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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보건지소17

스물세살의 수채화 9. 이사 ♣ 안양 언니를 따라 언니가 사는 집에 갔다. 같은 집에 만명리 이장 집에서 만났던 김서기가 하숙을 하고 있었는데 김서기가 안방에 길게 누워 예쁘장한 얼굴이 술때문에 벌겋게 된체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우리를 건너다보고 있었다. 안양 언니가 설명했다. "글쎄 저 김서기가 장수리에 출장 갔는데 이장집에서 저녁을 한상 잘 차려 잔뜩 취하도록 술을 먹여 재웠다지 뭐야." "이장집 아가씨를 밤중에 몰래 들여보내 같이 잤대요." "저 김서기가 책임 안 진다고 절대로 결혼 못한다고 그 아가씨 싫다고 펄펄 뛰었대요." "시골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있기는 하지만 그럴거 같으면 아가씨 있는 집에는 왜 가서 먹고 취하고 자고 그랬는지 모르겠네." "그냥 결혼하면 될 거 같은데." 김서기가 장수리 출장을 아무 이유.. 2022. 8. 17.
스물세살의 수채화 8.복숭아 과수원 보건지소에 출근하고 몇일 지난 밤. 옆방 농협에 다니는 주양이 복숭아 밭을 가자고 한다. 주양과 같이 농협에 근무하는 차양하고 복숭아를 사 먹으러 갔다. 낯선 논둑길을 더듬더듬 ~ 냇물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넜다. 물속에 놓여있는 징검다리를 위험스럽게 건널 때에는 두려움과 더불어 미지의 세계 속을 방황하는 듯한 느낌에 빠졌다. 정말 새카맣게 캄캄하다는 말이 이런 것인가 부다. 불빛 한개 없는 시야. 하늘에 별은 어쩜 그리도 많이 총총한지. 비로도처럼 새까만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저 많은 별들. 어디서부터 나타났을까? 저렇게 많은 별들을 본 기억이 없다. 개구리는 우리가 발을 떼어 놓을 때마다 잠잠해진다. 발소리가 멀어지면 기다렸다는 듯 운다. 개굴 개굴 ~. 넓은 과수원을 지나서 커다.. 2022. 8. 16.
스물세살의 수채화 5. 청자의 완성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올라가서 쌀 한주먹을 솥에다 올려놓았다. 방에 들어가서 책을 읽다가 비록 반찬은 김치와 고추장과 참기름뿐이었지만 방금 지은 따스한 밥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점심상을 치우고 마루 끝에 앉아 따스한 햇볕을 쪼이면서 처마 끝에서 낙수가 떨어지는 모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탄재가 부엌 옆에 나 앉아 있는 모양을 가늘어진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안방에서 누군가 빠꼼이 문을 연다. "희영이 아니니?" "밖에 안 나갔었어?" "예 재미없어서 들어왔어요." "영재는 어디 갔는데?" "애들하고 초등학교에서 놀아요." "너 심심하겠다." "좀 심심해요." 희영이와 마루 끝에 나란히 앉아서 닭 한 마리가 마당을 가로질러 빈 헛간으로 가서 헤집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곳 처마에서도 낙수.. 2022. 8. 13.
스물세살의 수채화 4. 출발 보건지소에 발령 받은 다음날 아침. 출근하여 면사무소에 가서 출근부에 도장을 찍고 사무실 청소를 끝내고는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고 서 있었다. 웬 반바지를 입은 뚱뚱한 남자가 면사무소 정문으로 들어서면서 안경 낀 눈으로 보건지소를 쓱 쳐다보더니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들고는 쩔걱거리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안경 속으로 쌍꺼풀이 크게 떠오른 눈. 털이 숭숭 나온 반바지. 낯선 여자의 시선 때문인지 부자연스럽게 현관을 지나서 이쪽 가족계획실 문을 열고 고개를 쓱 디민 자세로 물어본다. " 어떻게 오셨어요? " 사무실 문턱에 고개를 부딪힐까 봐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고 있는 그 커다란 사람을 향하여 "어제 발령받고 왔는데요! " 영숙이는 일어서서 책상 모서리를 꼭 붙잡고 대답을 하였다. "아! .. 2022.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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