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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칼럼/국내여행

탄천의 주인들

by 영숙이 2020.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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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비둘기>>

 

비둘기들이 다리 밑을 차지하고 구구구
뚱뚱하고 걸어 다니기 좋아하는 비둘기들이 구구구
날아 다니는 쥐라고 비하되는 비둘기들이 구구구

 

올림픽에서,  

월드컵에서,

무슨무슨 행사 때마다 하늘을 장식 했던 비둘기들이 구구구

 

비둘기들이 너무 많다고 
모이 주지 말라고 
번식력이 너무 좋다고


비둘기들이 쫓겨나서

탄천의 다리 밑에 모여 살면서 
구루룽 꾸구궁

 

이제 갈 곳 없고,

돌봐 주는 이 없는 비둘기들이 

 

제 몫을 다했다고,

이제 필요 없다고,

갈 곳 없이 다리 밑에 모여 앉아서 구르릉 꾸궁 

 

탄천에 붙어 있는 경고문.
먹이를 주지 마십시요.
먹이를 주시면 생존 본능이 떨어집니다.


사람들이 외면하는 비둘기는

안보이는 곳에 즈들끼리 모여서 꾸르릉.

 

똥을 싸서 지저분한 혐오동물이 되어
비둘기가 싫어 하는 약을,

발을 디디지 못하도록 인터넷으로 사서 붙여 놓았다.

 

비둘기 들이 사람들 눈에 안띄이도록

탄전 다리 밑에 모여 구구구.

 

날아 다니는 쥐라고 타박을 하는 사람들 한테서 떨어져

다리 밑에서 구구구.

 

 

<<2. 집기러기>>

 탄천강 지류 야탑천 22번 야탑교 * 번이 주소이다. 

 집 기러기 6마리.

 그곳에 가면 언제나 볼 수 있다.

 

 새벽에도,

 한밤중에도,

 초저녁에도,

 한낮에도,

 그곳에 가면 집 기러기가 있다.

 6마리.

 

  먹이 활동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늘 깃털 속에 머리를 묻고 있다.

  같이 다니지도 않으면서 모여 있고

  그렇다고 멀리 있지도 않다.

 

  적당한 거리에 서 있다.

 

  날지도 않고,

  종종 거리지도 않고,

  물속에 고개를 들이 밀지도 않는다.

 

  어느날 밤 한 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웅쿠린 기러기 4마리에

  어린 오리 새끼 한마리가

  동동동

  떠다니고 있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2020년 6월

  탄천에 집 기러기들이 어디를 갔는지

  제일 커다란 기러기 한마리만 빼고 보이지 않았다.

 

  몇일 뒤

  암컷 기러기가 새끼 2마리를 달고

  커다란 숫컷 기러기가 웅쿠리고 있는

  얕은 개울가에 동동동 

 

  탄천을 산책하던 발걸음들이

  모두들 신기한듯 멈춰

  한참씩 들여다 본다.

 

  코로나가 그렇게 기승을 부리며

  두려움에 떨게 할 때

  너희는 제 할 일을 하고 있었구나.

 

  오 ~ 귀여워라.

 

                 < 2020년 6월 17일 탄천 지류에 붙밖이 집 기러기 새끼들>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집기러기  ~ 항상 사람들 쪽으로 눈을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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