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 같았던 교실과 부모 같았던 선생님 나는 경상북도 김천시 봉산면의 한 시골 초등학교에 다녔다. 내가 다닐 적에만 해도 전교생의 수가 이백여 명에 이르는 1912년에 개교한 오랜 전통의 학교였다. 그러나 이제는 3 학급 편성에 전교생이 열두명뿐인 작은 분교가 되고 말았다. 내게 초등학교 교실은 동산과 같은 느낌이었다. 염소와 강아지를 몰고 가서 또래들과 어울려 놀다 해가 떨어지면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돌아가던 동산과 같은 곳이었다. 학교에 가는 길에는 보리밭이 있었고, 개울이 흐르고 있었고, 비가 오는 날에는 질척거리는 흙길이 있었고, 하교 후에는 나른한 볕이 쏟아져 내렸다. 교실은 시끌시끌했다. 여학생 스물여섯 명, 남학생 열다섯 명이 빼곡하게 앉아서 글을 배웠고, 셈을 했으며, 운동장을 뛰어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