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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칼럼/국내여행

차박 ~ 유효기간

by 영숙이 2021.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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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 조나단이 찾아와서 동영상에 담아 보았다. 
<차박 ~ 유효기간>

       

 

 어제 토요일은 내가 가자는 정자항의 지경으로 갔다 왔으니 오늘은 가자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11시 예배를 드리고,

 아침을 10시에 먹었으니 점심은 빼고

 12시 30분 쯤에 집에서 출발했다.

 

 다른 날보다 일찍 잠이 들기도 했지만 아침에 9시 예배 드리려고 했는데 일어나니까 벌써 8시 40분이다.

 아차 싶어서 부지런히 아침을 준비했는데도 10시였다.

 

 진하 해수욕장에 도착하여 바닷가를 따라서 갔다.

 해수욕장 좁은 도로는 차들 때문에 지나가기가 무척 힘들었지만 천천히 조심조심 지나서 다시 원래 도로로 올라갔다.

 

 간절곶이 보이는 바로 옆에 바닷가에는 바다 낛시터가 있다.

 바다 낛시터가 보이는 바닷가에 차를 대었다.

 뒤로 돌리자니까 그냥 바로 세워 놓고 의자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자고 한다.

 어제 뒷쪽 좁은 공간에서 살짝 잠이 들었었는데 구부리고 자서 허리가 아팠다고 아침에 헬스장에서 허리운동을 해야 했다고 말했는데 아마도 그때문인거 같다.

 

 바닷가에서 좀 떨어진 안쪽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바닷물 때문에 차에 바닷물이 튀면 빨리 삭는다는 이유.

 

 아까 오면서 보니까 계속 눈에 띄는 외제차들의 이름을 부른다.

 벌써 새로 산 차의 유효기간이 다 되었나?

 

 "왜 그렇게 외제차 이름을 불러?"

 "외제 승용차 사고 싶어서."

 "또 누가 뭐라 한마디 했어?"

 

 말을 멈춘다.

 

 "나는 500만원짜리 중고 그랜져 사서 15년째 잘만 타고 있구만. 물론 중간에 차축이 내려 앉기도 했지만 어쨌든 별일없이 잘타고 있잖여. 뭔 불만이래?"

 "이차는 야외 활동용으로 쓰고 승용차 하나 샀으면 좋겠어. 자기가 하나 사줘."

 "이거 야외 활동용 승용차 아냐? 야외 활동도 하고 승용차로도 쓰고."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말을 타면 말 끄는 사람을 쓰고 싶어한다.

 서 있다가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긴장을 늦추고 싶지 않아서 계속 서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아직 차에 대한 기능을 다 알지도 못하는데 벌써 차에 대해서 싫증이 났을까?

 사실 20년동안 몰았던 차가 같은 차종이라서 좀 쉽게 몰고 다니기는 한다.

 아무래도 그동안 몰았던 경력이 있어서 익숙하기 때문이다.

 

 어제 보다가 잠이 들었던 "잭 라이언 코드명 쉐도우"을 마져 틀어놓고 바다를 배경화면으로 해서 보았다.

 사실 나는 그 영화를 여러번 보았다.

 그래도 보는 내내 쫄깃쫄깃해서 다시 보아도 재미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어리섞은 집착이 어떤 일을 만들고 있는지를, 우리가 살면서 무엇을 소중히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본인도 보았는데 또 보는 것 같다.

 아무 말도 안하고 바다를 배경으로 보고 있는데 커다란 갈매기가 날아왔다.

 

 바다 가득

 바람이 무척이나 부는 날이다.

 바람 때문에

 바다 가득

 포말이 하얗게 일어났다 부서졌다

 일어섰다 부서졌다.

 파도가 미친듯이 밀려오지는 않지만 바다 위로 부는 바람이 하얀 포말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바다는 올때마다 항상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한번도 같은 표정

 같은 얼굴을 할 때가 없다.

 

 그렇게 단단히 부는 바람을 타고 커다란 갈매기 한마리가 커다란 날개를 펴고 바람을 올라타고 떠 있었다.

 마치 갈매기 모양을 한 연처럼 떠 있다.

 

 "갈매기의 꿈"에 조나단 같다.

 

 그림처럼 바람에 올라타서 유유히 펼친 날개를 바람위로 균형을 잡고 움직이지 않는듯이 날고 있다.

 너무 멋져서 태블릿을 보다가 여러번 사진을 찍었다.

 동영상도 찍었다.

 바람소리와 파도소리를 넣기 위해 차문을 열고 찍기도 했다.

 

 근처에 있던 차들이 다 떠난다.

 바람이 불어서 눈에 모래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낛시터에도 몇사람이 있다가 못견디고 다 떠나서 개 한마리와 주인만 남아서 물고기 밥을 주고 있다.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다.

 늘 가던 횟집으로 안 가고 그 옆에 있는 집으로 갔다. 

 항상 늘 가던 횟집을 가면서 그 옆집은 어떤 집일까 궁금했었기 때문이다.

 가격은 1.5배나 비싼데 서비스나 내용은 똑같다.

 사람들이 안가는 이유가 다 있다.

 사실 다니던 집 주인 아주머니가 말을 엄청 무섭게 해서리 옆집에 같은 내용에 같은 가격이면 옆집도 괜찮을거 같아서 갔던 것인데 무섭게 말하는 아주머니라도 다니던 집에 가야겠다.

 앞으로 얼마나 갈지는 의문이지만.

 

 저녁을 먹고 간절곶 쪽으로 차를 돌려 한바퀴 돈 다음에 주차장에 차를 댔다.

 주차장에는 캠핑카 몇대가 있었고 승용차도 몇대 있었다.

 옆에서 멀리 보이는 바다 풍경을 설명해주지만 멀리 보이는 바다 풍경은 티비로 얼마든지 본다.

 그냥 바다 옆에서 파도소리를 듣고 바다가 움직이는 모양을 느끼는게 좋아서 가는 것이다.

 

 바다는 많은 것을 품고 있다.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이 좋다.

 찰랑이는 파도도 좋고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딪히는 파도도 좋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가 좋다.

 

 오래 전.

 태풍주의보가 발령되었는데 바닷가를 찾았었다.

 파도가 해변 모래밭을 서서 달려 왔다.

 2미터 높이의 파도가 서서 달려오다가 바다 끝까지 오면 갑자기 아래로 쏱아지면서 사라진다.

 너무 신기했다.

 그런 바다는 처음 보았다.

 너무 멋졌다.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오는 것을 보고 그 곳으로 차를 모니까 주민이 말했다.

 

 "파도가 이렇게 치는데 바닷물이 차에 적셔지면 차가 빨리 삭아요."

 

 조금은 아쉬워 하면서 차를 돌렸는데 만약 그때 차를 안돌렸다면 혹여 파도에 차가 쓸려 들어갔을 수도 있었다.

 생각하면 아찔하다.

 

 어쨌거나 중고를 사면 아까워하지 않고 편하게 몰수 있어서 좋다.

 차를 모시고 다니는 게 아니라 차를 몰고 다니고 타고 다니는게 좋다.

 

 그때의 그 강렬했던 바다와 파도는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아주 오래전인데도 잊힐 수가 없는 것이다.

 그토록 심하게 내리던 폭우와 태풍과 걸어오던 파도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나.

 

 바다는 결코 단 한번도 똑같은 얼굴이 아니다.

 그래도 해운대 바닷가 고층 아파트에 살던 어떤분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학교에서 교장 샘을 따라 오랜만에 찾은 이기대 바닷길 공원을 걸으면서 바다 앞에서 감탄을 했었다. 

 

 "바닷가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바다를 바라 보면서 살면 우울증이 사라질거야."

 "해운대 바다 바로 앞에 있는 고층 아파트에 산 적이 있어요. 눈만 뜨면 바다가 보였거든요. 아침부터 밤까지 바다가 보였어요. 바다를 바라보면서 살면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우울증이 더 심해져요. 공원이 보이면 지나가는 사람도 보이고 자동차도 보이고 무슨 행사가 있으면 행사 구경도 하는데 맨날 똑같은 바다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보이니까 우울증이 더 심해져요."

 "바다는 이렇게 가끔 와야 좋은 거예요."

 

 결국 호기심이 사라진 물건도 마찬가지이다.

 아끼는 마음이 사라지고 지루해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또 다른 물건을 생각하는 것이다.

 

 차에 묻은 꽃가루를 대충 닦고 각자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집에 가자고 해서 집으로 향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갭투자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라라 언니가 둘째 임신 했는데 지금까지 갭투자로 사들인 아파트가 23채래요. 자기 이름으로 산 아파트가 23채이고 같은 회사 직원들이랑 다 같이 산 아파트는 100채가 넘는다나봐요."

 "수요일날 사우나 관리하는 아주머니가 미친듯이 소리쳤는데 어제 새벽에 갔는데 -어서 오세요.- 하고 인사하는데 돌아보니까 그 아주머니더라구요. 어떤 사람이 와서 -그난리를 쳤는데 또왔어요?- 그말을 듣는데 살짝 내 머리 뚜껑이 열릴려고 했어요.".

 

 오늘 나눈 대화의 전부다.

 어쨌든 좁은 공간에 앉아 있으면 무슨 말인가를 하게 된다.

 잠을 안자면 말을 하게 되어 있다.

 

 차의 유효기간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처음 사는 차종은 한달, 알고 있는 차종은 보름?

 

 인생의 유효기간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100년 이상을 살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성장해서 일하려고 준비하는데 30년

 그때부터 50년동안 일한다해도 80년.

 그리고 그후에는 존재하는데 20년이 지나면 100년의 유효기간을 다 소모한것이다.

 인생의 유효기간이다.

 

 그동안 차를 운전하는데 바짝 긴장하여 쉬지 않던 한숨을 오늘은 집으로 돌아오면서 여러번 쉰다.

 속이 답답한가부다.

 그런데 그건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써보트하지만 한계가 있다.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는 은혜의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바다에서 살아 남으려고 뚜껑이 굉장히 단단하다. 그만큼 천적이 많은가 보다. 냇물에 사는 고둥은 뚜껑이 얇다.                       우리도 살아 남기 위해, 여린 속살을 감추기 위해, 단단한 뚜껑으로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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