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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촌진료12

< 홀로 선 버드나무 > 14. 장수리 무의촌 진료 보건소에서 차량 지원을 받아 장수리로 무의촌 진료를 나갔다. 장수리는 면사무소에서 50여 리나 떨어져 있는 곳이다. 다행히 고속도로가 지나가게 되어서 금강 유원지에서 2개의 산을 넘어 들어가면 도보로 2시간밖에 안 걸리는 곳이 되었다. 경운기가 겨우 다닐 수 있도록 강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닦여진 좁은 농로를 보건소의 김기사는 잘도 달린다. 강변에는 물레방아도 돌고 강변을 따라 펼쳐진 모래밭이 초겨울 햇볕에 눈부시도록 하얗게 빛난다. 모래 밭은 마치 성처녀처럼 파란 강물을 배경으로 순수하게 하얀빛으로 빛나고, 사람의 손이 전혀 안간 순수한 자연의 상태는 이상한 감동으로 영숙이의 가슴을 적신다. 이 세상에 더 이상의 깨끗함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장수리 이장 집에서 진료와 기생충 보유 현황을 파.. 2019. 12. 31.
< 홀로 선 버드나무 > 6. 서울의대 무의촌 진료 보건 지소에 출근했을 때 서울 의대 학생들이 무의촌 진료를 위하여 면사무소 옆에 있는 청성 초등학교에서 진료 텐트를 치고 있었다. 학생들이 진료를 하는 기간 동안 4월에 무의촌 의사로 와 계셨던 이 선생님은 뒤뜰에 상추를 심어 가끔 상추를 뜯으러 오던 부인과 함께 여름휴가라는 것을 갔다. 초등학교로 안양 언니와 함께 가족계획을 위하여 갔을 때 영숙은 초라하게 보이는 자신이 돌아보아졌다. 그들의 하얀 얼굴에 서울 대학 의대라는 그 명문에 질려서. 그래도 교실에 들어가서 이를 뽑는 치과도 돌아보았고 접수처에서 사람들에게 가족계획의 권유도 하였다. 학생들은 기생충 검사를 위한 채변을 하고 소화제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 노루모가 주종인 소화제였지만. 무의촌 무료 봉사를 온 학생들에게 밥 해 줄 아주.. 2019. 12. 23.
< 홀로선 버드나무 >2. 출발 오늘 아침. 출근하여 면사무소에 가서 출근부에 도장을 찍고 사무실 청소를 끝내고는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고 서 있자니 웬 반바지를 입은 뚱뚱한 남자가 면사무소 정문으로 들어서면서 안경 낀 눈으로 보건지소를 쓱 쳐다보더니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들고는 절걱거리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안경 속으로 쌍꺼풀이 크게 떠오른 눈 하며 털이 숭숭 나온 반바지가 낯선 여자의 시선 때문인지 부자연스럽게 현관을 지나서 이쪽 가족계획실 문을 열고 고개를 쓱 디민 자세로 물어본다. " 어떻게 오셨어요? " 사무실 문턱에 고개를 부딪힐까 봐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고 있는 그 커다란 사람을 향하여 " 어제 발령받고 왔는데요! " 영숙이는 일어서서 책상 모서리를 꼭 붙잡고 대답을 하였다. " 아! 그래요? 난 이 .. 2019. 12. 19.
< 홀로 선 버드나무 > 1. 시작 40년 동안 묵혀 두었던 것을 어제 낮에 드디어 꺼내었다. 지난달에 45년 전에 찍었던 사진들을 찾느라 친정에서 먼지 쌓인 책장들 사이에서 앨범을 꺼내 뒤졌던 것처럼 이번엔 농 속에 수북이 쌓아놨던 원고지들을 찾아내서 종류별로 분류 해 놓고 홀로 선 버드나무 원고들만 따로 모아봤다. 원고들을 배낭 가방에다 넣어서 의자 위에 올려놓고 끙끙 앓기 시작했다. 실제로 위가 아프기도 하고 두통도 생기고 으쓸으쓸 춥기도 하다. " 내가 할 수 있을까? " " 잠이나 자자! " 자고 나서도 컨디션이 좋아지지 않고 위축된 마음이 펴지지도 않고 일하기도 싫고 영화도 안 봐지고 다른 일거리 없나 보다가 며칠 전부터 미루어 놓았던 아주 얇은 소설책 " 중학교 1학년 -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을 읽기 시작하였다... 2019.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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