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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지소24

스물세살의 수채화 스물세살의 수채화 12. 출장 여름. 영숙은 여름이 좋다. 땀을 흘리면 마음속에 쌓여 있던 잔티들이 땀 속에 섞여 몸 밖으로 빠져나가 버리는 것 같다. 동글동글한 햇볕이 시멘트 위에 쏟아져 내리는 모양을 보고 있노라면 어찔어찔 현기증을 일으키면서 살아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가장 좋은 것은 가을이 곧 올 것이라는 것일게다. 뜨거운 여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결실이 있다. 그 시원한 계절과 청량한 하늘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여름이 좋았다. 아직도 여름의 아우성이 한창인 8월. 영숙이가 보건지소에 온지 아직 한달이 지나지 않았을 때다. 보건 지소에서는 한 달에 보름 이상을 출장 가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임 발령자. 만명리까지 혼자 자전거를 타고 출장을 갔다. 자전거를 타고 가.. 2022. 8. 20.
스물세살의 수채화 9. 이사 ♣ 안양 언니를 따라 언니가 사는 집에 갔다. 같은 집에 만명리 이장 집에서 만났던 김서기가 하숙을 하고 있었는데 김서기가 안방에 길게 누워 예쁘장한 얼굴이 술때문에 벌겋게 된체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우리를 건너다보고 있었다. 안양 언니가 설명했다. "글쎄 저 김서기가 장수리에 출장 갔는데 이장집에서 저녁을 한상 잘 차려 잔뜩 취하도록 술을 먹여 재웠다지 뭐야." "이장집 아가씨를 밤중에 몰래 들여보내 같이 잤대요." "저 김서기가 책임 안 진다고 절대로 결혼 못한다고 그 아가씨 싫다고 펄펄 뛰었대요." "시골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있기는 하지만 그럴거 같으면 아가씨 있는 집에는 왜 가서 먹고 취하고 자고 그랬는지 모르겠네." "그냥 결혼하면 될 거 같은데." 김서기가 장수리 출장을 아무 이유.. 2022. 8. 17.
스물세살의 수채화 8.복숭아 과수원 보건지소에 출근하고 몇일 지난 밤. 옆방 농협에 다니는 주양이 복숭아 밭을 가자고 한다. 주양과 같이 농협에 근무하는 차양하고 복숭아를 사 먹으러 갔다. 낯선 논둑길을 더듬더듬 ~ 냇물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넜다. 물속에 놓여있는 징검다리를 위험스럽게 건널 때에는 두려움과 더불어 미지의 세계 속을 방황하는 듯한 느낌에 빠졌다. 정말 새카맣게 캄캄하다는 말이 이런 것인가 부다. 불빛 한개 없는 시야. 하늘에 별은 어쩜 그리도 많이 총총한지. 비로도처럼 새까만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저 많은 별들. 어디서부터 나타났을까? 저렇게 많은 별들을 본 기억이 없다. 개구리는 우리가 발을 떼어 놓을 때마다 잠잠해진다. 발소리가 멀어지면 기다렸다는 듯 운다. 개굴 개굴 ~. 넓은 과수원을 지나서 커다.. 2022. 8. 16.
스물세살의 수채화 6. 첫날 늦은 아침을 먹고 여전히 지각하는 집 앞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남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와서 동생들로부터 교회 갔다 왔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오후에 잠깐 성모 병원에 근무하는 친구 선아를 만나 시내까지 걸어갔다가 서점에 가서 계간으로 나오는 미술잡지를 사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만나서 옷가게를 뒤지고 선아의 남자 친구 이야기에 주변에 있는 동창들 이야기를 나누거나 잡다한 일상사를 나누는 대학 때 절친. 지난해부터 선아에게 남자 친구가 생기는 바람에 이야기 도중에 화제의 한계가 생기거 선아가 절제하는 언어의 벽에 부딪치고는 한다. 영숙이의 솔직성은 병적이라고 할까? 상대 편에서 무엇인가 하고 싶은 말을 안 하고 참는다든지 대화에 한계선을 긋는다 할 때에는 불투명한 불쾌감을 느끼고는 한.. 2022.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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