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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보건지소17

< 홀로 선 버드나무 > 41< 세빌리야의 이발사> 분홍 모직 새 옷. 3월 훈풍이 불어오면서 영숙이네 집에 세 들어 사는 양장점 주인에게 엄마는 비싼 100% 모직 천으로 봄옷을 맞춰 주셨다. 분홍 모직 투피스는 봄 옷이었고 그 옷을 입고 처음 출근하던 날. 청성에서 버스를 내려 마을로 걸어 들어가는데 버스에서 방금 전에 내렸던지 보건지소를 향해 가던 선생님과 안양이 마을 입구에 서 있었다. 멀리 걸어 오는 모습을 봄 볕에 눈이 부신 듯 바라보시던 선생님은 " 세빌리야의 이발사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같네. " 포근한 봄바람이 23살의 영숙이 마음에 가득하였고 처음으로 제대로 맞춘 투피스는 23살의 영숙이에게 날개처럼 느껴졌다. 이제 선생님은 3월 말이면 청성 보건 지소를 떠난다. 선생님이 청성 보건 지소를 떠난 후에는 선생님의 마음에 이곳의 어떤 모습이.. 2020. 1. 27.
< 홀로 선 버드나무 > 34. 사랑의 주제가 " 유아 비누가 한 달에 한 상자씩이나 쓰이는데? " " 기저귀를 유아 비누로 빠니까 그런가 본데! 신생아의 피부는 약하거든! 그래서 유아 비누를 안 쓸 수도 없고! " 영숙이는 선생님의 얼굴을 힐끗 올려다보았다. 윤선생님은 집 생각을, 새로 태어난 아가야 생각을 하고 있었다. " 내가 여기 내려온다니까, 따라 내려온다는 걸 말렸었지! 여동생이 만삭 된 몸으로 시골 갔다가 택시 안에서 몸을 틀기 시작하여 시골집에 도착하자마자 애를 낳았거든. 칠칠치 못하게끔. 곧 아기 낳을 사람이 버스 타면 흔들려서, 잘못하면 버스 안에서 아기 낳기 십상이거든. 우리 아기가 태어난 지 벌써 세 달이나 됐군. " 그 순간, 윤선생님은 아가야 아빠였다. 다만, 아가야 아빠 일 뿐. 영숙이와는 상관없는 이방인, 먼 존재인 것이.. 2020. 1. 20.
< 홀로 선 버드나무 > 18.만명리 진료와 우산 그날 밤 영숙이는 꿈을 꾸었다. 선생님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쌀쌀한 얼굴로 서 계셨고 그 선생님한테 영숙이는 빨간 사과가 달린 사과나무 가지를 주었다. 아마도 딸인가 부다. 윤선생님은 화요일 아침에 오셨다. 안양이 물었다. " 딸이에요? 아들이에요? " " 딸 낳았어요! " " 언제 낳았는데요? " " 어제 퇴원했어요. 올라가던 날 저녁에 낳았거든요! 여기 태어날 때부터 찍은 사진을 가져왔어요! " 곽양과 안양은 사진을 돌려 보고 있었다. 영숙이는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지만 사진 좀 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 사모님이 선생님하고 많이 닮았네요! " 영숙이는 사진을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보여 달라기도 싫었고 그리고 볼 용기도 없이 일어나서 창문 앞을 서성이다가 도로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무척 궁금하였.. 2020. 1. 4.
< 홀로선 버드나무> 3. 첫날 늦은 아침을 먹고 여전히 지각하는 집 앞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남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와 동생들로부터 교회 갔다 왔느냐는 질문을 받고, 오후에 잠깐 성모 병원에 근무하는 친구 선아를 만나서 시내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집으로 걸어왔다. 이즈음에 읽는 선아의 책은 계간으로 나오는 미술잡지였다. 만나서는 옷가게를 뒤진다든지 아니면 선아의 남자 친구라든지 또는 주변에 있는 동창들 이야기를 꺼내는, 잡다한 일상사를 가끔가끔 만나서 나누는 대학 때 절친이다. 지난해부터 선아에게 남자 친구가 생기는 바람에 이야기 도중에 화제의 한계가 생기거나 아니면 선아가 절제하는 언어의 벽에 부딪치고는 한다. 영숙이의 솔직성은 병적이어서 상대 편에서 무엇인가 하고 싶은 말을 안 하고 참는다든지, 대화에 한계선을.. 2019.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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