충 대충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공방에서 도자기를 만들고 마라탕 가게에서 마라탕을 먹고 모루 식당에서 허브 얼그레이 차를 한잔 마시면서 오늘의 티스토리를 쓰고 있다.
뭔가 하려고 짐을 잔뜩 들고 나왔는데 다 풀어보지도 못하고 집으로 가야할 시간이 다가온다.
그랬으면 어때.
오늘의 티스토리는 적었잖아?
그럼 된거 아니야?
좋다.
오늘의 티스토리 끝.
모루 식당
앞으로 단골이 될지도 모르겠다.
점심 먹을 곳이 없을 것 같아서 걱정이었는데 굶을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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