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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칼럼/국내여행

부소담악에서(추소정)

by 영숙이 2023.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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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소담악에서(추소정) >

 

 애고지고 찾아온 절경에 대한 실망

 인터넷과 티비에서 떠들썩했던 경치에 대한 멍멍한 답답함이 가슴에 메인다.

 

 마치 꿈꾸던 첫사랑을 만났는데 꿈속에 그리던 풋풋한 첫사랑 대신 세월의 풍파에 시달리고 초라해진 볼품없는 모습을 만나서 차라리 안만났더라면 하는 그런 아쉬움 같은거 ~

 

 그건 마치 정지용의 향수 같았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그렇다.

 꿈꾸던 부소담악은 그냥 향수 속에 경치일뿐이었다.

 앞으로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건 또 그냥 바램일뿐.

황룡사 주차장으로 나가는 길은 대청호가 바로 옆에 있어서 손을 뻗으면 물을 만질수도 있었다.
  하지만 절대로 만지지 않을 것이다.
  하수구 물 만지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올해처럼 비가 많이 내린 해에도 저렇다면 진안댐이 완성되어서 물의 양이 줄어 든다면 야채쥬스에서 야채죽이 될 것같다.

 

 황룡사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들어오던 길과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산길을 따라서 갔다.

 점저를 먹어야 하는데 근처 가까이에  새우탕에 생선매운탕 집이 있었지만 왠지 싫었다.

 대청댐의 초록색 야채 쥬스같은 물들을 본 직후라서 생선과 관련된 것은 먹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의 핵폐기물 때문에 생선이 썩 내키지 않는데다 대청댐을 본 직후에 돈주고 사먹을 엄두가 안났다.

 

 군북면으로 들어올 때와 반대편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가니 산골짜기의 고요가 천천히 스며 들어 온다.

 아직은 저편보다는 때가 덜탄 지역이지만 언제 어떻게 변화할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의 손때가 묻으면 이런 모습으로 절대 남이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울창한 숲 사이로 초록 대청호 물이 언뜻 언뜻 고개를 내민다.

 보고 싶었고

 보기 싫게 되었고

 또 보고 싶은 것도 같고

 빨리 스쳐가고도 싶다.

 

 길가에 차를 대고 사진을 찍는데 외통수인 산길 맞은 편에서 차 한대가 올라온다.

 비껴 갈 수 없으니까 올라오던 차가 뒤로 물러간다.

 한참을 내려가도 교차할만한 길이 안나오니 조마 조마 조마

 집중 집중.

 

 주변을 돌아볼 여유없이 산아래까지 내려와 버렸다.

 산아래 내려오니 더 이상 초록호수는 보이지 않았다.

 

 이리 저리

 꼬불 꼬불.

 

 그렇게 내려오다 보니 단아한 한옥음식점이 있었다.

 메뉴는 비빔밥.

 들여다보니 나물위주의 식단이 마음에 든다.

 입구에 조롱박 호박도 좋아보인다.

 

 돌솥비빔밥에 나물을 잔뜩 넣고 비벼서 잔뜩 먹었다.

 

 함께 해준 복순 엄마.

 애기때문에 바쁜 쫑숙이.

 투덜이 스머프 또돌이.

 모두 모두 함께 해줘서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쫑숙아 수고했어.

 엄마 넘 감사해요. 항상 건강하셔요.

 또돌이야 ~ 우리 잘해보자아

 쉽지 않은 인생이지만 우리 쉽게 가보자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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