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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41

스물세살의 수채화 1. 연애 내일은 공휴일. 영숙이는 서울 가시는 선생님과 함께 퇴근했다. 대전 가려고 나선 길이다. 아직 서편하늘에는 노을의 잔영이 조금은 남아 있었는데 달빛이 어슴푸레하게 빛을 발하는 신비한 베일로 엷게 들판에 빛나고 있었다. " 제 이 고치는데 삼십만 원 달래요! " " 삼십만 원? 너무 많이 드는데? " " 죽으면 이빨만 남겠어요. " " 하. 하. " 웃음소리가 퍼지다가 멈춘 들판에서는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가 놀란 듯이 조용해졌다. 조금 있으니 다시 그들의 언어로 음악처럼 주고받는다. 청산으로 나가는 차가 바로 있으려나 모르겠다. 청산으로 가는 차가 없고 마침 군북으로 돌아가는 시내버스가 있었다. 텅텅 빈 차 안에서 너무 자리가 많아 어떤 자리에 앉을까 망설였지만 영숙이는 선생님이 앉자는 대로 .. 2022. 8. 9.
빛나의 노래 신작로 양쪽 옆으로 열병식을 하는 것처럼 주욱 서 있는 미류나무들이 하늘을 향하여 두팔을 높이 높이 들고 서 있었다. 미류나무 잎새들은 빛나가 걸어가는 쪽을 향하여 바람결을 따라 쏴아 쏴아 소리를 내면서 쏠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날들. 빛나는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오늘은 교회에 모여 양지 말에 있는 고아원에 가는 날이다.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교회 주일 학교에서 진행하는 고아원 봉사하는 일을 하기로 한것이다. 왠지 그런 봉사를 하면 스스로가 대단한 사람으로 여겨질 것 같고 또 덤으로 봉사점수도 받는다. . 미류나무를 스쳐가는 바람이 기쁜 마음으로 바람을 따라 걷는 빛나에게 이렇게 말을 하는 것 같다. "잘하고 있어. 빛나야. 정말 잘하고 있어." 빛나의 마음에 바람결처.. 2022. 3. 10.
세아의 탄생 #장면 1. 수변 공원에서 데이트 중인 젊은 두 남녀. "저기 이모가 오네. 자기 겉옷 줘" 머리에 겉옷을 뒤집어 쓴체 남녀가 지나간다. #장면 2. "하영이 남자 친구 비야" 박사장 자동차용품을 파는 쇼핑몰 가게. "가게 청소 도와주러 왔어" #장면 3. "언니. 하영이가 임신 했어. 아직 대학교 2학년인데 졸업하려면 2년이나 남았는데" "그럼 병원가야지." "병원가자고 이야기 말했는데 안간대. 결혼한대." #장면 4. "친정엄마가 너무 젊네." "하영이가 22살이고 하영이 엄마가 23살에 낳았으니까 45살이면 아직 젊지" #장면 5. 조리원. "딸이야. 엄마가 건강해서 그런지 애기도 정말 건강하네." "조리원에 얼마동안 있어야 함? " "보통 20일 정도 있는데 하영이는 10일만 있으려구. 오늘 이제.. 2021. 12. 9.
아파트의 비밀 4.(1405호) 37년 전 아래층 아주머니는 완전 여자여자한 분이셨다. 행동도 조신하고 얌전했으며 얼굴표정이나 눈,코,입도 완전 여자여자이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냥 아무 말씀도 안하고 무어라고 하지도 않는데 결혼하기 전 예전에 평범한 직업을 가지셨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분위기가 고급 요정이나 룸싸롱에 근무하셨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느낌이었다. 느낌이었으니 실제로는 아닐 수 있었다. 그렇다고 "결혼 전에 무슨 일 하셨어요? " 그런 걸 물어 볼 수는 없었다. 그저 왔다 갔다 하다가 얼굴이 마주쳤고 별말없이 쳐다보면서 지나가다가 가끔 인사나 나누는 정도였다. 어느 날 밤에는 계단에 앉아있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아주머니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보.. 2021.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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