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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City life of Jinnssam

by 영숙이 2022.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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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life of Jinnssam>

 

1. 정선생이야기3

 

오늘 넷플릭스에서

 

"두인생을 살아봐"

 

란 영화를 보았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 그리고 양육을 하는 길과 졸업하면서 LA에 있는 전공을 살린 회사에 취직한 이후 가는 길을 똑같은 사람을 두고 이야기 하는 내용이었다.

 

결혼하는 남자가 달라졌지만 결국은 애니메이터로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

 

(갓 대학을 졸업한 중요한 시점에 두 가지 평행 현실이 펼쳐진다. 하나는 텍사스 고향에서 엄마로 사는 삶이고, 다른 하나는 LA에서 야심 찬 애니메이터로 사는 삶인데.)

 

영화를 보면서 깨달은게 있다.

살면서 영화 필름처럼 되돌려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어떠한 길로 갔던지

어떠한 일을 했던지

결론은 글쓰는 일을 하게 된다는 것.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졌고 지금 하는 일이 결국은 Jinnssam의 일인 것을.

 

요즘은 오래 글을 쓸수 있도록 여러가지를 관리한다.

건강해야 하고 새벽기도도 가야하고 잘 챙겨 먹어야 하고 규칙적으로 자야하고 또 ......

일상이 편안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선생이야기 계속 ~

 

사우나를 마치고 집에 와서 티스토리를 정리하다가 써놓은 정선생 이야기를 들여다보았다.


눈발이 날리던 날들이 엊그제인 듯한데 벌써 봄과 여름이 지나고 매미 대신 귀뚤이가 우는 계절이 되었다.

 

다시 한번 읽고 비공개에서 공개로 전환하면서 가슴속에 꼬깃꼬깃 접혀 있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서 들여다본다.

 

정선생과 아릿한 젊음 ~

이젠 카리스마적인 대선배들은 요양원이나 아님 돌아가셨거나 활동을 안 하실 터이다.

 

정선생 이야기를 꺼낸다고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시 이야기 실타래를 풀어서 이어간다.

 

같은 학교에 근무한다 해도 교사가 70명 가까이 되는 큰 학교라서 같은 부서 이외에는 서로 친한 사람말고는 가까이 지내지 않는다.

 

정선생 하고는 부서도 같지 않았고 또 상과 선생하고 교련 선생하고는 같은 학년이 아니면 서로 그러려니 하고 지내는 사이가 되버린다.

 

Jinnssam이 사는 집 근처에는 그다음 해 새로 들어온 체육선생이 살았다.

 

키가 훌쩍 크고 허여멀금한 서울에서 온 총각 선생은 좀 싱거워 보였다.

  원래 이성 문제뿐만 아니라 눈치에 지극히 둔감한  Jinnssam은 그냥 앞자리에 키 작은 무용 샘이 앉아 있고 그 옆자리에 체육 선생이 앉아 있는가 보다 할 정도였다.

 

 

"정선생 이사했어요?"

"응. 학교 뒤쪽에 있는 빌라로 이사했어요."

"아, 이사했구나."

 

1981년.

이제 근무한 지 3년째.

25살.

1학년 10반 담임이었다.

 

시험지는 처음 발령받던 1979년에는 파란 필경사 종이에다 긁어서 인쇄실에 들어가 직접 선생님들이 롤라에 잉크를 묻혀서 인쇄했었다.

1980년에는 종이에다 볼펜으로 쓰면 복사해서 인쇄기에 걸어서 인쇄를 했다.

 

생활기록부도 잉크를 펜에 묻혀서 기록하던 시절로 모든걸 전부 수작업으로 하던 시절이다.

 

정신없이 바쁘던 3월과 4월이 지나고

5월.

갑자기 정선생이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소문 속에서도 꿋꿋이 학교를 잘 나오던 정선생이 그만두었다는 소리에 크게 관심을 안 가졌었는데 우연찮게 정선생 일을 알게 되었다.

 

따뜻한 날씨.

불어오는 봄바람이 부드러운 5월 어느 날.

모두들 수업을 들어가고 수업이 없는 교사 네댓명이 앉아 있었던 조용한 교무실.

 

별명이 영국 신사이셨던 교장 선생님이 출장 가신 교감 선생님 옆에 놓여있는 편안한 의자에 조용히 앉아 계시면서 교무실 여기저기를 바라보고 계셨다.

 

그때 교무실 문을 열고 어떤 살집이 좀 있는 아주머니 한분이 들어오셨다.

곧바로 교장 선생님 앞으로 가시더니 떠들기 시작했다.

 

"김 선생 처음에는 내가 그렇게 안 봤는데."

"아니 어쩌면 그럴 수가 있어요?"

"그렇게 매너 있게 잘해주더니 아니 애를 얼마나 때렸으면 애가 아주 정신이 나갔어요."

"강 선생하고 창문을 넘어 몰래 집안으로 들어와서 물건을 다 때려 부시고. "

"애를 때리다가 기절하니까 물을 부어서 깨워가지고 때리다니."

"아니, 그럴 수가 있어요?"

"이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아니 우리 애가 무얼 그리 잘못했다고."

"애를 그렇게 찾아와서 때린대요."

"때리기를."

"내가 분해서 참을 수가 없어요."

"분해서 참을 수가 없다고요."

 

아주머니는 흥분해서 두서없이 떠들어 대었다.

Jinnssam 뒤에 앉아 계시던 교장 선생님 앞에서 떠드는 소리로 미루어 보건대 정선생 어머니셨다.

교장 선생님도 처음에는 어리벙벙한 얼굴로 듣고 계시다가 사태를 파악하고는

 

"아, 예, 교장실로 갑시다."

"교장실로 가서 얘기합시다."

 

정선생은 그냥 그만둔 게 아니었다.

 

정선생과 김영경 선생의 사이가 깊어지면서 김영경 선생의 부인이 알게 되었다.

이혼하느니 어쩌느니 하다가 정선생과 김영경 선생이 헤어지기로 하고 정선생은 학교 위에 있는 빌라로 이사를 한 것이다.

 

누구에게서 이야기가 흘러 나왔는지는 몰라도 그동안 정선생에 대한 나쁜 이야기들은 교무실에 화젯거리로 끊임없이 흘러 다녔었다.

 

"정선생님이 입고 다니는 하늘하늘 비치는 옷 말이야. 정선생 엄마도 같이 입는대"

"정선생 엄마가 술집 한다더라."

"엄마하고 둘이 사는데 홀어머니에 외딸이래."

"정선생 키울 때 엄마가 쌀겨로 주머니를 만들어서 매일 피부를 문질러 주었대. 그래서 정선생 피부가 그렇게 곱고 부드러운 거래."

 

Jinnssam이 본 정선생 어머니는 그냥 보통 엄마였다.

외동딸을 혼자 손으로 애지 중지 길러낸 그냥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주머니였다.

 

 

후에 들려온 이야기는 이랬다.

 

두 사람이 헤어지기로 하고 정선생은 학교 바로 뒤에 있는 빌라로 이사를 하였다.

 

해를 넘겨서 그 다음 해에 새로 온 키가 크고 허여멀금하게 생긴 체육 선생이 집이 서울이다 보니까 자주 못 올라가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특기생 관리 때문에 학교에 남아 있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학교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일직을 하던 시절이다.


Jinnssam과 함께 일직을 하던 정선생이 체육특기생 관리 때문에 학교에 남아 있던 새로 오신 체육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벌써 저녁이네요."

"저녁 먹어야 하는데 우리 집에 가서 먹을래요?"

"바로 학교 옆에 있는 빌라에 살거든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뭐 어때요?"

"아무도 없는데."

"우리 집에 가서 같이 저녁 먹어요."

"객지에서 자취하는 사람끼리 서로 도와야죠."

"어차피 저도 혼자 먹어야 하는데."
"Jinnssam도 같이 가요."
"저는 집에 동생이 온다고 해서요."

 

그렇게 시작되어 박시호 선생은 자주 정선생 집으로 놀러 갔었나보다.

 

부인이 이혼하자고 하여 정선생과 헤어지고 부인에게 돌아간 김영경 선생이 그 이야기를 듣고 강호 선생하고 정선생 집에 찾아 가서 몰래 창문 넘어 들어간 것이다.

 

그날도 박시호 선생은 정선생과 함께 있었다.

 

"이거 누가 사다준 거지?"

"어 그거? 내가 사다 준거지."
"그래?"
"와장창".

그렇게 말하면서 물건을 부셨고 담너머 들어온 아저씨들이 누군지 몰라 놀라서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바라보는 박시호 선생한테

 

"박시호 선생 집으로 가세요."

 

박시호 선생을 내보낸 후 김영경 선생은 정선생을 때리기 시작했다고.

 

"네가 그새를 못 참고 또 남자를 꼬셔 들여?"

"그래. 체육 선생은 어떻드노."
"좋드나?"

"이게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등치 큰 남자가 한 번만 때려도 실신할 텐데 맞아서 정신을 잃은 정선생.
그 정선생한테 김영경 선생은 바가지에 물을 떠다가 부어서 정신이 돌아오게 한 다음 또 때렸다고 한다.

 

영숙이는 치가 떨렸다.

아무리 그래도 서로 해를 넘기면서 부비부비 했던 그런 사이가 아닌가.
얼마나 얕잡아 보았으면 그럴 수가 있었을까.


정선생이 홀어머니 외딸에다가 정선생 엄마가 술집 한다는 것 때문에 그렇게 함부로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정선생이 단정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꽃은 꽃이 피어나는 시기가 있다.

정선생은 다른 사람보다 좀 일찍 꽃이 피는 여자였는가 부다.

 

또 꽃이 피는 호르몬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을 거라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김영경 선생이나 강호 선생이 그러는 건 아니었다.

 

객지에 혼자 사는 Jinnssam으로서는 정말 치가 떨렸다.

무서웠다.

무서워서 떨렸다.

 

친하지는 않았다고는 해도 같은 초임 발령에 또 외지에서 와서 근무하고 있는 처지라 그런
지 일방적으로 정선생이 당하고 있는 상황에 분노가 치밀었다.

 

남자들의 폭력 ~

인과응보나 뒷날을 생각하지 않는 무식한 행동.

 

그날 학교에 출근하는 대신 대구 집으로 간 정선생은 얼마나

울고 ~

울고 ~

또 울고 ~

또 울었는지 ~

 

그걸 찢어지는 가슴으로 보다 ~
보다 ~

보다 못한 정선생 엄마가 분해서 학교로 쫓아온 것이다.

 

그런 짓을 하고도

헐 ~

헐 ~

헐 ~

웃으면서

다음날 출근만 잘하고

잘 지내는 ~

김영경 선생과 강호 선생이다.

 

오히려 통쾌하다는 듯이 정선생 욕을 하고 다녔다.


이런저런 정선생 욕을 하고 다니는 김영경 선생과 강호 선생을 볼 때 마다 Jinnssam은 그 두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Jinnssam은 후안무치한 그들을 볼 때마다 속으로 진저리를 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도 입밖에 내놓고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랜 세월동안 41년전 정선생의 이야기를 차마쓰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쓸 수 있어서 다행이다.

 

 

 

                      출처: https://sjjtc1.tistory.com/501 [베이비 붐 세대 - 또순이: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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