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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

초등학교 시절에의 추억

by 영숙이 2020.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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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벌써 24년 전 이야기이다.

  잠깐동안 처용수필 동인회에서 활동한 적이 있었다. 모임의 외형적인 성격은 문학을 하는 40 ~50대 남성들의 모임이었는데 두사람의 여성을 영입하였고 그중 한사람으로 참여 하게 된 것이다. 이제 24년의 시간이 흐르고 이중에는 큰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나름대로 각분야에서 열심히 활동들을 하고 있다.

 처용수필 제2호 1966. 겨울호에 진쌤의 글이 실렸는데 책정리를 하면서 창고에 쌓여있던 책을 박스에 담아서 10박스나 재활용 때 내놓은 적이 있었다. 그때 수필집도 쓸려 나갔나보다. 오랜 시간이 지나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기억이 나서 처용수필을 찾았더니 아무리 찾아도 집 어디에도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구 도서관에 갔더니 비치되어 있었다. 책을 잠시 빌려 진쌤이 쓴 글만을 복사하고 책은 다시 도서관 제자리에 반환해야 했다. 한달 전에 친정에 갔더니 거기에 처용수필이 있었다. 아마도 책이 나왔을 때 친정 엄마한테 가져다 드리고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친정 엄마는 딸의 글이 실린 책이라고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면서도 잘 챙겨서 가지고 다니셨던 모양이다. 정말 감사하다.

 이번에 진쌤이 쓰고 만든 '홀로 선 버드나무' 란 책을 가져다 드렸다. 이제 연세도 드셨는데 이책을 읽으실까 싶어서 드리지 않았었는데 딸이 쓴 책이라고 '왜 안가져 오느냐고'는 성화에 못이겨 한권 챙겨다 드렸다. 인생에 있어서 항상 내편이 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어디서인가 박수쳐주고 계신다는 생각만 해도 정말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도 늘 응원하고 항상 박수 쳐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 하나님은 우리가 힘들 때 더 크게 박수 쳐주시는 분이시다. ~ '그래. 네가 힘들 때 나는 너를 업고 걸었단다.' 말씀 하시는 분이시다. 

 여기 그때 당시 처용 수필에 실렸던 다른 사람들의 글을 올려 본다. ◑

 

<초등학교 시절에의 추억>

                                               (송철호. 변호사. 처용수필 제2호 1996. 겨울)                                          

1. 

 시끌벅쩍 하던 부산의 초등학교에서 시골로 갔다. 그곳은 전형적인 농촌학교였다. 운동장 너머로 끝도 없는 호남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가을이 오면 벌판은 황금빛 벼이삭들로 파도치는 바다를 이루었다. 학교 뒷족으로는 얕으막한 야산들이 죽 늘어서 있어 그곳을 개간한 밭에서는 철따라 보리, 밀, 감자, 고구마, 콩 등이 잘도 자랐다.  

 처음에는 얼떨떨했지만 곧 농촌 생활에 익숙해졌다. 10리길 등하교길을 멀다 않고 신나게 쏘다녔다. 지금도 그때 생ㄱ가을 하면 괜스레 마음이 들뜨고 혼자서 싱긋이 웃는다. 

 수박서리 하다가 붙들려 토끼뜀 하던 일, 밀밭 사이를 지날 때마다 문둥이가 나타날까봐 겁내며 살금살금 걷던 일(이때 벗어든 양쪽 고무신에는 모래가 가득 담겨 있었지. 어린이 간을 좋아한다는 문둥이는 살이 썩어 모래에 가장 약하다나, 한가지 흐믓한 것은 문둥이 얘기만 나오면 평소 꽥꽥대던 여학생들이 남학생 꽁무니 뒤를 졸졸 따라온 거였지.) 뱀을 일단 본 다음에 죽이지 못하면 밤에 이불 속에 드렁 온다는 말에 만나기만 하면 벌이던 생사를 건 전투, 솔잎을 둘둘 말아 담배 피우는 것 흉내내기, 공동묘지의 도깨비 불, 주인 몰래 잡아놓은 놈물이 꽁꽁 얼어 썰매 타다 혼나던 일(논주인은 겨울내내 논이 마른채 있기를 원한다.) 눈밭에서의 토끼몰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추억들이 내 마음속 그윽한 숲에 포도송이처럼 알알이 매달려 있다. 

2.

 그 많은 추억 중에서 꿈속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연 민물 고기잡이다. 

 어리석을 정도의 땀과 설레임, 기쁨과 좌절이 뒤범벅이 되어 꿈속엔 한편의 시나리오를 이룬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면 친구 3-4명이 어울려 들길에 나선다. 

 평야를 가로지르는 개울(똘이라고 불렀다)을 따라가다가 고기가 들어 있음직한 곳을 발견하면 적당한 곳을 골라 둑쌓기 작업에 들어간다. 양쪽에 뚝이 완성되면 아래쪽에서 대야나 양동이로 무작정 물을 퍼낸다. 어는 정도 물이 줄어들면 물을 퍼내는 쪽에 물 퍼내기 작업을 살 수 있는 공간을 남기고 또 하나느이 조그만 뚝을 쌓는다. 

 새로운 둑 가운데에 싸리밭을 세워 물만 빠져 나오고 고기들은 갇히도록 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물 퍼내기 작전에 돌입한다. 언제 뒷뚝이 수압으로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에 죽어라고 퍼내야 한다. 이때 물 퍼내는 골이 얼마나 정신없어 보였으면 일처리 모양새가 무로하고 앞뒤를 가리지 않을때 그것을 '막고 품는식'이라고 하는 표현이 생겼을까. 허리 아픈 줄도 모르는 시간이 왠만큼 흐르고 나면 개울가에서 부터 서서히 바닥이 드러난다. 

 물이 가운데로 모이면서 싸리밭에 갇ㅎ니 고기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잠시 뒤의 운명도 모르는 채 힘자랑이나 하듯 신나게 물살을 가른다. 

 가슴은 본격적으로 설레어 가고 ...

 사람은 생래적으로 타의 운명과 미래를 지배함으로써 운명이라는 덫을 벗어나지 못하는 컴플렉스로부터 해방되고 싶어하는 것일까. 나는 그때 단순한 설레임 그 이상의 무엇을 분명히 느꼈다. 

 그래서 인간은 신과 동물 사이를 헤매는 영원한 중간자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때쯤에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다. 

 뒷쪽 둑이 그동안 밀려온 물에 도저히 못 참겠다면서 오줌통 터지듯 비죽비죽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무너진다!" 누군가 먼저 본 사람이 고함을 지르면 모두가 만사 제쳐 놓고 뒷쪽으로 달려든다. 삽으로 흙을 뜨고, 나르고, 덮어 씌우고 ...,

 숭고하리만치 정성을 다한다. 그러나 물은 정말 무서운 힘을 가졌다. 물은 아래로 흐른다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리려는 우리에게 한수 가르치려는 듯 계속 둑을 위협한다. 아무리 달래고 빌고 해도 안정사정 없다. 최후의 수단으로 누군가의 몸을 도구로 삼아 가장 취약한 곳을 틀어 막기도 한다. 그는 나머지 작업이 모두 끝날 때까지 목만 내어 놓고 둑의 일부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마저 끝내 실패하면 그 날 사업은 말짱 도로묵이다. 

 그러나 어찌어찌 둑을 달래고 나면 그때부터 더욱 미친듯이 물을 퍼낸다. 

 드디어 가운데 물마저 없어져가고 처음에는 하얀 메기수염이 보이다가 손바닥만한 붕어가 누런 배를 드러내 보일때 그 때의 기쁨을 어디에 비기겠는가. 

 싸리 밭쪽에 모여드는 송사리, 새우, 붕어, 메기, 가물치 ...,

 차례차례 체포한다. 그 놈들인들 어디 가만히 있겠는가. 온갖 용트림을 다한다. 진흙 속에 숨기도 한다. 

 몸부림치는 물고기를 두 손으로 꼭 잡아 쥐었을 때 손바닥 가득히 퍼져오는 전율 ~ 그것은 생명의 환희 그 자체였다. 뒷둑을 몸으로 막고 있는 친구는 고함친다. 

 "야, 빨리 끝내라. 둑 무너진다."

3. 

 어느덧 해가 제몫을 다한 듯 서산에 뉘엿뉘엿거릴 무렵 공평하게 나눈 물고기를 양동이에 담아 들고 집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고구마 밭을 만나면 알이 밴 고구마를 태네어 들풀에 쓱쓱 닦고 허기진 배를 채운다. 

 저기 저만치 저녁밥 짓는 연기가 자욱히 내려 않은, 어머니 품같은 우리 마을이 고즈넉이 드러누워 있다. 

 다음날 아침 밥상에 오를 민물 매운탕을 생각하면 그것 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가득해진다. 

 할머니는 안 그래도 모자라는 양식을 더 축내는 밥도둑놈 잡아왔다고 꾸중하실테지만 ...

 민물 고기잡이 - 이제는 그저 아름다운 추억일 뿐이다. 

 그러나 지금도 몸으로 막은 뒷둑이 끝내 무너진 꿈을 꾼 날이면 하루 온종일이 공연스레 허전하다. 

 

◐ 이렇게 어렸을 때에 모두 함께 모여서 놀았다. 놀면서 힘을 합치는 법을 배우고 어떻게 상황을 이겨 나가야 하는지 배웠었다.

본문 중에 있는 내용

--- 뒷쪽 둑이 그동안 밀려온 물에 도저히 못 참겠다면서 오줌통 터지듯 비죽비죽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무너진다!" 누군가 먼저 본 사람이 고함을 지르면 모두가 만사 제쳐 놓고 뒷쪽으로 달려든다. 삽으로 흙을 뜨고, 나르고, 덮어 씌우고 ...,---

 이렇게 힘을 합치는 방법을 배워서 살면서 서로의 손에 손을 잡고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나갔던 것이다. 

 --- 어느덧 해가 제몫을 다한 듯 서산에 뉘엿뉘엿거릴 무렵 공평하게 나눈 물고기를 양동이에 담아 들고 집으로 향한다. ---

 힘을 합쳐서 잘 이겨내고 그리고 공평하게 결과물을 나누었던 것이다. 

 우리 베이비 붐 세대들은 이제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하면 5대양 6대주를 품에 안고 나아가야 할지 물꼬를 틀어줘야 한다. 언제나 기뻐하고 끊임없이 기도하고 모든 일에 감사하며 다음세대를 위해서 기도해줘야 한다. 이렇게 기도의 마음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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