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시절. 충청도 옥천이란 소읍에서 살던 우리 집이 바로 성당과 한 울타리 안에 있는 사택이여서 학교 가는 시간 외에는 성당 뜰에서 지내는 일이 많았습니다 고요한 성당의 푸른 잔디밭과 하얀 성모상 그리고 바쁜 듯이 오가는 수녀님들. 어쩌다 하얀 미사보를 쓴 사람들이 성당 안에 들어가 앉아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나에게는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책을 유난히도 좋아했던 나에게 그곳은 소설 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가끔 수녀님들을 만나고는 하였지만 성당 뜰을 서성이는 작은 여자아이에게 시선을 던지거나 말을 걸거나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을 따라서 성당 안에 들어가서 앉아 보았지만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거나 유난히도 예뻐 보여서 정말 갖고 싶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