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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칼럼/국내여행

남창 장날

by 영숙이 2023.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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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창 장날 >   

 

 우체국에서 청국장을 친정엄마한테 부치고 오랫만에 우체국 앞에 있는 유림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오랫만에 오네요."
 "네. 정말 오랫만이죠?"
 "코로나 때문에 잘 안왔던 것 같아요."

 "잘지내요?"
 "네."
 "카페하신다고 하지 않았나요?"
 "네 했었는데 코로나 생기던 해에 그만 두었어요."

 

 수다를 떨면서 돌솥비빔밥을 먹고 계속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중이었는데 예전 구역장님한테 전화가 왔다.

 구역식구였을 때보다도 전화가 많이 오는 것 같다.

 구역장으로 있을 때 이렇게 전화를 했더라면 엄청 친해졌을텐데, 그리고 구역의 부흥을 위해 겁나 재미있게 전도하러 다녔을 것 같다.

 구역장은 교회를 옮겼다.

 지금 전화를 하는 것은?

 왜?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해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옮길 확률이 크다.

 쓸데없이 만날 이유가 있을까?

 구역식구 였을 때 함께 전도하러 다니자고 이렇게 전화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지금은 조용히 있어야 할 타이밍.

 혼자 조용히 지내는 게 쵝오.

 

 유림 식당 사장님이 시장 간다고 해서 같이 식당 문을 나섰는데 바람이 씨이이잉.

 겨울은 겨울.

 18일이어서 남창 장에 가려고 생각했는데 바람도 이렇게 부는 추운 겨울에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전에서부터 궁금했던 모찌 카페를 들어갔다.

 

 음료가 아무것도 안되고  아아와 핫아만 된다고 한다.

 일주일간 문을 닫아서 아무 준비도 없었다.

 진열장에 얼어있는 키위 모찌를 한개 사서 테이블을 차지하고 친정엄마한테 청국장 보냈다는 전화를 넣고 쬐끄만한 차가운 모찌를 먹는데 

 '이걸 2800원이나 주고 산거야? ㅋㅋㅋ'

 차가운게 뱃속에 들어가니까 배가 싫다고 표시를 한다.

 

 '그래. 남창 장이나 가자.'

 

 길건너 버스 정류장에 가니까 남창 가는 버스가 없다.

 대신 태화강 가는 버스가 바로와서 버스를 타고 태화강 역으로 갔다.

 경로 무료 토큰을 하나 뽑았는데 옆에 있던 할아버지 한분과 할머니 두분이 서 있었는데 무료 토큰이 끊어지지 않는다.

 이놈의 오지랖

 '제가 끊어드릴까요?'

 여전히 인식을 못하는 기계.

 결국 역 직원이 나와서 보고 있다가

 '제가 끊어 드릴께요.'

 jinnssam은 얼른 대답했다.

 '네.'

 '못 끊어줘서 죄송해요.'

 말하고는 바람같이 지하철 있는 곳으로 내려가서 따끈한 지하철 의자를 차지하고 앉았다.

 

 태화강 역 다음은 개운포 역 그리고 지난 번에 갔었던 덕하시장이 있는 덕하역

 그 다음은 망양역 그리고 남창역이다.

 출구에서 나오는데 앞에 할머니가 앞의 할아버지가 다 나가기 전에 토큰을 집어 넣어서 할머니가 나라려는데 삐이잉삐이잉 경고음이 울린다.

 그래도 그냥 나가면 되는데 할머니가 뒤로 물러선다.

 그 다음 나가려고 하니까 출입문이 닫혀 버린다.

 jinnssam이 출입문을 나가서 말했다.

 '토큰을 앞사람이 다 나가기 전에 넣어서 그래요.'

 '그냥 넘어 오세요."

 할머니가 힘겹게 다리를 올리고 밖으로 나왔다.

 '남창 사세요?'

 '아니요. 남창 시장에 놀러 왔어요.'

 '우리는 울산 시내 다녀왔어요.'

 '그러신거 같네요. 시내에 다녀오신 것 같네요.'

 

 에스카레이터를 타고 천천히 내려오는데 한사람은 계단으로 내려가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에스카레이터를 타고 앞에 내려가신다.

 내려가서 보니 벌써 택시를 타고 출발하는게 보인다.

 그 앞에 젊은 엄마 두사람이 보여서 물었다.

 '남창장에 가려면 이쪽으로 가야 하나요? 저쪽으로 가야 하나요?'

 '이쪽으로요.'

 

 남창역을 천천히 걸어나오는데 앞에 모퉁이 카페란 간판이 보이는데 카페는 비어 있다.

 아마도 남창역에 손님이 많이 들락거리면 커피를 마시지 않을까? 해서 테이크 아웃 커피숖을 만든 듯.

 옆에 만두가게도 하나 있다.

 만두 가게에서는 김이 모락 모락.

 대학생인듯 보이는 아가씨 한 사람이 그 앞에 서서 만두를 먹고 있다.

 

 만두 가게 옆으로는 남창에서 수준 있어 보이는 카페가 1층에 있고 2층에는  헤어샾이 있다.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걷는데 예전 남창역이 마치 동화속에 작은 집처럼, 마치 만화 영화속에 난장이네 집처럼 작고 귀여운 예전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찰칵, 차알칵.

 

 천천히 남창 시장이라는 간판이 보이는 시장 입구가 보인다.

 30대때 한번씩 남창 장에를 왔었다.

 그때는 버스를 타고 왔었다.

 마치 데쟈뷰처럼, 아니면 젊은 시절의 jinnssm으로 돌아간 것 처럼 남창 시장의 간판이 시야로 들어온다.

 그 간판 아래로 남편과 둘이 왔었나?

 시장 국밥을 먹었던 생각이 난다.

 

 예수 믿고 나서 혜경이랑 한번 같이 왔었던 기억이 난다.

 와서 면포로 만든 걸름주머니를 샀던 기억이 난다.

 또 뭘 샀더라? 산나물을 좋아하니 샀을 것이다.. 

 혜경이는 뭘 샀더라?

 그때는 시장이 번잡했다.

 사람도 많고 물건도 많고 흥청 흥청 ~

 

 겨울인데다 찬바람이 많이 불고 시간이 4시가 다 되어가서인지 시장이 헐빈해보였다

 그래도 국밥집에는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제법 사람들이 앉아서 국밥 한그릇씩을 하고 있었다.

 이리 기웃 ~ 저리 기웃 ~

 예전규모의 절반도 채 안되는 듯.

 심지어 시장에 붙어있는 문닫은 식당도 보인다.

 한때는 시장 사람들이 바글대었던 국밥집 창문을 들여다보니 촌할머니 한분하고 다른 분 한분이 차지하고 식사를 하고있는 테이블이 한개 뿐이다.

 사람이 앉아 있는 또한테이블은 손님이 아니고 주인하고 일하는 사람인듯.

 jinnssam이 들여다보니 얼른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말한다.

 '점심을 금방 먹어서요.'

 배도 안고팠지만 밖에 나와있는 커다란 가마솥에 고기가 설설 끓으면서 김이 올라오고 있는게 아니라 언제 가마솥을 사용했는지 모를 정도로 녹이 슬어보여서 먹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그 가마솥이 쉴 사이가 없었을 것이다.

 손님이 줄면서 가마솥에 계속 먹지도 않을 국밥을 끓일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불꺼진 채 두었겠지만 ~

 옛영화의 주인공은 이제 화려한 추억만을 간직하고 있는게다.

 모르겠다.

 날이 따뜻해지는 봄이 오면 또 저 가마솥에서 김이 풀풀 올라갈지도 모르겠다.   그건 예전에 끼니가 없어도 저녁 때가 되면 마치 밥을 하는 것처럼 가마솥에 물을 붓고 불을 땠다는 예전 가난한 동네의 이야기가 생각나게 했다.

 

 작은 국수 집이 있어서 들여다보았다.

 여고생 둘이서 국수를 먹고 있었는데 창문 너머로 들여다보는 jinnssam의 눈과 딱 마주쳤다.

 jinnssam은 만화 영화나 영화처럼 눈을 꿈뻑 꿈뻑.

 아니겠지만 나와 눈이 마주친 여고생이

 '선생님이신 것 같은데?'

 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나중 집에 오면서 계산해보니까 전혀 아니었는데도 그렇게 생각했다는게 웃겻다.

 목도리를 둘러싼 얼굴이 눈을 꿈뻑거리니까

 '아는 사람인가?'

 그렇게 말했을까?

 

 국수지을 돌아서니까 김을 파는 난전이 있었다.

 햇김을 반톳 샀다.

 한톳이 100장 반톳이 50장인가?

 먹어보니 햇김 냄새가 난다. 거금 13000원투자.

 바로 옆에서 밤을 튀겨 판다. 5000원 + 튀긴 검은 속청 콩 5000 =10000원

 시장을 한바퀴 뺑 돌고서 찬바람을 막아줄 무인카페에 들어가 남편한테 전화를 했다.

 '나, 남창 장에 왔는데 저녁 먹을겨? 먹는다면 국방 2인분 사가고 아니면 나먹을 1인분만 사갈려고'

 '2인분 사와.'

 다시 시장으로 들어서서 아까 봐뒀던 매끈한 생선을 사려고 기웃거리는데 붕어빵 한개씩을 손에 쥔 50대 아줌마 아저씨들이 지나간다.

 붕어빵을 어디서 팔더라?

 못봤는데?

 붕어빵 한개 사먹으려고 천원짜리도 들고 왔는데 하고 생각하면서

 생선가게들이 있는 코너를 들어가서 아까 보았던 매끈한 생선이 메구리라고 한다.

 한소쿠리 깔려 있는 것을 내장을 빼달라고 해서 샀다.

 머리가 달려 있으면 좋겠다고하니까 내장을 빼려면 머리를 잘라야 한단다.

 '아, 그래요? 몰랐네요.'

 머리를 잘라서 내장을 빼고 담아주는 생선가게 아주머니가 왠지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장사가 안되어서 그런가부다.

 시장은 벌써 파장이 되어서 모두들 전을 접고 있는데 아직도 생선은 생선 소쿠리에 깔려 있었다.

 '메구리를 왜 저렇게 손질해 놓았어요?'

 '회로 먹어도 되니까.'

 다가온 아주머니가 물으니 생선 손질을 해주면서 대답을 해준다.

 생선 비린네가 날까봐 비닐을 3겹이나 싸주신다.

 계좌이체 3번째로 또10000원을 이체해 드렸다.

 

 국밥집에 가서 소머리 국밥 2인분 20000원 이체.

 남창역 앞에 만두집에서 통만두 5000 + 동글 만두 5000원 이체

 이럭 저럭 오늘 이체한 내용은 햇김 13000 + 밤과 검은콩 튀밥 기계에 튀긴 것 10000 + 생선 10000 + 소머리 국밥 20000 + 만두 10000 = total 63000원.

 

 여전히 남창장은 존재했지만 천천히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겨울이라서 그럴까?

 추워서 그럴까?

 파장이어서 그럴까?

 장사가 안되니 전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추워보이는데 웃음기 잃은 창백한 얼굴들이 추운 겨울바람에 더 추워 보인다.

 끝내 붕어빵 장사는 못만났다.

 붕어빵 리어카를 접고 있는 것은 보았다.

 

 시장에는 활기가 넘쳤었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활기가 넘쳤었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얼굴로 큰소리로 서로 말을 주고 받았던 곳이 시장이었다.

 

 40대의 언제인가 즉석오뎅을 만들어 파는 리어카를 따라 5일장이 열리는 곳을 가본적이 있다.

 그때 왜 그랬더라?

 생각났다.

 바로 우리 아파트 아래 아래에 살던 경미샘 남편이 닭튀김 가게인 BBQ를 했었는데 그 가게를 그만두고 신학대학을 간다고 했었다.

 

 경미 집사님이 jinnssam한테 전화를 걸어서 우리 아파트에 아파트 매물이 있냐고 물어서 소개해 주었었는데 소개해준 날 바로 계약을 해서 이사를 했었다.

 같은 아파트 라인에 살고 같은 교회에 다니니까 그 집 형편을 잘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주일날 예배를 드리는데

 '네가 그 치킨 집을 인수해라.'

 라는 말씀이 있었다.

 깜짝 놀랐다.

 '얼마에 인수할까요?'

 '300만원에 인수해라.'

 그 치킨가게를 하는데 5000만원이 든 것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300만원에 팔라고 도저히 말할 수가 없었다.

 전화를 걸었다가 그냥 수화기를 내려 놓았었다.

 

 어느 날 치킨 가게가 나갔다고 했다.

 권리금을 500만원 받았다고 했다.

 그때 예배시간에 들었었던 이야기를 했다.

 그 후에 전화가 와서 안에 있는 전부를 300만원에 가져가라고 하였다.

 jinnssam 자신이 한말도 있고 해서 거절하지 못하고 인수하겠다고 했다.

 어짜피 하던 치킨가게에서 할 사람이 없어서 할수가 없었다.

 동서가 근처에 살아서 맡아서 하면 어떨까 했는데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월세가 50만원이고 집기는 다 있고 운영만 하면 월급을 주던지 아니면 수익을 나누던지 하면 되는데 아이들이 아직 학생이라서 못한다는 것이었다.

 

 안에 있는 집기를 전부 들어냈더니 2트럭이 나왔다.

 고민이 되었다.

 우선 이삿집 센터에 맡겨 놓고 가게를 할 수 있는 곳을 물색했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야음동 초등학교 맞은편에 차렸다.

 그리고 치킨을 만들어 파는게 아니고 수제 어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일장에서 수제어묵을 만들어 파는 리어카에 가서 들여다보고 다음날에는 가게를 운영해주기로 한 같은 구역식구에 연세 드신 어머니랑 같이 가서 수제 어묵 만드는 법을 배웠다.

 배우는데 20만원 달라는 것을 10만원을 주었나? 잘생각이 안난다.

 아무튼 배우는데 든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작은 수제어묵 리어카에서 파는 어묵이 하루에 20만원에서 30만원의 매출이 있었다.

 우리가 한달 내내 일해서 받는 월급이 그때 얼마였더라?

 잘 생각은 안나는데 25년전 하루에 20만원 버는 것은 큰 돈이었다.

 크게 놀랐던 생각이 난다.

 직접 장사를 해보니까 버는 재미가 쏠쏠했고 또 일을 배우는 아주머니도 금방 배워서 차려 놓은 가게에서 다음날 부터 수제 어묵을 튀겨서 파는 어묵 가게를 했다.

 

 바로 앞에 있는 초등학교 아이들도 사먹고 또 동네 아주머니들도 한꺼번에 많이 사갔다.

 장사가 꽤 잘되었다.

 일주일 쯤 되었을 때 어떤 사람이 와서 가게를 인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리금을 물건값이 300만원이고 그동안 들었던 비용이 200만원인가 해서 500만원을 받았나?

 어머니한테 월급으로 50만원 드리고 한푼도 안남고 들었던 비용만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장부에 계산을 잘못해서 50만원이 남았었다.

 어머니도 아이들한테 받은 500원짜리를 담아 두었던 커다란 돈통을 집에 가져 오셨는데 계산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괜찮다고 본전인줄 알았는데 50만원 남았더라고 말해 드렸다.

 어머니가 북구로 이사가셨는데 또 불러 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따라갔었던 5일장은 정말 활기가 넘치고 시장을 드나드는 사람도 제법 많았었다.

 오늘 온 남창장은?

 너무 추워서인지 영 아니다.

 남창 장에 와서 잊고 있었던 어묵 장사 했던 일이 생각이 났다.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넘겼는데 그해 겨울 닭. 오리 등등에  전염병이 돌아서 치킨 가게들이 많은 타격을 입었었다. .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부산에 삼진어묵은 크게 성공한 어묵 사업을 일으킨 회사가 되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은 오직 성령님의 도우심만이 최선의 정책이고 최고의 정책이다.

 돌이켜보면 jinnssam은 장사하는 것을 싫어했었다.

 본인도 싫어했었지만 성령님의 이끄심도 장사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욕심때문에 장사에 미련을 두었었고 결론은 장사를 하면 안되는 거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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