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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지상의 별처럼, 자기 앞의 생, 나의 문어 선생 이야기

by 영숙이 2020.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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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만에, 6개월도 넘은 듯 하다.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구입하기 위하여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간일이 별로 없다. 거의 일년에 한번이나 두번정도에 불과하다. 

 잇몸 관리를 위해 워터 픽스를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고장이 나버려서 하루빨리 구매해야 했다. 인터넷으로 사도 되지만 그냥 코스트코에 가서 구입하는게 나을 듯해서 돌아다니다 귀가를 하려고 하는데 기억이 나서 생각난 김에 사러 갔다.

 정말 워터 픽스만 사가지고 나오려 했다. 

 돌아다니다 보니 이것 저것 사고 싶은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사고 싶었던 식품을 보고는 또 언제 사러 오나  싶어 눈에 띄였을 때 이정도는 사도 되지 하면서 이것 저것 구입하다 보니까 두손으로 모자라서 결국 카터를 가져왔고 잔뜩 싣고 나왔다. 

 쇼핑을 하고 집에 오니까 너무 피곤했고 쇼핑에 자제가 안되는 이런 사람이었나 하고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기분도 풀겸 피곤도 풀겸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찾아서 시청을 했다. 다행히 좋은 영화를 3편이나 골라서 충분히 힐링을 했다.◑ 

 

1. <지상의 별처럼> 

 엉뚱하고 호기심 많은 꼬마 이샨. 기숙학교에 가게 되지만 자신의 재능을 알아본 특별한 미술 선생님을 만나 상상의 나래를 펴고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 

* 출연 : 아미르 칸, 다르실 사파리, 타나이 체다.                 *감독 : 아미르 칸                 *인도 영화, 힌디어 영화

 12월 7일까지만 방영된다고 한다. 인도 영화인데 아이 키우는 사람 포함해서 누구든지 특히 선생님들이나 부모님들 꼭 봤으면 좋겠다. 필독 영화. 보면서 막 울었다. (인도가 인구가 많다 보니까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참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드는 것 같다. 음악이 들어가도 예전처럼 과하게 들어가지 않고 딱 좋을 만큼만 들어가 있다.)

 다음은 중요 장면에서의 대화들중 하나이다. 

 -신발끈 묶고 밸트를 조여. 바지에 셔츠 넣고 전투를 준비하지. 어깨 위 짐이 무겁네. 내 손 안의 서류와 확고한 신념으로 세상과 맞설 거야 우리는 굽히지 않아 그게 세상의 이치 견뎌야 해 목표가 눈앞이지 견뎌야 해 그것이 세상의 이치 견뎌야 해 목표가 눈앞이지 견뎌야 해 잠도 반듯하게 자지 낙오는 용납 못 하지 뼈 빠지게 공부해 시키는 대로만 해 시키는 대로만 해 오믈렛과 비타민 강장제로 힘을 내 공부와 휴식 빈틈없는 계획 거침없이 나아가네 그게 세상의 이치 견뎌야 해 목표가 눈앞이지 견뎌야 해 그게 세상의 이치 견뎌야 해 목표가 눈앞이지 견뎌야 해. - 

 - 하지만 여기 또 다른 세상 음악으로 꿈에서 깨어나네 이곳은 시간이 멈추는 곳 어떤 상상도 현실이 되네. 그는 언제나 자신에게 묻지. 왜 이 세상은 견디라고 하지? 왜 목표를 향해 노력해야 하지? 왜 이 세상은 견디라고 하지? 왜 목표를 향해 노력해야 하지?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아. 근심 걱정도 없지. 나비와 만나고 나무들과 얘기하네 캡틴 이샨이 배행선을 타고 날아간다! 바람을 품에 끌어안고 빗속에서 이야기를 읽네. 드넓은 캔버스 하늘에 새로운 세상을 그리네. -

 - 교장은 이샨이 지적 장애아라고 생각해 비정상이라는 거잖아. 한 반에 학생이 60명이나 되는데 선생이 어떻게 애들을 신경 쓰겠어? 웃기는 소리지. 멍청한 것들!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애들을 위해서 내 일도 포기했는데 공부시키려고 붙들고 앉아서 얼마나 씨름을 했다고 당신 탓 아니야. 이렇게는 안되겠어. -

 - 어쩐 일로 오셨어요? 출장 중에 들렀습니다. 이샨은 만나 보셨어요? 아니요, 아직요 선생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말씀하세요. 아내가 인터넷으로 난독증에 대해 찾아봤어요. 당신한테 알려 주고 싶어서요. 왜요? 우리를 애한테 관심도 없는 부모라고 생각할까 봐요. -

 - 관심을 가진다는 건 정말 중요한 겁니다. 치유의 힘이 있거든요. 고통도 덜어 주고요. 아이는 다 느껴요. 부모는 아이를 안아 주고 입을 맞추며 마음을 표현하죠. 사랑한다 말하고 두려워하면 옆에 있어 주고 실패한다 해도 걱정 말라고 토닥이며 안심시켜 주는 것. 그게 관심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아와스티 씨? 마음을 쓰고 계신다니 다행이네요. 그만 가봐야겠네요. -

- 아와스티 씨. 아내분께서 솔로몬 제도에 대해서도 찾아보셨나요? 글쎄요. 모르겠군요. 솔로몬 제도에서는 토착민들이 경작을 위해 숲을 일궈야 할 때도 나무를 베지 않아요. 그저 나무 주변에 모여 실컷 욕을 퍼붓고 저주를 하죠. 그럼 며칠 내로 나무는 시들고 저절로 죽어요. -

 

 

 

2.<자기 앞의 생>     

 매춘부의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로사. 어느 날 지인의 부탁으로 행실이 나쁜 12살 모모를 억지로 맡게 된다. 모모도 로사와 지내기 싫은 건 매한가지다. 하지만 서서히 서로의 상처와 외로움을 알아보는 두 사람. 

*출연 : 소피아 로렌, 이브라히마 게예, 레나토 카르팬티에리  *감독 : 에도아르도 폰티  *영화도서 원작 이탈리아 영화 

 왜 사느냐고 물으면 웃지요. 하고 시인은 대답했다. 영화에서는 그런 질문에 대답하는 듯 하다. 살아가면서 받았던 상처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해바라기" 라는 유명한 영화에 출연했을 때 극장에서 만난 소피아 로렌은 나처럼 젊었었다. 이제 노년의 배우로써 출연한 소피아 로렌을 다시 만나본다.  

 다음은 중요 장면에서의 대화들 중 하나이다.  

  - 로사 아줌마, 왜 여기 계세요? 참대에 가서 주무세요. 여기 춥잖아요. 난 여기가 좋아 걱정하지 마라. 침대에 누워 있는 거 지겨워. 그리고 여기가 차분히 생각하기 좋아. 이오시프가 그러는데 여기가 아줌마의 배트맨 동굴이래요. 말 되네. 아우슈비츠 있을 땐 막사 바닥 밑에 숨곤 했어. 거기가 내 피난소였지. 여기랑 비슷해어 내가 너만 했을 때였지. 아우슈비츠. 너랑은 상관없는 이름이야. 몰라도 돼. 아줌마 말 신경 쓰지 마라. 늙은이 헛소리니까. 이리 와봐라. 오래전에 시장에서 산 거야. 이건 미모사란다. 전쟁 전 부모님이 비아레조 근처에 이런 집을 빌려서 살았어. 봄이 되면 미모사 나무가 노란 꽃으로 뒤덮였지.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단다. 다른 기억은 다 잊어도 이거 하나만은 간직했어. 모모,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병원은 싫다. 이 얘기를 너한테 하는 이유는 네가 거칠고 가끔 말썽도 부리지만 약속은 지키는 아이기 때문이야. 병원에 꼭 입원해야 해도요? 안돼 난 의사들을 잘 안단다. 남한테 생고생시킨 걸 훈장으로 생각하는 놈들이야. 나한테 온갖 실험을 할 거야. 겪어봐서 다 안다. 다시 그런 일 겪고 싶지 않다. 약속해다오. 약속할게요. 히브리어로 말해 그게 더 듣기 좋다. "헤렘" -

 - 내가 '레미제라블' 얘기 해줬지? 모든 건 상대적이라는 교훈을 준다고. 특히 선과 악 말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얘기를 듣느냐에 달렸어. 너 학교랑 동네에서 무슨 짓 하고 다니는지 다 안다. 무슨 말씀이세요. 네가 누구랑 어울려 다니고 누구 밑에서 일하는지 안다고. 넌 그 사람들이 네 가족이라 생각하겠지. 네가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편이라고. 하지만 틀렸다. 저 신고하실 거예요? 물론 아니다. 그런다고 네가 변하진 않을 테니까 네가 스스로 책임을 지길 바란다 저한테 뭘 바라세요? 우리 아빠도 아니면서! 누가 충고해 달래요? -

 그리고 모모는 변한다. 

  

3.<나의 문어 선생님> 

 남 아프리카의 바다, 해초 숲을 헤엄치던 영화감독이 특별한 문어를 만난다. 경계에서 교감, 우정으로 발전하는 두 생명의 관계. 세계의 숨은 신비가 모습을 드러낸다. 

*감독 : 피파 얼릭, 제임스 리드           *남아프리카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다음은 중요 장면에서의 대화들이다.

  - 남아프리카 공화국 웨스턴 케이프주 - 아프리카 끝자락에 있는 이곳은 '폭풍의 곶'으로 유명합니다. - 

  - 해외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너무 지쳐 버렸죠. 몇달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가족도 힘들어했죠. 저는 부담감에 짓눌려 병이 났어요. 정신적으로 감당이 안 되더군요. 카메라나 편집실은 다시 쳐다보기도 싫었어요.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했죠. 살면서 품었던 목적의식이 무너져 내린 거예요. 곁에는 어린 자식도 있었죠. 제 아들 톰요. 그 상태로는 좋은 아버지가 돼줄 수 없었어요.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했죠. 그러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칼라하리에서 함께 작업한 전문 사냥꾼에게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변화를 꾀할 방법은 단 하나. 대서양에 가는 거였죠. 처음에는 물에 들어 가기가 힘들었어요. 물살이 거세서 수영하기 두렵기로 손꼽히는 바다니까요. 수온은 섭씨 8,9도까지 떨어지기도 하죠. 숨잉 멎을 만큼 추워요. 긴장을 풀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10 ~ 15분 정도 아름다운 시간이 찾아옵니다. 갑자기 온 세상이 평온해지죠 추위 때문에 두뇌 회전이 빨라집니다. 찬 바닷물에 몸을 적실 때마다 뇌에 화학 물질이 쏟아져 나오니까요. 온몸의 감각이 살아나죠. 몸이 적응해 갈 수록 점점 더 편안해집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1년쯤 후에는 그 추위를 갈망하게 되죠. -

 - 모든 일이 시작된 그날을 기억합니다. 너무나 특별한 공간을 찾았거든요 이곳은 거대한 다시마 숲에 안전하게 둘러싸여 있죠. 다시마 숲은 큰 물결이 잦아들게 막아 줍니다. ~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이 범상치 않은 생명체에게 뭔가가 있다는 감이 오죠. '배울 게 있겠구나' 하고요. 특별한 동물이라는 느낌이 와요. 어찌 보면 황단한 생각이지만 날마다 와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하루도 빠짐없이 들여다보는 거죠. -

 - 생존법을 가르쳐 줄 부모도 없어요, 철저히 혼자죠. 그런데 문어를 노리는 천적은 종류가 어마어마해요. 그래서 문어는 수백만 년 동안 천적의 눈을 속일 놀라운 방법을 찾아야 했죠. 살 날이 1년 남짓 남은 이 암컷은 생존법을 얼른 터득해야 했어요. -

 - 문어가 이 사냥법을 처음 쓴 건 바닷가재를 잡을 때였어요. 난데없이 암초에서 바닷가재가 튀어 나왔죠. 저는 틀림없이 문어한테 잡힐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몇 번이나 빠져나가더군요. 그리고 몇 주 후였죠. 문어가 옆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어요. 저와 바닷가재 사이에 오려고 저를 한쪽으로 몰더라고요. 사냥 전략에 저를 이용한 거예요. 무작정 돌진하지 않고 그물처럼 몸을 펼쳐 덮치더군요. 사냥감이 옴짝달싹 못 하게요. 한 동물이 전략을 세워서 까다로운 사냥감을 재빠르게 효과적으로 잡는 모습이었죠. 문어의 지능이 발달한 것은 수많은 먹이를 잡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먹이의 종류도 다양하죠. 문어가 잡는 연체동물은 사냥하기 꽤 수월하지만 단단한 껍데기에 싸여 있습니다. 문어는 이런 연체동물을 어떻게 잡아먹는 걸까요? 문어 팔의 아랫부분에는 단단한 껍데기를 뚫는 드릴이 있죠. 껍데기에 구멍을 뚫어 뱀처럼 독을 떨어뜨려서 연체동물의 반응을 살핍니다. 개중에는 힘이 쭉 빠지는 연체동물도 있습니다. 껍데기의 꼭대기에 정확히 구멍을 뚫으면 되죠. 벌림근에요. 문어는 기하학적 구조를 파악해서 껍데기에 구멍을 뚫어야 하는 위치를 정확히 알아내야 먹이를 구할 수 있죠. 지능이 높은 무척추동물이라 가능한 일입니다. 문어는 학습 능력과 세밀한 기억력을 자랑하죠. 제가 문어에게 큰 가르침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 얼른 아침이 왔으면 했죠. 할 일이 정말 많았으니까요. 아주 작은 흔적 하나하나 사소한 행동을 모두 살펴보고 다른 동물과의 소통 방식을 전부 연구하고 싶었어요. 매일 같은 장소에 왜 가냐고들 묻는데 날마다 들여다보면 미묘한 차이가 눈에 띄죠. 그때 비로소 자연을 이해하게 돼요. 문어는 수천 종의 동물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요. 거기에는 천적과 먹이도 포함되죠. 이 생태계 전체를 보살피는 게 바로 해조 숲입니다. 이제 계란고둥과 성게의 관계를 알게 됐어요. 문어와 계란고둥의 관계도요. 동물 간의 관계를 파악하면서 수많은 이야기와 마주하게 돼요. 숲의 정신이라고 할까요. 거대한 생명체의 존재감이 여실히 느껴졌어요. 숲은 저보다 수천 배 영민하고 지혜로웠죠. 수백만 년간 물속에서 가동된 거대한 두뇌 같았어요. 그 두뇌가 균형을 유지하는 거죠. -

  - 304일. 이때는 전부 완벽해 보였어요. 숲은 평화로웠죠. 물론 제 착각이었어요. 천적은 늘 존재한다는 사실을 깜빡 잊은 거죠. 지금도 큰 상어가 문어에게 갑자기 달려들던 장면이 생생해요. 문어는 가만히 숨어 있으려 했죠. 상어는 주변을 헤엄치며 문어 냄새를 추적했어요. 그모습을 보니 불안감이 엄습했죠. '악몽이 또 시작됐구나' -

 - 문어는 재빨리 숲 지붕에 올라가 다시마 잎 여러 장으로 온몸을 꽁꽁 감싸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밖을 내다봤죠. 문어 냄새가 진동하자 상어는 다시마를 마구 물어뜯었어요. 문어가 먹물을 뿜더군요. 곧장 물 밖의 바위 위로 올라가서 깜짝 놀랐죠. 그때 저는 제 눈을 의심했어요. 문제는 물속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거였죠. 상어는 문어 냄새를 다시 쫓고 있었어요. 끔찍한 추격전이 시작됐죠. 그러다 문어를 봤는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어요. 조개껍데기와 돌을 100개쯤 얼른 줍더니 공격에 취약한 머리를 팔을 접어 감싸더군요. 그때 알았죠. 아 진기한 모습을 본 적이 있다는 걸요. 오래전에요. 상어는 문어를 금세 붙잡았어요. 저는 숨이 차서 되도록 빨리 수면으로 올라갔다가 곧장 내려왔어요. 그때 기가 막힌 광경을 봤죠. 문어가 위험이 제일 적은 곳으로 교묘하게 자리를 옮겼더군요. 상어의 등 위로요. 상어는 몸을 흔들어 문어를 떼어 내려 했죠. 단 몇 초 만에 상황 파악이 됐어요. 문어가 우위를 차지한 걸 금세 알아차렸죠. 상어가 무성한 다시마 숲에 가까이 가자 문어는 떨어져 나왔어요. 남은 조개껍데기를 버리고 재빨리 사라졌죠. 두뇌 싸움에서 상어가 완전히 밀린 거예요. 상어가 한 번 더 스쳐 갔지만 문어를 건들진 못했어요. 손쓸 방법이 없자 상어는 떠나 버렸죠. 단시간에 기지를 발휘해 생사가 걸린 결정을 내리다니 문어는 참 경이로운 동물이에요. -

 - 저는 이 암컷 문어의 삶 80%를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너무나 짧았기에 매 순간이 소중했죠. 이렇게 멋진 날도 있었어요. 사르파 살파가 데로 몰려 왔죠. 아주 얕은 물에요. 문어가 갑자기 수면으로 팔을 쫙 뻗더라고요. 처음에는 물고기를 잡는 줄 알았죠. 그런데 뭔가 이상했어요. 문어는 전략적으로 사냥하거든요. 목표가 분명하죠. 이건 포식 활동 같지가 않았어요. 문어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한참 걸렸죠. 그런데 아무리 봐도 물고기와 장난치는 것 같았어요. 사회적 동물은 놀이를 즐기기도 하지만 지극히 반사회적 동물인 문어가 물고기와 장난을 치다니 문어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됐죠. 문어는 물고기에게 흥미가 떨어지자 휙 다가와 저를 붙잡더군요. 문어와 몸을 맞댄 건 그때가 마지막이었죠. - 

 - 암컷 문어는 굴에만 있었죠. 나와서 배를 체우지도 사냥하지도 않았어요. 알을 돌보는 일에 온몸을 바치다시피 했죠. 그러다 보니 몸무게가 확 줄고 기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어요. 알은 어두운 굴 뒤편에 있어서 볼 수가 없었죠. 저는 날마다 문어를 들여다봤어요. 사이펀으로 산소를 공급하며 암컷이 알을 보살피고 있었어요. 그리고 서서히 죽어 갔죠. 알이 부화하는 날에 맞춰 죽음을 맞이한 겁니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무척추동물이 다름 아닌 연체동물이 제 목숨을 희생했잖아요. 새끼를 위해서요. 알은 전부 부화했습니다. 그 작은 알들이 물기둥에 실려 들어갔죠. 수십만개가요. 겨우 숨만 붙어 있던 암컷 문어는 굴 밖에 쓸려 나와 있었어요. -

 - 문어의 굴이 있는 곳에 지금도 자주 갑니다. 그 위에 둥둥 떠서 문어의 존재를 느껴요. 당연히 그립죠. 하지만 마음이 놓인 것도 사실이에요. 날마다 바다에 들어가서 열성적으로 문어를 찾아다니며 촬영하려고 노력하느라 좀 힘들었거든요. 꿈에서도 떨칠 수가 없었어요. 문어 생각뿐이었죠. 그 당시 저는 문어처럼 생각하고 움직였어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부담감이 어마어마했죠. 하지만 속으로는 이 암컷 문어가 무척 자랑스러웠어요. 불가능한 확률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으니까요. 상상도 못 할 삶이죠. -      

 저는 문어에게 매료됐을 뿐만 아니라 문어가 상징하는 야생의 세계를 사랑하게 됐고 달라진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문어 덕분에 온전히 느낄 수 있었죠. 저도 자연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이 생겼어요. 실로 엄청난 변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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