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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파트의 비밀 2.(1504호)

by 영숙이 2021.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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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비밀 2. (1504호)>

 

 1504호.

 영숙이네 앞집.

 

 중학교 2학년인 태웅이는 부모님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그러는지.

 한 집에 살면서 남남처럼 지내고, 말도 안하고 지내는 걸.

 

 다른 집도 다 그렇게 사는걸까?

 

 공부도 제법 잘하고 사는데에 부족함 없이 지내고 여동생 태영이도 정말 똑똑하고 공부도 잘하고 부모님은 건강하시다.

 그런데도 태웅이 얼굴에는 언제나 그늘이 있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아무 생각없이 활짝 웃고 아이들과 어울리고 장난치고 그렇게 지낼 수가 없었다.

 

 철이 들고 부터 엄마, 아버지가 잘지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생각해보면 집안은 언제나 찬바람이 부는 시베리야였다.

 우리 가족은 함께 놀러가거나 여행을 다닌 적이 없었다.

 집안에서조차 거실에 모여서 웃으면서 맛있는 것을 먹어 본 기억이 없다.

 

 왜일까?

 엄마 아빠는 왜 그렇게 잘지내지 못하는 거지?

 무엇이 문제인거임.

 

 늘 마음에 돌덩이를 짊어지고 사는 것 같았다.

 하루는 태웅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회 샘께 물었다.

 

 "샘. 우리 엄마 아빠는 왜 그렇게 사이가 안좋은지 모르겠어요."

 "음. 그렇구나. 선생님도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이 늘 싸우셨어. 싸우는 것도 그냥 싸우는게 아니고 레슬링을 하셨지."

 "고등학교 때 엄마 아빠가 일주일 내내 싸우다가 조용해지는거 보고 부부의 일은 부부가 해결해야하는 문제라는 걸 깨달았어. "
 "내가 해결 해줄 수 없는 부모님 문제에 집중하는 것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공부에 집중해서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선생님이 되었지."

 "태웅아, 부모님이 사이가 안좋은 것은 정말 마음이 아프지만 태웅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니까, 태웅이가 할 수 있는 공부에 집중하는게 어떨까? "

 "태웅이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게 그래서 하나님께 쓰임 받는 사람이 되는게 제일 중요하지."

 "마음이 너무 힘들때는 교회에 다녀봐. 서울로 대학을 가면 보통 11시에 예배를 드리니까 큰교회에 다니면서 예배를 드려. 마음이 편해질거야."

 이후로 태웅이의 얼굴이 밝아지지는 않았지만 어두운 그늘은 걷혔다. 

 단호한 얼굴로 공부에 매진하는 태웅이는 갑작스레 훌쩍 커서 어른이 된 것 같았다.   

 그렇지만 마음에 든 푸른 멍은 쉽게 지워지는 멍이 아니었다. .

 

 여름 방학 중에 학원에 갔다가 수업이 없어서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 왔었다.

 엄마가 대문을 열어 놓고 1505호 아주머니와 거실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말하는 소리가 엘레베이터에서 내린 태웅이의 귀에 들렸다.

 

 "아가씨 때 작은 건설회사에서 근무했는데요. 남편도 그 회사에서 일했어요. 남편이 결혼하자고 했어요. 사실은 회사 사장님하고 사귀고 있었는데, 남편이 알면서도 나를 책임진다고 하면서 결혼하자고 해서 결혼 했어요."

 "남편은 부부 생활을 시작하면 끝내지를 않아요. 다음 날 아침이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어요. 일주일 동안 산부인과를 다녀야 했어요."

 "남편은 결혼하기전부터 사귀는 유부녀가 있었는데 두 사람은 속궁합이 잘 맞았는지 나하고 결혼 한 후에도 한달에 한두번씩 만나고 있다고 했어요."   

 "전에 아파트 살 때도 우리 부부가 이렇게 사는지 아무도 몰랐어요. 남편이 제시간에 출퇴근을 하니까요. 두사람은 낮에 만나거나 초저녁에 만나고 한번씩 출장 간다 하면서 제주도 같은 곳에 여행을 다녀요."

 "애들 아빠가 나더러 술을 마시라 하는데 난 절대로 안마셔요. 술마시고 그러고 싶지가 않아요."

 태웅이는 그날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조용히 돌아서서 엘레베어터를 타고 내려와서 앞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가서 인조잔디를 밟으면서 몇바퀴인지 돌고 돌았다.

 

 태웅이네 집 거실에는 커다란 벽걸이 티비가 걸려 있었고 맞은 편엔 아빠가 커다랗게 현상된 사진이 걸려있었다.

 무섭도록 무표정한 사진. 

 가족사진이 걸려 있는게 아니고 아빠가 자기의 사진을 커다랗게 현상해서 걸어 놓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우리가 다 커서 학원을 다니면서 늦게 집에 오니까 심심하다면서 낮에 옆에 아파트에 사시는 큰 이모네 쌍둥이들을 데려다 돌봐주기도 했다.

 

 집에 있을 때 부모님은 절대 큰 소리를 내는 법이 없었다.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그냥 싸늘한 냉기가 흐를 뿐이다. 

 

 한번은 한밤 중에 안방에서 엄마가 날카롭게 지르는 외마디 소리가 작은 방에서 자는 태웅이한테까지 들렸다.

 

 "뭐하는 짓이야? 저리 안가? 저리가라고."   

 

 태영이와 태웅이는 주말에 그림 그리기 과외부터 주중에 논술쓰기 과외 또 매일 입시학원과 영어학원을 다녔다.

 태웅이는 열심히 공부했지만 서울에 있는 대학에 떨어졌고 서울에 있는 입시학원에서 재수를 한다음 S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입학 후 엄마랑 태영이랑 이모네 식구랑 제주도로 놀러 갔었다.

 성산 일출봉 올라가는 길에서 그즈음 부터 집에 잘 안들어 오시던 아빠가 왠 여자랑 밝은 표정으로 웃으면서 손 잡고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한번도 우리랑 있을 때에는 보여 주지 않았던 표정.

 

 아파트는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른 비밀을 가지고 있다.

 눈에 좋아 보인다고, 근사해 보인다고, 그럴 듯 하다고 속 내용도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대학을 다니면서부터는 사회샘 말처럼 서울에 있는 큰 교회에 등록하였다.

 11시 예배 뿐만 아니라 청년부 예배도 드리고 성가대에 서서 찬양도 부르고 있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 부모님이랑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셔요.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고 서로를 필요로 하는 여자 친구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 주셔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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