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 대나무 산택길에서의 짧고 긴 여운 - 2007. 09. 02 >>
대나무 산책길에서의 짧고 긴 여운
- < 태화강 대나무 숲이 국가 지정 정원이 되었다니 좋은 일이다.
2017년 여름에 여수, 순천, 담양을 다녀 왔는데 사람이 넘 많았다.
생각했던 것 보다 담양의 대나무 숲은 빈약하였다.
울산의 대나무 숲은 대단히 좋은데 홍보 부족인 듯,
이번 기회에 울산을 공업도시 일뿐 아니라 관광도시로 밀어 보자
으쌰 ~~~^^. >
“ 내가 젖소 부인이라니! ”
“ 그 말이 그렇게 충격이었어? ”
“ 충격보다는 내가 젖소 부인이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서! ”
어두워져가는 대나무 숲에서 오래된 대나무의 나뭇잎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대나무 잎이 쓸리는 소리.
옅은 가랑비가
이슬처럼
우산을 쓰지 않아도 좋을 만큼만 살포시 내려앉는다.
이렇게 좋은 곳인데 처음 와보는 산책 길.
바짝 조이는 바지 앞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걸으니
적당한 자극에 기분이 좋아진다.
풍성한 상의가 하루 종일 묶여 있던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하도록 도와 준다.
‘ 흔들 흔들 ’
건들거리는 걸음.
생각들을 가려주는 적당한 어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와 간간히 오가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
아늑한 대나무 산책길은 혼자 걷기 정말 아깝다.
‘ 상상 - 상상 - 상상 ’
이런 시간 생각나는 사람.
함께 걸어주고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사람.
좋은 느낌을 주는 사람.
기분 좋은 가벼운 어둠과
깔끔한 대나무 숲의 바람 속에서
생각나는 사람.
오래전-
처음 샘이 되어서 아이들 앞에 설 때에는 적응하느라 정신 없었고-
그 다음 해던가-
담임도 아니고,
아이들에게도 익숙해져 남는 게 시간일 때-
수업이 없을 때면 자그마한 학교 뒷동산 벤치에 앉아서
‘ 혼자 ’
라는 생각을 했었다.
말할 사람도,
마주보고 웃어줄 사람도 없이 마냥
‘ 혼자 ’
얼굴이 예쁘지도
상냥하지도
주변머리가 좋지도 못한
그냥 보통스럽고 평범한 사람에게
‘ 로맨스 ’
는 사치일 뿐.
기억의 갈피갈피를 뒤져도
오래 오래 우려먹을
제대로 된 로맨스조차 없다면 좀 슬프지.
남들이 말할 땐 스캔들이라고 말한다지만.
그때 유일하게 생각나는 한사람.
대학 내내 이어졌던 k
깊게 이어지진 않았지만
따뜻한 느낌으로 오래 이어졌던 k.
그 애네 집까지 찾아 갔었드랬는데
그냥 그렇게 헤어졌었다.
별 사연도 없이 ‘하얀 로맨스’로 끝난 사이.
다른 사람들은 사연도 많고
짙은 이야기도 많고 하던디-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난 그 애 에게
‘ 차였어. ’
그래서 더 오래 오래 혼자서 생각했는지 모른다.
아니 혼자 일 때 마다 기억 했는지 모른다.
특별히 떠올릴 사람이 없어서-
그리움 까지는 아니고
혼자니까
외로우니까
이성이니까
추억할 뿐이었고,
또 찾아 갈 수는 없었으니
우연히 한번만이라도 만나지길 바랬지만
결국 만나지지 않았었다.
남자랑 데이트를 안 한건 아니지만 오래 계속 이어진 사람은 없었다.
k에게
최근 3년 동안
1년에 서너 번 쯤 연락 했었는데
‘ 씹혔다. ’
공공기관에 높은 사람이 되었다고 씹는 건지,
아님 씹을 가치밖에 없기 때문이었던지
하여간 기분은 나쁘지만
다시는 연락을 안 하는지, 할 수 없는지
혹시 연락이 온다면 한번쯤 만나볼 생각은 있다.
‘ 젊은 날의 추억. ’
이곳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눈다면 좋겠다.
부드러운 대나무 숲의 공기가
조금은 습한 공기와 섞여서
기분 좋게 피부에 와 닿는다.
넉넉한 상의도 적당히 흔들리고
대나무 숲을
가만가만 쓸고 가는 바람소리.
가끔 한 번씩
대나무 숲 사이를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지만
길 한옆으로
숲을 방해 하지 않을 정도로
낮게 켜진 조명등 때문에
고즈넉 하니 좋다.
중국엔 8시만 넘으면 밖에 나 다닐수 없다는데
우리나라 좋은 나라.
우리나라 행복한 나라.
걱정 없이 이 늦은 밤.
여자 혼자서 어슬렁거릴 수 있다는거 넘 좋당.
일본에서는 숲이나 산에 가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간다는 위험한 생각 아니면
안 간다고 한다.
이런 대나무 숲을
이렇게 맘 편히 다닐 수 있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 맞다.
벤치에
아줌마 둘과
아저씨 한사람이 앉아서
아저씨는 아줌마 얘기 열심히 듣는 척.
얼굴이 안 나타나게
더 어두운 곳을 골라서
숨듯이 지나친다.
‘ 내 생각이 내 얼굴에 나타나면 으짠댜! ’
내 등에 남자의 시선이 들러붙는다.
끈질기게.
시선이 닿을 수 있는 곳까지 따라온다.
여기를 남편과 같이 걷는다면
컴컴한 곳에서
‘ 우리 뽀뽀나 한번 할까? ’
남편은 질색할 것이다.
뭐 뽀뽀 할 수도 있겠지만
크게 흥분하지는 않을 것 같다.
‘ 익숙함 ’
때문에.
남편의 단순함과 따뜻함을 사랑한다.
사랑하지만 남편에 대한 호기심은
없는 것은 분명하다.
남편도 나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남편도 여자 동창생 만나러 갈 땐
들떠서 난리지만
이 근처 까지
술 마신다고 해서 태워다 주었는데
이 산책로를 함께 걷자고 하면
‘ 왠 뚱딴지? ’
생뚱맞은 표정으로 귀찮아할게 뻔 하다.
그래도 착해서 억지로 오자고 하면 오긴 오겠지만-
성경에는
이웃집 남자를 생각만 해도 간음이라 했다.
지금 난 남편 생각 안하고
학교 다닐 때 남자친구를 생각하고 있다.
옆에 있는 것처럼 느끼고 싶어 한다.
오래 전 그때 그랬던 것처럼.
역사는 반복 된다고 하였나?
끝내지 못한 하얀 로맨스에 대한 미련일까?
만약 계속 이어진다면 어디까지 갈 것인지.
그리고 남는 게 뭘까?
싫증내고 짜증내고
그렇게 되겠지.
사랑은 가고
의무감만 남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생각만으로 좋다.
그냥 상상만으로 좋다. ( 상상 - 상상 - 상상 )
그래도 생각으로 전해진 약간의 흥분 탓인지
대나무 숲에 나뭇잎이 향기롭게 코끝을 간지럽힌다.
‘ 그래 지가 출세해서 좋다구! '
‘ 나랑 먼 상관이래! ’
‘ 그래도 구질구질하게 살고 있는 거 보단 훨 낫지! ’
‘ 두고 봐. 내가 너 언젠가는 이겨줄께. 이길 상대가 생겼구만! ’
‘ 이기면 머 할긴데! ’
구겨진 자존심 땜에
지금 혼자서 온갖 상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거다.
상상 - 상상 - 상상
어짜피 변하지 않을 상황이라면 스스로 위로라도 받아야징.
어짜피 변하지 않을 상황이라면
‘ 난 부자다! ’
‘ 난 멋있고 능력 있고 스마트하고 훌륭하다! ’
생각 하는 게 좋다.
10년 동안
로맨스 쓸 생각은 안하고 경제관련 책을 열심히 읽었지만
세상에 모든 돈을 다 벌 것도 아니고
맨 날 돈 생각만 하는 것도 싫증난다.
‘로맨스’
좋다.
로맨스 소설.
로맨스 영화.
로맨스 드라마.
좋다.
새로운 이곳의 공기가 좋다.
대나무 냄새가 좋다.
습습한 공기 냄새가 좋다.
가벼운 바람이 좋다.
스르륵 움직이는 흐름도 좋고
걱정 없는 우리나라의 치안도 좋고-
주식으로 일 년에 5-6조의 배당금을 받아 간다는 외국인들.
그럼 우리도 애들 열심히 키워서 외국에 내보내
주식으로 그만큼 벌어오면 되지 머.
빌딩을 사고팔아서 5-6천억을 가져간다면
우리 애들 열심히 키워서 외국에 나가 빌딩 사고 팔게 해서
5-6천억 벌어 오게 하면 되지 머.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세계 13위.
우리 수출 규모가 세계 11위라고 했는데
이제 북한과 통일 되면 10위 안에는 거뜬히 들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이 우리의 통일을 제일 두려워한다.
‘ 통일은 된다! ’
아무리 동해가
‘ 져팬 씨 ’
라고 우겨도
동해는 우리의 해안 임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아무리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것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 통일은 된다! ’
시간이 지나면 점점 추억은 옅어진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재물이 있거나 없거나
신분이 높거나 낮거나
많이 배웠거나 못 배웠거나
똑같아진다고 한다.
‘ 하나님의 공평함. ’
우리가 가는 길이 다 한가지라고 해도
그리고 목표를 향하여 간다고 하여도
때로는 길가에 예쁜 꽃을 보며 행복해 하고
이렇게 대나무 숲길을 산책하며
짧고 긴 여운에 잠기기도 하는 것이다.
소변이 마렵다.
여자에게 있는 뇨실금.
나이를 먹었으니 으짤 수 없다.
생각나면 괄약근 운동을 하긴 하지만
잊지도 않고
어떻게 시도 때도 없이
맨날 괄약근 운동을 한단 말이가.
뇨실금이 심할 땐 하고
바쁠 땐 안하고
또 생각 안 나면 안하고.
그래도 실례하기 전에 화장실은 다녀와야지.
화장실에 가니
커다란 중딩이 머스마 둘이
라이타 불을 켜고
컴컴한 안쪽을 들여다보다가
가까이 가니까
한 녀석이 들어가려다 도로 나온다.
‘ 왜? ’
‘ 무서워서요! ’
‘ 뭐가 무서워? 누가 잡아먹을까봐? 얼른 일 봐 밖에 친구도 있잖여! ’
‘ 그냥 갈래요! ’
‘ 헛 참 ’
아닌게 아니라 쪼매 무섭긴 하지만
뭐 별일 있으랴 싶어 하면서
컴컴한 화장실 문을 열고 볼일을 본다.
화장실에 전깃불이 없는 건가!
안킨건가!
볼일 보고 나오는데 맞은편에서 아줌마 한사람이 온다.
‘ ㅋ - 역시나 내 또래 아줌마 당! ’
‘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 으이샤! ’
부자’의 정의를
‘ 더 이상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 사람. ’
이라고 한다면
‘ 건강한 사람 ’ 의 정의는?
‘ 더 이상 운동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 ’
ㅋㅋㅋ 이상한 궤변 맞다.
운동은 열심히 해야만 만병을 물리 칠 수 있다.
산책로 옆으로
운동기구들이 여러 개 놓여 있어서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보기에도 굵고 무거워 보이는 훌라후프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 저토록 열심히 하면 얼마나 건강하게 얼마나 더 오래살까나? ’
‘ 육체적인 건강을 위한 운동도 중요하지만 정신 건강을 위한 운동도 해야 하는거 아닌가? ’
‘ 머리 속 쓸데없는 쓰레기 가득 한 거 좀 비워야 하는 거 아닌가? ’
‘ 운동을 열심히 하면 머릿속 쓰레기도 치워질까나? ’
대나무 숲에서 대나무 잎새들이
사각 사각
사라락 사라락
스르륵 스르륵
대답을 한다.
대나무 숲을 산책하고 나면
머릿속 쓰레기가 치워진다고.
2007. 09. 02
728x90
반응형
'소설 > City life of JINNSSAM' 카테고리의 다른 글
Marriage life of JINNSSAM 8 (0) | 2019.11.17 |
---|---|
Marriage life of JINNSSAM 7 (0) | 2019.11.16 |
Retirement life of JINNSSAM 9 (0) | 2019.11.14 |
Retirement life of JINNSSAM 8 (0) | 2019.11.09 |
Retirement life of JINNSSAM 6 (0) | 2019.11.07 |