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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life of JINNSSAM

JINNSSAM은 지각쟁이

by 영숙이 2022.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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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NSSAM은 지각쟁이>    


 목요일은 교회에서 전도하러 가는 날.

 아침 일어날 때부터 마음이 바쁘다.
 딱히 하는 일 없이 시간이 흐르고 시간이 다 되면 해야 할 일이 마구 떠오른다.

 부지런히 한다고 해도 가야할 시간을 넘기고 결국은 지각.

 지각.

 무엇인가를 잘하면 장인이라 하고 무엇인가를 잘하는데 비하하는 어투로 쟁이라는 말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풍각쟁이
 허풍쟁이 등등
 잘하는데 비하하는 말로 지각쟁이.

 지각하는 이유는 10시 반에 모이기로 하면 최소한 10시에 집에서 나서야 한다.
 준비는 9시 30분에 시작해야 지각하지 않는다.

 10시 반 부터 준비하면 당연히 늦는다.


 언제부터인가?
 약속시간이 되어야만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하던 때가.

 

 민이를 날마다 만나던 때 부터 인가부다.
 민이와 경이와 약속을 하면 약속시간이 2시면 2시부터 준비해서 2시 30분이 되고 약속장소에 도착하면 빠르면 2시 40분 늦으면 3시.

 늘 그렇게 늦는 시간을 코리안 타임이라고 불렀었다.

 딱 그랬다.

 딱히 할일도 없고 방학이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시간을 정해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 늦게 만나고 할일 없이 여기 저기 떠돌면서 늦게까지 놀고 ~

 그렇게 대학 시절을 보냈다.

 아가씨로 학교에 근무할 때에도 아침 직원 조회 시간이 9시였다.

 울산여상 아이들은 8시부터 자율학습을 하였다
 3학년 몇몇 언니들이 교내를 한바퀴 돌기는 했지만 정말 자율적으로 조용하게 잘했었다.

 9시면 빠른 시간도 아닌데 Jinnssam은 5분전 9시에 도착하고는 하였다.
 습관이다.

결혼하니까 철희는 무조건 약속시간 30분전에 도착하는 남자였다.
1시간 30분전부터 준비해서 1시간전에는 나서는 타입.

 고속터미널이나 기차역에 30분은 기본이고 어떤 때는 1시간 전에 도착하여서 근처에 다방에 가서 커피를 한잔 마셔야 했다.

 "왜케 빨리나오는겨."
 "늦는거보다는 좋지."
 "다방에서 커피 마셔야잖여,"
 "차 놓칠까봐 그러지."
 "시간 맞춰와도 한번도 놓친적 없거든."


 그렇게 시작해서 사소한 습관들에 많은 차이를 맞춰가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여전히 JINNSSAM은 지각쟁이이고 철희는 부지런하다.

 다만 서로 그러려니 하고 묵인하는 편이다.

 지각쟁이 JINNSSAM의 지각병은 여전히 못고치고 있다.
 거기에다 요즘은 한번만에 대문을 나서는 일이 없다. 

 "전기 불 껐나?"
 "가스불 끄고 나왔나?"
 "선그라스가 없네."
 "앗. 마스크"
 "차키가 없는데?"

 이렇게 3 ~ 4번 들락 거리다보면 지각은 당연.

 

 오늘은 더우기 차를 초등학교에 주차 시켜서 초등학교 지킴이 샘에게 혼날 것이다.
 집에서 나서기 전에 철희한테 전화가 왔었다.

 "차 어디다 댔어?"
 "아, 초등학교에 댔네."
 "전화 왔었어."
 "오늘 새벽기도 안갔는데 차를 빼놓는다는걸 잊어 버렸네."

 차를 빼러 갔더니 지킴이 샘이 쫓아온다.

 "죄송해요. 새벽기도 간다고 해놓고 안가서 못뺐네요."
 "8시 전에는 빼셔야 해요."
 "네."
 "혹시 이거 미니 다육이인데 하나 키워보실래요?"
 "이게 뭔대요?"
 "다육이 입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물주면 되요."

 작은 토분에 봄에 꽂아놓은 잎새가 앙징맞게 자라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도하러 가면서 미니 토분에 심긴 다육이를 한개씩 주고 있다.

 다육이를 받은 분들이 기쁜 얼굴로 가는 것을 보면 정말 좋다.
 마치 오늘 할일을 한 것 같은 느낌.

 "일주일에 한번씩 물주세요."
 "우리나라를 축복하는 기도를 하셔요."

 "우리나라를 축복해 주셔요."
 "우리 가정 행복하게 해주셔요."
 "우리 아이들 건강하게 돌봐주셔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이렇게 기도하면서 물을 주셔요."
 "좁쌀같던 다육이들이 뽀독뽀독 커가는 것이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다육이들이 딱 그릇크기 만큼 자라요. 커피 캡슐에 키우는 아이들은 딱 캡슐크기만큼 커요."
 "다육이는 물을 많이 주면 썩어서 죽어요."
 "사람도 그릇만큼 크고요. 너무 집착하면 안되요."

 이렇게 오늘 가져간 다육이를 다 주었다.
 혼자 외로이 앉아 있는 아주머니가 보이길레 옆에 앉아서 말했더니 고개를 절래 절래 .

 "키우던 다육이 다 버렸어요."
 "아저씨랑 같이 왔는데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면서 일어나더니 JINNSSAM을 피해서 옆 벤치로 옮겨 앉는다.

 "그럴 수도 있지."

 광고판 앞에서 고개를 쳐들고 보고 계시는 아주머니가 있길레 다가갔다.

 "혹시 이 미니다육이 키워보실래요?"
 "아, 네. 너무 예쁘다."
 "일주일에 한번씩 물주면 되요."
 "물줄때마다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하면서 주셔요."

 아주머니는 생각하는 얼굴로 쳐다본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잘키울께요."
 "네. 받아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지각쟁이의 전도 끝.

 주차장에 가서 차를 빼가지고 정산소에 갔더니 그때서야 폰을 안가지고 온 것이 생각난다.
 보통 폰에 끼워져 있는 카드 하나만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다시 차를 백해서 주차장에 집어 넣고 집으로 씩씩 거리면서 걸어갔다.

 집에서 폰을 들고 차를 빼러갈까?
 교회에 점심 먹으러 갈까?

 점심 먹으러 교회로 올라 가는데 이쁜 김집사가 전화를 했다.

 "점심 먹으러 안오셔요?"
 "가요."
"폰을 안 가져가서 카드가 없어서 주차비 못내서 집에 가서 폰 가지고 교회로 가고 있어요."

 지각쟁이는 또 이렇게 무언가를 빼어 놓고 다닌다.

 점심 먹고 구역식구들과 내일 오전에 고구마 순 따러 가기로 했다.

 폰 밧데리가 나가서 집에 가서 고구마 순 따러간다고 고구마 키우시는 분에게 전화하고 샤브나인에 점심 예약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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