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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어린시절 이야기

또순이 어렸을 적에 41 - 추억

by 영숙이 2019.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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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추억 < 2002/09/14/10:14 >

         -  40대에 서화동우회 까페에 올렸던 글임



     
       신작로를 명숙이와 차순이하고 같이 걷고 있는데, 
       남자애들이 손에 손을 맞 잡고  한줄로 늘어 서서 앞길을 막는 것이었습니다.



      상지리 아랫 동네에 사는 애들 이었는데, 
      그중에서 또순이랑 같은 동네 상지리에 사는 응현이가 제일 만만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제일 끝에서 다른 아이의 손을 잡고 있어서 얼른 그쪽으로 가서 밀치듯이 다가가니 그만 응현이가 뒤로 밀리면서 길을 열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운동장에 6학년 전체 아이들이 모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쓰레기를 주우라 하여 운동장 여기 저기 흩어져서 줍고 있는데 내 앞쪽에서 줍고 있던 순이가 얼굴을 감싸 쥐면서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뒤로 나둥그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이 달려 오고 우리도 웅성 거리며 순이를 보았습니다.
      순이는 눈 근처를 무엇으로 얻어 맞아서 상처가 나고 피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날라와서 눈 주위를 맞추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모과 열매 였는데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 갉아 먹고 운동장에 버려 둔 것을  누군가 순이에게 던져서 눈 주위에 맞았던 것입니다.

      
      
      쫓아 오신 선생님이 어떤 놈이냐고 소리를 지르는데 잡혀온 머스마는 바로 상지리 사는 응현이였습니다.
      우리는 착한 응현이가 왜 저런 것을 던졌을까 의아 해 하면서 선생님에게 엄청 혼이 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순이는 양호실로 선생님과 함께 가고,
      응현이는 그날 선생님에게 엄청 혼났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몇일 후 하교길에 마침 응현이와 둘이 나락 단을 잔뜩 싣고 가는 소달구지 뒤를 따라 가게 되었습니다.
         " 너 저번에 왜 그랬어? "
         " 사실은 너한테 던졌는데 순이한테 맞은 거야! "
         " 왜 던졌는데? "
         " 지난 번에 니가 지나가도록 길 내줬다구 애들이 얼마나 머라구 했다구!  그날두 애들이 자꾸 던지라구 해서! "
         " 그렇다구 사람한테 그런 걸 던지면 돼냐? 그러다가 눈이라두 다쳤으면 어떻게 할 뻔 했어? "



      서편 하늘이 붉게 물들어서 아름다운 석양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응현이와 또순이는 나락을 하나씩 따가지고 까먹으면서 소달구지 뒤를 말없이 따라 걸었습니다.
 

      응현이의 입장을 생각했습니다.
      착한 응현이가 그런 상황이 될 때까지 아이들에게 얼마나 시달렸을까?



       그날 미류나무가 늘씬한 키를 쭉쭉빵빵 자랑하고 있는 신작로를 소달구지 뒤로 따라 가면서 쬐끄만 남자애와 여자애는 각기 자신 만의 작은 세계에 빠져 있었습니다. 



      끝 간 곳을 모르게 이어져 있는 신작로와 딸랑 딸랑 울리는 소달구지의 방울 소리.
      소를 모는 농부의 낮으막하게 쯧쯔 혀 차는 소리.
       소달구지와 우리 주위를 맴도는 빠알간 고추 잠자리.
       높다랗게 푸르른 가을 하는 서편은 붉게 물들어서 끝간 데를  알 수 없도록 펼쳐져 있었습니다. 



      < 응현이
       대전 모처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 연락은 못해 보았지만 언제인가는 한번 만나 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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