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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

캐나디안 로키의 추억

by 영숙이 2020.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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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디안 로키의 추억>

                                       -신원호. 전 kbs 울산방송국장. 처용수필 제2호 1996년 겨울호-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  

 30여년 현역생활에서 얻은 안식휴가를 아내와 나는 지난여름 캐나다로 여행을 떠났다. 캐나디안 로키를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관광객을 태운 버스는 로키산맥 중턱에서 덜컹 고장이 나고 말았다. 

 캐나다 인디언의 후예라고 자기 소개를 했던 멋장이 버스 기사는 생쥐꼴이 되어 버스를 고치고 있었지만 진척이 없어 보였다. 무료해진 나는 수근거리는 일행을 뒤로 하고 우산을 쓴 채 사금을 채취하던 사람들이 살다가 버리고 간 움막에 섰다. 한 세월 사금횡재에 열광했을 채취꾼을 생각하면서 대자연이 안겨주는 경외감에 몸을 떨었다. 

 패연히 내리는 빗속의 로키는 신의 장엄, 바로 그것이었다. 

 

 - 로키산맥하면 으례 미국을 떠올리지만 로키는 북으로 갈수록 산세가 험준하고 기기묘묘하다. 캐나다쪽 로키인 캐나다인 로키가 바로 그렇다. 자동차를 겁내지 않는 산양과 곰 등 야생동물들이 대로변과 인가에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관광객들을 놀라게 한다. 처음 찾는 사람은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하고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캐나디안 로키의 중심이자 관문은 밴프와제스퍼, 연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그러나 이곳의 인구는 불과 5천 ~6천명, 오히려 초라해 보이는 시골마을이지만 세계적인 명소로 손꼽힌다. 이곳 사람들은 자기네 마을이 발전하지 않는 이유를 자연파괴와 지나친 인구증가를 막기 위해 3층 이상은 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돈만 되면 해안절경이고 그린벨트고 가리지 않고 망가뜨리고 깨부수는 우리네의 처지가 너무나 부끄럽다. 이 고적한 두 마을은 사방이 눈 덮인 산에 둘러 싸여 있다. 

 휴양지로는 그저 그만이다. 골프, 스키, 승마, 낚시, 수영, 래프팅을 즐길 수 있는 코스와 온천 등이 인근에 널려 있다. 특히 아름답기로 세계 10대 골프장중의 하나라는 밴프 컨트리클럽은 너무나 환상적이었다. 페어웨이 한가운데서 앨크 가족이 유유히 풀을 뜯고 골퍼는 이들 귀빈이 식사를 마치고 떠날 때까지 기다린다. 농약을 쓰지 않으니 골프장은 야생 동물의 놀이터다. 골프장을 둘러싸고 흐르는 보우강의 만년빙하를 녹인 물빛은 에머랄드보다 아름답다. 

 재스퍼에서 밴프까지의 하이웨이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중의 한다. 빼어난 경관들이 쉴 틈조차 주지 않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애서배스카 빙하, 선 윕터 폭포, 칼럼비아 대빙원, 루이스 호수 등, 320 km의 이 하이웨이는 승용차로 6시간 정도 걸린다. 이중 최고의 비경은 루이스 호수다. 빅토리아산과 동화속 궁전 같은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이 한데 어우러진 장관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우리는 로키 관광도중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 재스퍼의 김치 하우스 밴프의 서울옥에 들렀다. 젊은 부부의 친절과 함께 먹은 갈비와 불고기는 너무 맛있었다. 알고 보니 육질이 좋기로 이름난 앨버타산 쇠고기였고 좋은 재료에 우리 고유의 양념이 어우러졌으니 양식에 질린 입맛을 되살려 놓기에 충분했다. 음식점 주인은 우리나라도 살기가 괜찮아 지면서 록키를 찾는 관광객이 해마다 크게 늘어난다고 대견스러워 했다. 장사도 장사지만 일본 관광객만 들끊어 속상해 했다며 이제는 캐나다인들에게 기 좀 펴게 됐다고 크게 웃었다. 

 로키는 산악지대여서 한겨울에도 춥지 않다고 한다. 너무나 장엄해서 인간을 초라하고 서럽게 만드는 로키, 신이 아니고서는 이같은 대 자연의 장엄미를 그 누가 연출할 수 있을까. 특히 해발 2273m의 산꼭대기 전망대로 우리를 날라올린 재스퍼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재스퍼 남쪽 휘슬러스 산에 있는 이 전망대는 눈가는 곳 어느 한군데 우리를 압도하지 않는 곳이 없다. 거대한 바위와 만년설의 웅장함, 우리를 날려 버릴 것 같은 거센 바람,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멀린 협곡과 호수는 나의 혼까지 빼 놓을 듯 했다. 카메라 셔터를 쉴새없이 누르면서도 우리는 주마간산의 추억 만들기가 이 대자연의 장엄미와 접근을 거부하는 엄숙함을 훼손하지나 않을까 겁이 났다. 30여년 방송 일선에서 뒹굴어온 세원이 허연 귀밑머리와 함께 어떤 설움같은 것으로 치밀어 오르면서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세월이란 이런것인가. 

 인생이 그런것인가. 나도 인생길목 기웃거리다 어느새 귀착점으로 오고 만것인가. 로키의 대자연은 인간을 왜소하게 하고 처연하게 한다. 

 - 그래 그렇게 살아가자. - 

 갑자기 장대같은 빗속을 뚫고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자동차는 벌써 고장을 수리하고 떠날 채비에 바쁜데 인원점검에서 나만 빠진 것이다. 아내의 찾는 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사금 채취꾼의 움막에서 총알처럼 뛰쳐 나갔다. 우산 펴는 것도 잊은 채, 장대 같은 비를 맞으며 ...

 

 

 ◐ 1996년 울산 지역 수필가들 모임에 함께 하면서 그동안 써놓았던 영숙이의 글들을 올렸었다. 이 활동들이 계속 되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영숙이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서 글 쓰는 일을 포기했었고 처용 수필가 모임도  처용수필 제2호 1996년 겨울호를 끝으로 더이상 발간되지 않았었다.

 지역의 문학을 활성화 하려면 수필가들의 모임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졌어야 했는데 참 아쉽다. 다들 정말 너무나 좋은 글들을 쓰셨다. 세월이 지나놓고 보니 더욱 빛이 나는 글들이다. 모두들 삶의 경험과 지혜가 스며있는 폭넓은 안목을 가지고 쓰셨기 때문이다. 

 영숙이는 아주 어린 축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분들이 50대라서 이제 영숙이가 60대니까 다른 분들은 70대
이실 것이다. 사회 각부분에서 전문인
으로서 활동하면서 더욱 더 풍부해진 지혜와 다음세대를 위한 글들을 계속 쓰셨으면 좋았을텐데 ......

 인생은 아쉬움의 연속 ..... 이제 이렇게 글을 올릴 수 있고 접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이렇게 오랜 세월 딸이 쓴 글이라고 80대의 친정어머니가 보관하고 게셨던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그리고 티스토리에 글을 쓸수 있는 은혜를 부어 주신 하나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마음 속에 소원까지 나보다 더 잘 알고 계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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