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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41

스물세살의 수채화 11.향기 세숫대야에다가 물을 담아 난로위에 올려 놓고 윤선생님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체 연통 옆에 서서 어두워 오고 있는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겨울의 어둠은 날씨가 아무리 따뜻하다고 하여도 어김없이 일찍 찾아와서 이 조그마한 사무실을 부드러운 검은 휘장으로 둘러싸 버린다. "뭐하시려고요? " "발 씻으려고. 집에 가서 씻으려니까 귀찮아서. " 물이 적당히 데워진 세숫대야를 내려놓고 의자에 앉아 선생님은 매맞기 위해 조심스럽 게 손을 내미는 아이처럼 바지 끝을 올리고 천천히 양말을 벗기 시작한다. 네 개의 시선이 선생님의 손 끝을 따라 움직인다. 발은 어제 목욕한 것처럼 깨끗해서 오랜만에 100점 맞아 의기양양해하는 어린아이처럼 영숙이를 올려다보곤 크게 웃음 짓는다 만족스러운 몸짓으로 손을 넣.. 2022. 8. 19.
스물세살의 수채화 10. 서울의대 무의촌 진료 8월. 청성보건지소에 근무한지 얼마지나지 않았을 때. 보건지소에 출근하니 서울의대 학생들이 무의촌 진료를 위하여 와 있었다. 학생들은 면사무소 옆에 있는 청성 초등학교에 진료텐트를 치고 있었다. 학생들이 진료를 하는 기간 동안 올해 봄인 4월에 무의촌 의사로 와 계셨던 이 선생님은 휴가를 가셨다. 뒤뜰에 상추를 심어 가끔 상추를 뜯으러 오던 부인과 함께 여름휴가라는 것을 갔다. 영숙이는 초등학교로 안양 언니와 함께 가족계획 홍보하러 갔었다. 무의촌 진료를 하는 곳에서 초라하게 보이 는 자신을 어쩔수없이 대면해야 해야 했다. 수재형의 하얀 얼굴들. 명문대...... 교실마다 들어가서 이를 뽑는 치과도 돌아보고 접수처에서 사람들에게 가족계획도 권유 하였다. 학생들은 기생충 검사를.. 2022. 8. 18.
스물세살의 수채화 9. 이사 ♣ 안양 언니를 따라 언니가 사는 집에 갔다. 같은 집에 만명리 이장 집에서 만났던 김서기가 하숙을 하고 있었는데 김서기가 안방에 길게 누워 예쁘장한 얼굴이 술때문에 벌겋게 된체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우리를 건너다보고 있었다. 안양 언니가 설명했다. "글쎄 저 김서기가 장수리에 출장 갔는데 이장집에서 저녁을 한상 잘 차려 잔뜩 취하도록 술을 먹여 재웠다지 뭐야." "이장집 아가씨를 밤중에 몰래 들여보내 같이 잤대요." "저 김서기가 책임 안 진다고 절대로 결혼 못한다고 그 아가씨 싫다고 펄펄 뛰었대요." "시골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있기는 하지만 그럴거 같으면 아가씨 있는 집에는 왜 가서 먹고 취하고 자고 그랬는지 모르겠네." "그냥 결혼하면 될 거 같은데." 김서기가 장수리 출장을 아무 이유.. 2022. 8. 17.
스물세살의 수채화 8.복숭아 과수원 보건지소에 출근하고 몇일 지난 밤. 옆방 농협에 다니는 주양이 복숭아 밭을 가자고 한다. 주양과 같이 농협에 근무하는 차양하고 복숭아를 사 먹으러 갔다. 낯선 논둑길을 더듬더듬 ~ 냇물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넜다. 물속에 놓여있는 징검다리를 위험스럽게 건널 때에는 두려움과 더불어 미지의 세계 속을 방황하는 듯한 느낌에 빠졌다. 정말 새카맣게 캄캄하다는 말이 이런 것인가 부다. 불빛 한개 없는 시야. 하늘에 별은 어쩜 그리도 많이 총총한지. 비로도처럼 새까만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저 많은 별들. 어디서부터 나타났을까? 저렇게 많은 별들을 본 기억이 없다. 개구리는 우리가 발을 떼어 놓을 때마다 잠잠해진다. 발소리가 멀어지면 기다렸다는 듯 운다. 개굴 개굴 ~. 넓은 과수원을 지나서 커다.. 2022.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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