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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영혼의 닻 1. 영혼의 줄

by 영숙이 2022.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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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혼의 줄

"산아! 왜 그랬어? 그때 왜 나에게 왔어?"

"20살이 되어 보육원에서 나오니까 갈데가 없었어요."
"갈데가 정말 아무데도 없었어요."

"영혼의 닻줄 끝에 누나가 있었어요."

"누나한테 오면 받아줄 것 같았어요"

"대학가서 공부하고 싶은데 누나한테 가면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잘생긴 산이 눈에서 눈물이 굴러 떨어졌다.

30년전 일이지만 지금도 그날의 일이 선명하게 기억 난다.

해진이는 여고를 졸업하고 이삿짐 센타 사무실에서 4년째 일하고 있었다.

사무실과 자취방을 왔다갔다하는 무료한 일상 ~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잘생기고 멋진 청년이 해진이를 불러 세웠다.

"누나?"
"누구세요?"
"저 산이예요."

"산이?"
"보육원에서 저랑 친했잖아요."
"보육원? 아 ~ 그 산이?"

"네."
"우와 ~ 이렇게 컸어? 정말 잘 컸다."

깜짝 놀랄 정도로 잘생긴 청년이 되어 해진이 앞에 서있는 산이가 예전에 보육원에 봉사하러 갈 때 유난히 해진이를 따르던 그 초등생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저녁 안먹었지?"

"아 ~ 네."

"어떡할까? 이 근처 식당으로 갈까?"
"아니요. 제가 누나 집에 가서 맛있는 저녁 해드릴께요. 저 밥 잘해요."

"누나 여기서 일한다고 목사님이 말씀해 주셨거든요."
"아, 목사님?"

"보육원에 전에 봉사하러 오시던 전도사님이 지금은 목사님이 되어 교회 성도들하고 봉사하러 오시거든요."

"누나가 잘 지내고 있다고, 이삿짐 센타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울산시내에서 자취하고 있다 하더라고요."

"집이 엉망인데, 청소도 안하고 먹을 것도 없는데."

"괜찮아요. 청소는 하면 되고 먹을거 없다지만 쌀과 김치는 있잖아요."

"응. 엄마 아버지가 농사지은거 보내 주시니까."

산이는 손이 빨랐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쌀을 씻어서 가스불에 올리고 김치찌개를 끓였다.

밥이 되는 사이에 어지러진 방안을 치우고 상을 찾아서 폈다.

"너 진짜 잘하네."

"네. 저 진짜 잘해요. 집안일 하는게 정말 재미있어요."

잘생긴 산이가 방안에서 왔다갔다 하니까 허전하기만 했던 자취방이 가득찼다.

저녁을 먹고나니까 산이가 재빠르게 설겆이를 했다.

설겆이를 하고 나서 물었다.

"누나. 커피 끓일까요?"

"커피? 커피는 낮에 사무실에서 많이 마셨는데."

"아, 그렇겠네요."

"그럼 냉장고에 맥주가 있는데 마실까?"

"맥주요? 아직 마셔본적 없는데요."

"그럼 처음으로 누나랑 마셔봐."

그날 그렇게 맥주를 마시고 취했다.

해진이도 혼자 자취하면서 많이 외로웠었나 부다.

산이는 20살.

해진이는 24살.

철없는 청춘이었다.

"저 여기에서 당분간 지내면 안되요?

곧 방 얻어서 나갈께요.

방 얻을 때까지만요."

"글쎄. 잘 모르겠다.

좀 그렇지 않을까?"

" 누나. 오래 안있을거예요."

그렇게 산이는 해진이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잘생긴 산이가 하루종일 방안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무료한 사무실에서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랑 이삿짐센터 일을 하면서도 하루종일 가슴이 뛰는 것이다.

퇴근하면 산이는 하루종일 방안에서 공부하면서 밥해놓고 시장을 봐서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놓고 깨끗하게 청소하고 모든 빨래를 손 빨래까지 해서 말려 깨끗하게 개어 놓았다.

하루는 퇴근하니까 산이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갔지?"

당황한 해진이는 방안에 앉아 온갖 생각으로 복잡했다.

잘생긴 해진이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 것이 너무 허전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30분이 지나니까 해진이가 들어왔다.

"어디 갔었어?"
"어제 누나가 월급타서 시장 보라고 돈 주셨잖아요.

오늘은 신정 시장가서 장을 좀 보았어요.

누나한테 맛있는거 해주려고요."

"그래? 뭐 사왔어?"
"해산물을 좀 샀어요. 홍합하고 조개하고 조개탕 끓일게요."

그렇게 탕을 끓여서 저녁을 먹으면서 술을 한잔씩 하였다.

"누나. 나 대학 가고 싶어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여러군데 합격했지만 경희대 가려구요."

"입학금이니 학비니 돈이 꽤 들텐데."

"제가 공부를 잘해서 서울에 있는 스카이에도 합격했지만 4년 장학금을 받는 경희대로 가려구요."

"학비는 면제 되었지만 생활비와 책값이랑 필요해요."

"그렇구나. 공부를 잘하는 구나. 그렇게 공부를 잘하는지 몰랐어."

"제가 공부를 좀 해요."

그날밤 해진이와 산이는 선을 넘었다.

산이는 아직 어렸지만 여자를 정성스럽게 대하는 방법을 알았다.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진이는 산이와 가까워지고 서로에 대해서 알아갔다.

방안에서 하루종일 영어공부와 전공 할 거를 공부하는 산이를 보는 것은 해진이에게는 경이로움이었다.

해진이는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다.

대학갈 형편이 안되는 것도 아닌데 공부하는 것을 싫어해서 대학도 안 간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직한 것도 공부보다는 취직하는게 좋았기 때문이다.

"공부 시켜줄께. 공부를 좋아하는데 도와줘야지."

"누나. 고마워요. 잘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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