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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41

City life of Jinnssam 1. 인사. 1979년 23살. 울산에서의 첫날. 아버지가 함께 동행하였다. 아버지는 아니 부모는 울타리다. 부모의 울타리 중에서 엄마의 울타리와 아버지의 울타리는 또 다르다. 지금 생각해보면 워낙 엄마가 아버지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아버지를 나쁘게 인식하였던 것 같다. 아버지의 술주정과 부부싸움을 지켜보았던 터라 나쁘게 인식되어서 그렇지 분명 엄마의 울타리와 아버지의 울타리가 엮여서 가정의 울타리가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헛간에서 아버지에게 맞았던 기억은 엄마가 "동생하고 맨날 붙어 싸운다." 고 이야기하니까 그 때문에 때렸었다. 그 후로 엄마는 우리가 아무리 싸워도 아버지한테는 절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마 그때 엄마도 엄청 놀랐었나 부다. 우리에게는 그때문에 아버지는 엄청 .. 2022. 9. 19.
스물세살의 수채화 30.푸근한 겨울 ♣ 허브 차가 난로 위에서 끓고 있다. 사무실 안에는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창 밖의 날씨는 푸근히 풀려 있어서 버드나무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가라앉아 있다. 영숙이는 문학사상 책을 읽고 있다가 선생님을 보니 무릎에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 죄와 벌 "은 여전히 아까와 같은 page로 펼쳐져 있었다. 선생님은 책을 읽는 대신 창 밖을 보고 계셨다. 정말 조용하다. 오늘은 환자도 전혀 없고 곽 양과 안양은 출장 명령부를 써 놓고 각기 집으로 가서 내일 아침에나 나온다. 조용한 공간 속으로 한줄기 새소리가 침묵 끝으로부터 흘러들어온다. 네댓 살 됨직한 몇몇 동네 꼬마 아이들이 면사무소 문으로 몰려들어오더니 버드나무 밑을 지나서 저희들끼리 재잘 ~ 재잘 ~ 우리들이 보고 있든지 말든지 .. 2022. 9. 7.
스물세살의 수채화 29. 겨울 사람 마치 겨울의 한 끝에 서서 도시의 찬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황정두 씨는 신문 뭉치를 옆구리에 끼고 직행버스 터미널 입구에 서 있었다. 자색 잠바에 동일한 색의 바지로 그의 얼굴을 보완하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빛은 자색 잠바 보다도 진한 자색이었다. 특히 뺨에서부터 목까지는 한층 진한 자색 얼룩이 피부를 팽팽히 잡아 다니고 있었다. 청산면으로 가는 고속도로 둔덕에는 아직 덜녹은 눈들이 보이고 마른풀 위로 따뜻한 햇볕이 소복이 내리고 있었다. 저쯤일까? 단발머리 소녀 때. 어쩌다 고속도로를 지나는 차들을 세어보며 한 낮의 햇볕이 기울어가는 양을 지켜보던 곳이? 이젠 한사람의 사회인으로 굳어버렸지만 이곳을 지날 때면 그때의 꿈과 이상이 떠올라서 가슴이 따스.. 2022. 9. 6.
스물세살의 수채화 28. 탄생과 전매청 용인 아저씨가 간 밤에 무릎까지 빠지도록 쌓인 눈을 쓸고 있다. 선생님은 서울에서 아직 안 내려오셨고 영숙이는 사무실 청소를 마치고 창문 앞에서 용인 아저씨가 눈 쓰는 것을 구경했다. 겨우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을 내었을 때 눈만 내놓고는 모자까지 푹 뒤집어쓴 사람이 면사무소 문을 지나 곧바로 보건지소를 향해 걸어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저 여기 안양 있지유?" 보건지소 현관 앞에서 모자를 벗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아저씨를 보고 안양이 반가운 소리를 한다. "아니, 웬일이세요?" "안녕하세요?" "그래, 신양은 잘 있어요?" "아, 예, 실은 아기 낳았어유." "아기 낳았어요? 딸? 아들?" "아들이에유." "아유 잘됐네요. 이제 아들 낳고 소원 성취했으니 좋.. 2022.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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