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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파트의 비밀 3.(1504호)

by 영혼의 닻을 찾아서 2021.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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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비밀 3.(1504호)>     

 

 1504호.

 

 아저씨는 온산에 있는 회사에 생산직으로 근무해서 3교대를 했다. 아이는 위로 딸셋에 망내가 아들이었다.

 아저씨는 평범한 동네의 보통스러운 아저씨였고 아줌마는 마르고 키가 큰 분이셨는데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언제나 바쁘게 움직이는 분이셨다.

 

 처음 분양이 안되는 아파트를 건설 회사에서 임대 아파트로 내 놓을 때부터 영숙이네 앞집에 살았는데 아파트 분양을 받고 얼마 안지나서 이사 간다고 하였다.

 법원 앞에 빌딩으로.

 일층에는 코너에 24시 편의점이 있고 2층에는 법무사 사무실로 세를 주고 3층은 전세로 주었다가 이번에 아파트를 팔아서 3층에 전세를 내 보내고 이사 들어간다고 한다.

 

 처음 임대로 아파트에 들어 올 때에는 분양가격은 싸고 전세가가 분양가격보다 비싸도 모두들 전세로 입주 했었다.

 85년도에는 그랬다.

 울산이라는 지역은 외지인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는 전세로 살다가 언제인가는 떠날 거라는 생각으로들 살고 있었다.

 전세를 찾는 이들은 많고 매매는 적으니까 전세가가 매매가 보다 높았다.

 지금으로써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집 주인은 집을 팔려면 아파트를 사가지고 들어 오는 사람한테 돈을 내줘야 하던 때였다.

 

 86 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이 끝나고 아파트 매매가가 올라갔다.

 임대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건설회사와 분양가보다 비싼 전세비를 주고 들어온 입주민들은 덜 내려고 하는 바람에 1년여를 줄다리기를 했다.

 숫자가 많은 입주민들은 숫자를 믿고 움직이지 않고 건설사는 수도물을 끊는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결국 그때 올라간 아파트 매매가 보다는 조금 싸게 해서 합의를 보았고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가끔 문 앞에서 아줌마를 마주치면 이런 자랑 저런 자랑을 했다.

 앞집 아줌마는 50대였다.

 딸들이 선발고사였던 울산 지역에서 공부를 잘해야 들어갈 수 있는 울산여고 다닌다고 자랑을 했다.

 법원 앞에 큰도로에서 법원쪽으로 꺽어드는 코너에 있는 건물을 자기가 샀다고 자랑을 했다.

 무거동 태화강변에 있는 하천부지를 샀다고 자랑했다.

 어떻게 돈을 모았는지도 자랑했다.

 

 남편이 월급을 타오면 안쓰고 거의 다 저축을 해서 돈을 모았다고 자랑을 했다.

 돈을 안쓰려고 시골에서 보내오는 쌀과 부식으로 살림을 산다고 했다. 

 시장에서 배추 팔때 가장 겉에 있는 배추 잎을 떼어 내고 파는데 그것들을 공짜로 얻어와서 배추국을 끓인다고 하였다.

 소가격이 떨어지면 시골에 송아지를 사주고 큰 소가 되고 가격이 비싸지면 팔아서 돈을 만들었다고 했다.

 

 처음에 건물을 샀을 때 돈이 모자라서 전부 전세를 주고 열심히 돈을 모아서 전세를 내보내고 월세 비중을 조금씩 올려서 돈을 모았다고 했다.

 하천부지에 이런 저런 채소를 가꾸어서 5일장에 내다 판다고 하였다.

 실제로 5일장에 가서 아주머니가 채소 파는 걸 본 적이 있다. 

 

 88 올림픽으로 전국이 주식으로 들썩 거릴 때에도 아주머니는 시장에서 직접 가꾼 채소를 내다 팔았다.

 그렇게 저축을 하고 분양받은 아파트를 팔고 사놓은 빌딩 3층으로 드디어 입주를 한 것이다.

 

 딸이 3명인 이유는 아들을 얻기 위해서 아들 낳을 때까지 낳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단한 아주머니였다.

 알뜰살뜰 한눈 안팔고 저축하고 모아서 건물을 사고 땅을 사고 자식들 낳아서 잘 키워 일류학교 보내고

 아주머니는 햇볕 아래에서 채소 키우느라 그을려서 까무잡잡한 피부였지만 5일장에서 채소 파느라 만난 아주머니 얼굴에 눈빛은 반짝반짝 자랑스럽게 빛이 났다.

 어떤 사람을 만나서 어떻게 사느냐는 정말 중요하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49%가 빈곤층이라고 한다. 2명 중에 1명이 빈곤층이라는 말이다.

 모두들 젊었을 때 열심히 일들을 하신 분들이다.

 여러가지 사연이 있을 것이다. 사연 없는 분들이 없을 것이다.

 그 사연 중에 과도한 소비도 한몫 할 것이다.

 

 2504호.

 

 법원 경매에 나왔다.

 경매를 내놓은 곳은 카드회사였다.

 날마다 백화점에 가서 카드를 긁어대던 아주머니가 카드를 이리 저리 돌려 막다가 못막아서 카드회사에서 아파트를 법원 경매로 처분하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물건들을 사다가 집안에 쌓아 두면 행복할까?

 카드값을 못막을 정도의 경제력이면 이사 갈 곳을 따로 장만하지도 않았을 텐데.

 같이 살고 있는 가족들은 어떤 기분일까.

 

 교회 중등부에서 교사를 할 때였다.

 2학년 남자아이들 담임을 하고 있었는데 일주일에 한번씩 아이들에게 안부 메세지를 보냈었다.

 한번은 늘 창백한 얼굴로 냉소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철민이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잘지내고 있지? 이번주는 날씨가 무척 덥네. 힘내고 주일날 만나자."

 

 조금 있다가 답이 왔다.

 

 "***아, 18, 지* 한다. 지진 안나나? 전쟁 폭탄 안터져? ***, 지*18 ***,***"

 

 너무 놀라서 어리벙벙.

 학기 초에 두어번 나오고 교회에 안나왔지만 메세지를 일주일에 한번

씩은 보내고 있었는데 그런 답이 오고 부터는 보낼 수가 없었다.

 한번은 빵집 앞을 차로 지나가는데 아이가 빵집에서 혼자 빵을 먹고 있었다.

 

 그해 여름에 사건이 터졌다.

 그 애 엄마가 대출을 내서 시골에 팬션을 짓다가 돈이 모자라니까 사채를 얻어서 건축을 마무리 했는데 생각처럼 팬션에 사람들이 오지를 않았다.

 

 이자에 이자.

 

 초조해진 철민이 엄마는 아예 사채를 더 얻어서 그때 오르고 있는 주식을 사서 그 이익금으로 사채를 메꾸려고 했는데 주식도 잘되지 않아서 빚이 10억이 되었다.

 사채꾼들은 사람을 붙여서 철민이 엄마가 가는 곳마다 따라 다니고 심지어는 교회에 예배 드릴 때에도 따라와서 같이 예배 드리고 교회에서 점심도 같이 먹었다 한다.

 그럼 교회에서 같이 점심을 먹던 뚱씨 아줌마들이 사채 받으러 다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철민이 엄마는 막다른 골목으로 쫓기다가 결국 세상을 버렸다.

 나이드신 할머니들은 장례식에 가서 혀를 쯧쯧 찼다.

 

 "월급도 많이 주는 회사인데 남편이 벌어다 주는 월급 가지고 살림이나 잘하고 애들이나 잘 키우지. 뭐한다고 일을 벌려서 쯧쯧."

 "부의금은 교회 권사님들한테 드리세요. 입구에 받는 사람들은 사채업자들입니다. 부의금 들어 오는거도 다 챙겨서 가져간대요. 우리라도 모아서 애들 아버지한테 드려야지요."   

 "애들 아버지 월급은 벌써 차압이 되서 절반 밖에 못받는다고 하더라고요. 빚 다 갚아야 끝이 날텐데 아이들하고 어찌 살까나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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